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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씨가 본 서해교전]가장 위험한 것은 정신적 패배
글번호  143 작성일  2007-11-03
글쓴이  청지기 조회  10865
국부적인 교전에서 아군의 손실이 클 수도 있고 적군의 손실이 클 수도 있다. 이번 서해교전에서 우리 군함이 한 척 격침되고 군인들 속에서 적지 않은 사상자들이 나온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이것을 가지고 우리측의 군사력이 약하다거나 패배하였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가 마땅히 찾아야할 교훈은 이번 서해교전을 통하여 우리측의 정신상태에서 약점을 발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을 때는 전국민의 뜻이 하나로 뭉쳐 민족적 긍지감을 비상히 높여주었는데 서해교전과 같이 생사를 건 중대한 사변을 놓고는 국내에서 견해가 갈라져 정신적 혼란상태가 벌어지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확전을 우려하여 자제하였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재도발이 우려되어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같이 변명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긴장상태를 계속 격화시키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미국이 북한에 고위급 특사를 파견하지 않게 될까 걱정하여 청탁하는 현상도 찾아볼 수 있다.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해 하는 일부 사람들의 모습은 흡사 북한 통치자들로부터 큰 빚이라도 진 사람 같아 보인다.
 
 서해해전을 도발한 북측은 교전이 언제 있었는가 하는 태도로 30척의 어선이 평상시와 다름없이 어로작업을 하고 있는데 적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우리측은 오히려 적의 재도발을 우려하여 어민들 쳐놓은 그물을 걷어오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 형편이니 쌍방의 정신상태가 너무나 대조적인데 개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확전을 우려하기 전에 먼저 침략자가 누구인가부터 확인하고 침략자에게 복수의 반격을 가해야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아니겠는가. 무조건 확전을 두려워하는 입장이라면 적이 전쟁을 본격적으로 걸어올 때 어떻게 할 작정인가.
 
 전쟁역사의 교훈은 확전을 우려하여 적의 도발에 양보하면 할수록 적의 침략적 야욕을 더욱 북돋아주어 전면 전쟁의 초래를 앞당기게 된다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단 말인가.
 
 더구나 어처구니없고 창피스러운 것은 김정일이 이번 도발사건에 관여하였는가 하지 않았는가 하는 논쟁이다.
 
 경계선을 멀리 넘어와 우리 측 군함을 격침시키고서도 오히려 우리측이 도발했다고 주장하는 철면피한 자들이 우리의 대상인데 그들이 만일 이번 도발사건에 김정일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그들의 주장을 믿을 작정인가.
 
 북한 통치자들이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수많은 범죄적 테러만행과 군사적 도발책동을 감행하고 언제 한번 이에 대하여 솔직히 인정한 일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아웅산 테러사건 때도 세계 여론이 너무도 나빠지게 되자 김일성은 지도부가 모르게 아래 일꾼들이 한 일이라고 해명하여도 무방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김정일의 완강한 반대로 무조건 부인하는 태도를 취하게 되었던 것이다.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에 의하여 전국이 한 사람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최대의 자랑으로 과시하고 있는 절대적인 독재체제 하에서 군함을 2척이나 동원하여 경계선을 넘어 우리측 군함을 격침시키고 미사일 기지가 사격준비태세를 갖추는 것과 같은 엄중한 사태가 수령의 지시 없이 우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물론 우리의 판단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옳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세상에 고정불변한 것은 존재할 수 없는 만큼 김정일도 그동안 대한민국의 탁월한 정치활동가들의 영향을 받아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 변하지 않을 수도 없고 더 나쁘게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말로써는 논증할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에 의하여 앞으로 확정될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가지고 변했다, 안 변했다 하며 억측에 근거하여 논쟁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김정일이 북한 인민군의 최고사령관이고 절대적인 독재자라는 객관적인 현실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가 북한의 유일적 영도체계에서 최고의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그 자신이 무엇이라고 변명하든 관계없이 그야말로 이번 도발사건에 대하여 책임져야할 장본인이라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것이다.
 
 일부 자기의 높은 식견에 대하여 자부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번 북측의 군사적 도발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이해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옳은 태도이다.
 
 원인이 없는 결과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북한 통치자들이 이번 도발을 일으키는데는 그럴만한 충분한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북한은 1995년부터 1998년까지 겪은 위기를 고난의 행군으로 극복하였다고 하지만 오늘 새로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로 9·11테러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반테러 전쟁의 기치를 들고 테러집단과 그것을 비호하는 독재통치집단에 파멸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사정과 관련되어 있다.
 
 반테러 전쟁은 본질상 인권옹호전쟁이며 인권옹호전쟁은 곧 반독재전쟁인 것이다. 북한 독재집단은 북한이 반테러 전쟁, 반독재 전쟁의 직접적인 대상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을 자기의 존망과 관련된 최대의 위기로 간주하고 있다.
 
 둘째로 남한에서 남북 간에 상호주의원칙을 주장하고 있는 보수민주수호세력에 의한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 통치자들은 남한에서 독재에 대항하여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수호하려는 보수정권이 수립되어 미국의 공화당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게 되는 것을 그 무엇보다도 두려워하고 있으며 이것을 자기들이 직면한 위기의 중요한 구성요인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셋째로, 북한 내부에서 독재체제 붕괴의 요인이 날을 따라 점차 증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 통치자들은 당의 계급적 독재에 군사독재를 배합하는 방법으로 체제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타산 밑에 선군사상을 내놓고 전국을 군사화 하는데 힘을 집중하고 있으나 북한 통치체제가 밑뿌리부터 썩어 들어가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가장 뚜렷한 실례로서는 모든 조건이 개선되었다고 떠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사적으로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 통치체제를 반대하여 탈출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사실보다 더 명백한 체제붕괴의 뚜렷한 징표는 없을 것이다. 탈북자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북한 독재체제의 완전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지극히 명백한 것이다.
 
 오늘날 북한 통치자들은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이러한 심각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로를 중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러시아와의 친선을 회복하여 미국의 반테러 전쟁의 영향에서 벗어나며 남한의 보수정권 수립을 파탄시키고 남한에 대한 자기들의 군사적 우위성을 계속 보존하는데서 찾고 있다.
 
 북한 통치자들은 바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이러한 새로운 전략적 목적으로부터 출발하여 이번에 서해해전을 도발하는 모험을 감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지금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빌어먹는 나라로 되고 있다. 빌어먹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빌어먹는 나라를 좋아하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북한은 사실상 동맹국인 중국에 대해서도 경제적 원조와 탈북자 문제 등으로 폐만 끼치는 애물단지로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과의 연대성에 일정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미국의 영향력을 반대하는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통치자들로부터 강한 군사력을 떼 놓으면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된다. 김정일이 선군사상을 내놓고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 군사력 강화에 자기의 운명을 걸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북한 통치자들은 이번에 서해해전을 도발함으로써 자기들의 군사적 위력을 과시하는데 성공하였다고 자부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그들이 추구하는 목적은 이 이상으로 될 수 없다. 전쟁은 그들의 멸망을 촉진시키는 길 밖의 다른 것으로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들 자신이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전면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 통치자들이 정말 전쟁을 일으키려면 절대로 도발책동을 하지 않고 불의의 전면공격을 해올 것이다. 국부적으로 도발책동을 일삼는 것은 허장성세의 표현이며 전쟁을 할 의도가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적들의 도발에 대하여는 재도발이나 확전을 우려할 필요 없이 더욱 철저하게 보복타격을 가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북한 통치자들은 저들의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인정하고 있는 조건에서 앞으로는 더 평화의 가면을 쓰고 마치 남북의 화해와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관심과 성의가 있는 것처럼 보다 더 유연한 자세로 접근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 통치자들의 이러한 간교한 잔꾀가 결코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여 파멸의 운명에 처한 그들을 구원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독재와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독재를 반대하여 과감히 투쟁해야 한다는 확고한 투지를 가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적 각오가 약화되어 적의 침략적 도발 앞에서 단호하게 끝까지 싸울 각오를 하지 못하고 좌왕우왕하는 것은 적에 대한 정신적 패배를 의미한다. 정신적 패배는 반드시 엄중한 물질적 패배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정신적 패배를 막기 위한 대책은 그 어떤 교전규칙이나 고치고 실책을 범한 사람들의 책임추궁이나 하는 실무적 방법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데 대하여 진지하게 심사숙고할 때가 왔다고 본다.
 
 황 장 엽 2002.7.2
 
 출처: http://www.nkchosun.com/
이전자료 : [북한인권 침해사례] 알리 라메다와 자크 세디요의 경우
다음자료 : 국제사면위원회 북한인권보고서(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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