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서울시 종로구 이화동 이승만 건국대통령의 사저인 이화장을 방문했습니다. 김 지사의 이화장 방문은 광역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최초의 방문이었기에, 그 의미가 더욱 컸습니다. 이 자리에는 이인수 박사 내외분과 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 강영훈 회장, 이사 및 관계자들이 동석했습니다.

12시 조금 넘은 시각, 김 지사 일행이 이화장에 도착했습니다. 김 지사는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너무 늦게 찾아와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는 필자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필자로서는 이화장을 찾아주셔서 오히려 감사했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이날 필자는 김 지사를 지근에서 뵙기는 처음이었는데, 필자가 느낀 김 지사에 대한 첫인상은 소탈하다는 것과 강단(剛斷)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지면을 통해 가끔 흘러나오는 김 지사에 대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지요. 아! 김 지사께서 무엇을 하겠다는 결심만 서면 반드시 실행하시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소란스러운 수인사를 한 뒤에 경내를 둘러보기 위해 먼저 조각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주 초라하고 조그마한 방 한 칸과 마루 그리고 부엌이 딸린 조각당은 이승만 박사가 정부의 내각을 조각한 곳입니다. 김 지사는 진지하게 설명을 들으며 찬찬히 둘러보더군요. 그리고 이화장의 본채인 기념관으로 향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본채 외벽에는 이승만 박사의 독립운동시절과 건국운동, 대통령으로서의 통치기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있습니다. 빗물과 햇볕에 누렇게 퇴색된 사진들은 역사적으로 매우 귀중한 사료임에도 불구하고 초라하게 방치되어 있습니다. 진지하게 사진들을 둘러보고 본관으로 들어가 방명록에 서명한 후 이승만 박사의 유품들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김 지사는 그곳에 비치되어 있던 이승만 박사 관련 서적을 종류별로 구입한 후 이승만 대통령의 흉상 옆에서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이인수 박사 내외분은 말 할 것도 없고, 이 자리에 동석했던 많은 분들은 가슴속에 묻어놓았던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가슴속에 응어리졌던 서운함들이 봇물터지듯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그동안 건국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평가나 폄훼가 마치 김 지사의 잘못이기라도 하듯, 우리는 가슴속 응어리들을 김 지사를 향해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그 응어리들은 김 지사에게 향하는 응어리가 아님을 김 지사도, 우리 모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외치고 싶었던 '건국대통령의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우리의 염원이, 어느 곳에도 하소연할 길이 없었던 외침들이, 터져나온 것입니다.

우리의 하소연에 김 지사는 반드시 경기도에 이승만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겠다고 화답해 주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직도 대다수 국민들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독재자라거나 권력욕의 화신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근래에 가끔 이승만 박사 동상을 건립해야 한다는 글이 정치웹진에라도 오를라치면 어김없이 벌떼처럼 달라붙어 이승만 박사를 독재자라고 갖은 중상모략 하는 댓글질들을 합니다. 이승만 박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말입니다.

그러니 김 지시가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을 건립하기 위해 굳게 결심을 해도 실행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경기도 어느 곳에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이 우뚝 서는 날, 우리는 그날을 고대해 봅니다. 그래서 오늘 김 지사와의 만남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그리고 김 지사는 경기도내 도서관에 이승만 박사를 알릴 수 있는 도서를 보급하겠다고 하며, “이화장은 우리 근현대사의 중요한 역사적 공간인데 방재시설도 없이 정부가 너무 관리에 신경을 안 쓴 것 같다”며 “잘 가꿔서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소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피력(披瀝)했습니다. 김 지사와 우리 일행은 마당에 세워진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후 김 지사가 마련한 오찬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오찬 자리에서 김 지사는 “이화장 측에서 ‘방문 사실을 공개해도 좋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건국대통령 기념관을 찾는 것이 문제가 될까봐 염려할 정도로 이승만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부당한 대접과 부적절한 자리매김이 있어왔다는 것에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습니다.

필자는 오찬장으로 이동하기 전에 김 지사에게 오늘 이화장을 방문한 사실을 공개해도 좋을지 여부를 물었습니다. 아직까지 이승만 대통령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시절에, 그것도 현직 도지사가 이화장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공개하여 김 지사에게 혹 누가되지나 않을까 내심 염려되기도 했습니다. 김 지사에게 종북좌익세력이나 이승만 대통령을 매도하는 세력들의 불폭탄이라도 떨어진다면, 그것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김 지사는 “어느 강연에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물어보니 40%가 ‘호감을 갖고 있다’고 하기에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도 물으니 10% 정도밖에 안 되더라”며 “건국대통령에 대한 바른 인식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 지사는 “경기도내에 꼭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동상을 세우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하고 “지자체가 주도하기보다는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이 나서서 위원회도 만들고 추진해나가면 빠르게 결실을 볼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건국절 제정이나 이승만 대통령 관련 사업 등에 관심을 갖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 특히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모두가 김 지사와 같은 생각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승만 대통령이 공정한 평가를 받게 되는 날, 그리고 건국대통령으로서 전 국민의 존경을 받게 되는 날, 그날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날이며,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장되는 탄탄대로에 서는 날이 될 것입니다.

배은망덕한 자가 잘된 역사는 없거든요. 배은망덕은 곧 패륜이요, 패륜은 하늘도 결코 용서하지 않을뿐더러, 인간세계에서도 용서받지 못합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온갖 반대세력과 공산도배들을 물리치고 자유민주국가 대한민국을 건국하여 우리에게 물려줬습니다. 우리는 그 자유의 터전 위에서 마음껏 꿈을 키우고, 창의성을 계발하여 오늘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설령 이승만 대통령이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저질렀을지라도, 공산도배를 물리치고 자유민주국가를 건국해준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사와 존경을 돌려야 할 것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애국애족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바쳐 희생·봉사했습니다. 아무튼, 오늘 밤은 편안한 마음으로 꿈나라에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효선 이승만 연구가/올인코리아 객원 논설위원: mijinc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