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아름다운 가을이 왔다. 

지난 주말 충청도에 소재한 문중산의 금초를 하다보니 또 다시 재현되는 가을의 황금 들판을 보면서 하늘이 우리에게 내린 선물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것이다. 

항상 고향으로 달려가는 운전은 피곤함을 모른다. 과거 부친 살아생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의 주요 명절에는 가족을 차에 태우고  수 시간씩 걸리면서 고향에 가서 가장 편안한 분위기에서 가족의 정을 나누고 사람의 뿌리에 대해서, 자연에 대해서 사고를 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을 갖곤 하였다. 

하지만 부친이 소천한 이후에는 오히려 명절마다 모친이 서울로 오시니 그러한 정겨운 명절을 맞을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고 이렇게 일년에 한차례 문중의 선산을 정리하는 모임에 참석하여 가족의 뿌리를 새삼확인하고 그들과의 막혔던 소통을 하곤 하는 것이다. 

사화과학을 전공해온 필자가 그래도 나 자신의 개인의 바운더리를 넘는 사회개혁, 국가발전과 공유하는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부지런히 살아 온 지난 시절을 뒤돌아보니, 한 사회질서 내에서 자신을 연마하고 그리고 사회의 공의를 담아서 철학을 실천해 내는 문제가 절대로 그리 쉽지 않는 문제임을 절감하고 있다. 

그 청아한 가을하늘아래서 이러한 문제를 고민해 보니, 과거보다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험난함을 느낀다. 

국가와 민족의 담론을 뛰어넘는 사회적 연대와 해체의 흐름을 담아내는 새로운 정치제도, 이데올로기 창출에 대한 지류의 한 고민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필자에겐 웬지 모든 이러한 하늘의 선물이 너무나도 고마워 보이다. 

재능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미천한 능력이라도 발휘할 수 있는 한국의 정치풍통토에서 지나 세월 많은 좌절과 아픔을 겪으면서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소통과 연대의 문제를 내려 놓을 순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공평하지 않은 세상을 더 낳은 방향으로 우리가 어떻게 견인 할 것인지를 놓고 정확한 해답을 지금 내어 놓을 수는 없지만, 그동안 고뇌해 온 필자의 삶이 결코 이러한 문제를 풀어내는 조그마한 밑거름과는 격리되지 않았다는 소박한 자족의 마음도 갖어본다. 

새로운 정부의 탄생에 나름의 열정으로 일정부분 기여를 하고도 정치철학에 기반하여 행동하는 삶을 유지하다 보니 이런 저런 사연으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본격직인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는 필자지만, 대신 가을 학기에는 임시로 다시 학문의 전당에서 독서와 강연으로 더 심도있게 우리 사회제반의 문제를 고민하고 후학들과 교류하는 장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 가을에는 더 많은 고민으로 더 명확한 필자의 정치철학을 연마할 것이다. 

항상 아름다운 가을을 보고 시를 써 왔으므로 오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너는 항상 그 자리에

어제는 없었었도
너는 항상 그 자리에 
그리 또 피고 지누나
어제는 분홍으로
오늘은 하얀 자태로
가을 하늘 배게삼아
흔들거리는 너의 모습
세상의 흐름이 
너의 흔들림에 묻혀
나의 마음을 
이리도 당기는 구나

2009.9.14일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소(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