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6장 13절을 읽어보면, 예수님께서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것은 물질이 하나님을 섬기는데 얼마나 큰 장애요인인가 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시는 말씀이다.

예수님 당시의 유대 종교사회를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한마디로 당시는 물질적인 부패로 가득하였다. 특히 유대교의 지도자인 제사장들이 그러하였다. 마가복음 11장을 읽어보면,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날 우리 주님께서는 성전에 들어가셔서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자들을 내어 쫓으시며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 엎으셨다.

예루살렘 성전에는 이방인의 뜰, 여인의 뜰, 제사장의 뜰이 있었다. 유월절이 되면 세계 각지에서 희생제사를 드리기 위해 온 수백만의 참배자들로 붐볐는데 이 가운데 이방인들도 많았다. 그런데 이방인의 뜰에서는 여러 가지의 장사가 성행하였다.

1. 유대인이면 누구나 반 세겔(1세겔=4드라크마, 1드라크마=1데나리온=1일 품삯)의 성전세를 내야했다. 유월절이 오기 한 달 전에 각 지역의 출장소에서 팔레스타인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지불하고 성전의 돈으로 바꾸어 내야만 했는데 그것은 은화 같은 동전이 아니라 도장을 찍어 즉 조인(調印)하여 만든 화폐였다.

그리고 순례객들이 각 지역의 출장소에서 성전세를 바꾸어 지불하지 못한 경우, 예루살렘 성전에 와서 바꾸어 지불하여야만 하였다. 그런데 이 때 성전화폐로 교환하자면 하루 품삯의 1/4에 해당하는 교환의 대가인 수수료를 지불해야만 했다. 교환하고자하는 돈이 반 세겔을 넘는 돈이면 또 하루 품삯의 1/4에 해당하는 웃돈을 주어야만 했다.

2. 우리 주님은 성전에 들어가셔서 특히 비둘기파는 사람들에게 거칠게 행동하셨다. 그들의 상과 의자를 둘러엎으셨는데 비둘기파는 사람들은 매우 악질적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성전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거의 다 희생제물을 바쳐야만 했다. 비둘기는 여자가 아이를 출산한 후 정결을 위해, 문둥병자가 완치 된 것을 입증하고 허락을 받으려고 할 때에 필요한 것이었다(레위기 12:8; 14:22; 15:14,29). 더군다나 비둘기는 가장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바칠 것이 없을 때 궁여지책으로 바치는 제물이었다(레위기 5:7). 그런데 비둘기 한 쌍은 하루 품삯이 조금 넘는 돈으로 구입이 가능한 것인데도 성전 안에서 사게 될 때에는 밖에서 사는 때보다 무려 15배를 더 받았다.

가난한 자들을 지독하게 착취한 셈이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성전 밖에서 희생제물을 얼마든지 구입하게 하였으나 흠이 없는 것이어야 하고 밖에서 구입한 희생제물은 반드시 심사를 받아 흠 없는 제물로 판정을 받아야만 하였다. 그런데 이 판정의 과정에서 합격되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불합격을 받으면 성전 안의 매점에서 다시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매우 비싼 돈을 주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성전 안에서 구입하였다.

이러한 희생제물을 파는 매점을 안나스(Annas)의 특매점이라 불렀고 이 특매점을 통하여 제사장들은 독점적으로 그들의 사적인 재산을 불려갔다. 예수님 당시의 제사장들은 거의 모두 상인들이었고 또한 이런 제사장들에게 빌붙어서 배를 불려가는 무리들도 많았다고 한다.

우리 주님은 가난하고 비천한 순례객들의 등을 쳐 먹는 비신앙적인 이러한 모습에 의분을 일으키신 것이었다.

어느 날, 베다니에서 하루를 유하신 우리 주님은 베다니에서 나오셨을 때에 시장하셨다. 멀리서 잎사귀 있는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 그 나무에 무엇이 있을까 하여 가셨으나 잎사귀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왜냐면 무화과의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 주님께서는 무화과나무를 향하여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이 열매를 따 먹지 못하리라고 저주를 하시게 된다(마태 21:18-20; 마가11:12-14). 그런데 아침에 저주를 받은 그 무화과나무는 저녁에 보니 뿌리로부터 말라있었다(마가 11:20).

때가 아니어서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것은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 자체를 두고 하신 것이 아니라 무화과나무로 상징되는 이스라엘 즉 백성들이 메시야로 오신 주님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데서 오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마음의 표출이셨다. 본질적인 신앙에는 관심도 없고 율법을 고집하며 외식적인 신앙생활에 탐닉하는 등 하나님 앞에서 참된 열매는 맺지 못하는 헛된 열심 속에 빠져 있는 이스라엘 민족 전체를 향하여 하신 말씀이셨던 것이다.

불행하게도, 크리스챤들이 많은 한국 사회는 아직도 기독교 문화로 탈바꿈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인구의 25%가 기독교인일 경우 그 사회는 기독교 문화로 바뀌어 진다고 말하는데, 아직도 우리 기독교가 격변하는 한국 사회의 주도 세력으로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여전히 세속적인 문화가 판을 치고 있으며 교회와 목회자는 시류(時流)를 쫒는 데 급급한 것만 같다.

“꿩 잡는 게 매다” 라는 식으로 본질은 뒤에 감추어져 잘 들어나지 않고, 사르트르(Jean Paul Sartre)의 “실존(實存)은 본질(本質)에 선행(先行) 한다”(Existence precedes essence)는 말대로, 오히려 실존적 현상만 난무하는 모습이다. 1517년 목숨걸고 로마 카톨릭에 항거하여 종교개혁을 단행한 한 어거스틴파의 초라한 수도승이었던 마틴 루터(Martin Luther)의 개혁적 신앙은 간데없고, 가시적인 물량주의가 우리 교회 안에도, 목회자 마음과 생각 안에도, 팽배해 있다.

25년 전, 그러니까 1984.8.19. 기독교선교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여의도 광장에 모인 수많은 기독교인들을 향하여 빌리그래함 목사는 설교 말씀 중에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춥고 굶주린 나라였다. 교회는 다 작았다. 그러나 교인들이 헌신하고 기도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지금 물질적 풍요로움이 있게 됐지만 물질적 수준만큼 영적 수준이 따라오지 못했다. 경고한다. 한반도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다가올 줄 모른다. 회개하고 돌아 설 때가 왔다”고 경고하였다.

성전에 들어가셔서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자들을 내어 쫓으시며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신 행위가, 그리고 1900여년 가까이 디아스포라(이산, 離散)의 처참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드신 우리 주님의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에 대한 저주의 행위가 혹시 오늘날 우리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을 향하여 하시는 행위가 아니신가?

세상의 끝이라고 말하는 이 말세에, 우리나라가 세계선교를 위하여 세우신 제2의 선민(選民) 국가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면 하나님만을 섬겨야 할 신성한 의무가 우리에게는 있다. 우리의 섬김의 대상은 하나님뿐이시며, 마가복음 12장 30절에 우리 주님께서는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신다. 그러시면서 누가복음 16장 13절에서 집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듯이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을 섬기는데 있어서 재물이 제일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섬김에 있어서 하나님과 재물을 대비시켜 말씀하신 것이다. 오죽 했으면 주님께서는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울거라고 하셨을까?(마태 19:24; 마가 10:25; 누가 18:25; 참조). 물질을 탐하다가는 천국에 절대로 들어갈 수 없다는 말씀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국가의 경제력 향상에 힘입어 가시적인 물질의 신(Mammon)에 함몰되어 물질숭배주의, 황금만능주의(Mammonism)에 빠져 있다. 기복신앙에 빠져 있고 물질을 비롯한 세속적인 잘됨이 곧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물질에 눈이 어두워지면서 물질이 그만 우리의 신이 되고 주인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럴 때 성령을 속이게 된다. 물질에 눈이 어두어진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죽음은 성령을 속인 결과로, 오늘날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중요한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

우리 주님의 삶은 철저히 안티맘몬이즘(Anti-Mammonism)적 삶의 모형이셨다. 말구유에서 탄생하셨고, 들에서 비천하게 양치는 목자에게 제일 먼저 탄생의 기쁜 소식을 알려주셨다. 주님은 가난한 목수 아들이셨고 그분 또한 목수이셨다. 공생애를 시작하신 주님은 당시의 회당의 회당장도 아니셨고, 바리새인과 사두개인과 율법사들 마냥 당시의 제도권 안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그러한 부류의 사람도 아니셨다. 그래서 때로는 밀밭 사이를 지나시며 제자들과 그 밀을 훓트시며 허기지신 배를 채우셨나보다. 머리 둘만한 집도 없으셨고, 월급도, 자가용도 없으셨다. 그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도 남의 자가용인 어린 나귀를 빌어 타시지 않으셨나?

그런데 이러한 주님의 사도라 지칭하는, 지금의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은 너무나 물질을 숭배하는 황금만능주의에 빠져 있고 지속적으로 그 황금을 하나님께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너무나 풍요롭게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이러한 맘몬이즘에 빠져 가시적인 물량주의가 팽배해지면서 큰 교회당을 짓고 부속건물과 수양관과 기도원 등등을 소유한 교회가 또 그러한 교회의 목회자가 마치 성공한 교회와 목회자처럼 행세하고 주위의 부러움에 찬 시선을 받는다. 고래등 같은 교회 짓기가 사뭇 경쟁적이다. 좋은 차 타고 다니고 후한 월급 받고, 비싸고 좋은 집에 사는 것을 절대로(?) 사양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님처럼 안티맘몬이즘(Anti-Mammonism)적 삶을 살아가려는 교회와 목회자를 찾는 것이 마치 귀중한 보화를 찾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우리 한국이 망한다면 그것은 절대적으로 맘몬이즘에 빠져 있는 한국의 교회와 목회자들 때문일 것이다. 우리 주님의 인내가 그 한계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을 도구로 사용하시어, 빌리그래함 목사의 말대로, 전쟁의 매를 드실 것만 같다.

정신 차리자

조국의 운명이, 백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선 것처럼, 백척간두에 있다.

나라가 망하면 안 된다.

우리에게는 북녘의 폭악정권으로부터 인권을 여지없이 말살당한채로 이 순간에도 신음하는 처참한 우리의 동포들을, 주님의 복음으로, 구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이 사명을 완수하기 전에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절대로 망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맘몬의 신으로부터 과감히 떠나 하나님만을 섬기고 의지하며 북한의 자유 해방을 위하여 기도하자.

한국 교회가 이제는 가난해져야 한다.

물질을 초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만을 섬긴다.

그럴 때 섬김을 받으시는 하나님께서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지켜주시리라.

글쓴이/ 이 요섭 목사

e-mail/ jesus21ckr@yahoo.co.kr

우리 민족의 격동기인 1950년대에 전주에서 태어나 군산 초등학교와 군산 중·고를 거쳐 성균관대학교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는 행정학 박사 전과정을 수료하였다.

한편 서울신학대학교, 대한신학교, 총회신학교, 한영신학대학교 등에서 신학을 공부하였고 캘리포니아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박사와 코헨신학대학교에서 교회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창조아카데미, 서울시립대학교, 숭실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성결대학교대학원, 총회신학교 신대원 등 많은 일반대학교와 신학대학교에서 일반행정학과 교회행정학 등을 강의하였고 한영신학대학교에서는 13년 동안 철학개론·종교철학·교회행정학 담당 교수로 있었다. 현재는 미국성경장로교 소속목사이며 창조사학회 부회장, 예빛선교회 대표, (도서출판) 예빛서원 대표, 코헨신학대학교 객원교수로 있다.

* 저 서/ 알기쉬운 서양철학, 철학을 산책하듯, 빈 손 들고 교회에 가라, 높낮이가 없는 교회, 교회경영원론, 현대인을 위한 교회행정론(개정판), 창조의 나래, 아라랏과 노아방주(재개정판), 나의 갈길 다가도록, 뺄셈 나눗셈(편), 나는 네 하나님(편), 방주를 설계하신 하나님 세상 끝 날도 설계하신다(개정판), 아브라함 아우슈비츠에서 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