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臣인가 忠臣인가

亂中日記와 다른 역사자료를 보면 壬亂발발 2년이 지나면 잠시 명나라와 왜의 강화교섭명분으로 전쟁이 다소 소강상태로 가면서 삼도수군통제사로 다시 한 번 군비를 정비하던 이순신 장군에게 매우 깊은 고민을 던지게 하는 역경이 불어 닥친다.

바닥이 들어난 왕실과 조정의 재정을 위해서 호남지방에서 간헐적으로 국세를 모아서 상당부분을 한양의 조정으로 실어 날라야 했던 이순신 장군의 마음에 커다란 고민거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 당시 戰亂의 후유증으로 황폐해진 국토와 각종 전염병의 범람으로 餓死者들이 즐비하게 널려있었지만 무능한 조정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기에 人肉까지 먹어야 할 정도로 굶은 사람들이 다시 역병에 감염되는 악순환이 계속된 것이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급기야는 이순신 장군이 통제하던 삼도수군 본영에까지 침투하여 먹을 것이 부족하여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들에게도 전염이 되어서 약재를 살 재정과 군 예산의 절대적인 부족을 메울 길이 없던 수군본영에서 병사들에게 변변치 않은 제대로 된 영양식이나 약재하나도 잘 공급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병사들 중 일부가 역병에 감염된 人肉을 먹고 감염되어 병영 내에 그대로 무방비상태로 급속하게 전파되는 악순환으로 그 당시 총 2만명의 군사중에서 약 1000여명이 역병으로 사망하는 아주 비극적인 사태를 맞이한다.

이대로 사태를 관망하면 수 천명의 군사가 희생될 것이란 강박관념에서 대책을 세우던 이 순신 장군은 왕실과 조정으로 실어 나르던 공물을 줄이더라도 이 비용으로 약재를 구입하여 병사를 살리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진정으로 군왕을 섬기는 큰 뜻이란 論旨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주장을 펼치지만, 경상우수사 원균 장군은 이 것은 王命을 거스르는 가당치 않는 행위라면서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는 반대론을 펼친다.

2년여의 지리한 壬辰倭亂으로 조선이라는 나라가 風前燈火속에서 겨우 살아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왜군이 전라도로 진입하는 견내량을 통과하는 수로를 차지하고 그 당시 까지 19전 19승이라는 기적적인 조선수군의 승전에 기인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조정의 權威에 대한 도전이라기보다는 이순신 장군의 나라사랑과 부하사랑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기에는 너무나 硬直된 사고를 하는 벼슬아치들이 그 당시 조선사회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결단을 속히 집행해야 한 명의 수군병사의 목숨이라도 건지지만, 일부 부하들의 강력한 반대로 결단을 미루던 이순신 장군 몰래, 혹시나 조정이나 군왕 선조의 견제를 받아서 반역혐의로 삼도수군통제사의 자리마저 보존치 못할 것이란 판단을 한 동명이인 이순신 첨사 및 순천부사의 독자적인 처신으로 이미 조정으로 가는 공물은 배에 실어져 한양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 이 공물수송의 책임자는 낙안군수 신호라는 장수였는데, 평소에 이순신 장군의 忠情과 인격에 깊은 존경심을 품고 있던 신군수는 자신의 전적인 책임하에 이 공물을 팔아서 병들은 병사들을 먹일 인삼과 약재로 바꾸어서 도로 삼도수군병영으로 회항한다.

國稅에 손을 댄 불가사의한 소식을 전해들은 군왕 선조는 대노하여 당장 관련자들의 문책을 주장하면서 이순신장군의 깊은 충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눈앞의 단편적인 사건에 불같은 화를 내게 된 것이다.

신군수는 이러한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혼자지고 사직서를 내면서 이순신 장군이 다치지 말고 계속 삼도수군통제사의 직분을 수행해야 이 나라가 살고 백성이 살기에 장군이 신군수의 뜻을 크게 이해하고 그 깊은 뜻을 받아줄 것을 간청하면서 관복을 스스로 벗는다.

엄격한 儒敎주의하에서 群王의 권위와 왕실의 존엄을 헤치는 것이 매우 중한 범죄임을 모르지 않았지만 부패하고 무능한 왕실이 임란발발 이후 피난길에서 보여준 아주 소인배적인 처신으로 민심이 이순신장군과 같은 신망 있고 유능한 장수에게 옮겨가고 있는 시점이라, 이 일도 그 간의 여러 번의 기개를 지킨 이 순신장군의 처신과 맞물려서 훗날 삼도수군통제사는 혹독한 고문과 삭탈관직은 물론, 일개의 병졸로 격하되어 한 전장으로 전출되는 비극의 씨앗이 된 것이다.

白衣從軍으로 결론이 나는 이러한 사건의 연속선상에서 진정으로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는 그릇이 크고 깊은 통찰력을 갖춘 한 장수가 무능하고 偏見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 군왕과 이를 보좌하는 일부 경직된 사고를 하는 權臣들의 모함으로 正義와 忠情의 상징이 하루이참에 짓밟히고 상처를 입는 이러한 불운한 우리의 역사가, 지금 바로 오늘 이 순간에서 우리들 주위에서 아주 교묘한 僞善과 權謀術數의 탈을 쓰고 재현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일 것이다.

무릇 전제국가나 민주국가나 백성들의 마음이 따라가는 곳에 정통성이 있는 것이며 백성을 근본으로 하는 정치를 하는 곳에서만 강요되지 않는 진정한 忠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이 어려운 이유도 마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이렇게 아픈 역사를 反面敎師로 삼아서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 더 갖고 힘이 센 사람들이 되 새기고 되 새기면서 자신의 처신을 돌아볼 일인 것이다.

2009.5.11 박태우 博士의 푸른정치연구소(hanbatforum.com)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원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민주태평양연맹(DPU Korea)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