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돌이켜보니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본다면 온 사회가 지금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도 역사발전의 한 과정이라 생각해 본다.

하지만 당장 주위의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고통의 체감지수를 생각하니 역사발전의 한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많은 시간을 두고 이러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논하는 것이 얼마나 한가로운 자세인지 우리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여기저기서 민생의 기본 틀이 무너지고 한국사회 시스템의 전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멈추질 않는 민감한 시각에 우리는 이러한 내외적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서 오히려 역사벌전의 수레바퀴를 바람직한 수정지점으로 빨리 굴리고 제대로 된 정도(正道)로 진입시키는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시점이란 생각을 해 본다.

필자도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느끼고 있지만, 처방을 달리하는 많은 의견들 앞에서 우리사회가 일체감을 잃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문제를 매우 크게 진단하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의 경제역량과 형식적 화려함에 걸 맞는 내부의 질적인 역량이 선진화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필자가 경험하고 공부한 우리사회시스템의 이론과 제도적 형식은 그리 탓할 바가 아니지만, 실제로 현실정치와 경제시스템의 운영, 사회제도의 작동에서 느껴지는 선진화의 지수는 매우 낮다는 견해를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객관성과 엄격함 그리고 평가의 공정성이 전제되지 않은 과도한 집단의식과 상이한 집단 간의 수준 있는 대화부족에서 오는 전체적인 국가운영의 모순이 오늘처럼 위기 시에는 더 커다란 국민적 어려움으로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거야 말로 매우 큰일인 것이다.

사실은 지금 우리들이 우습게 생각하고 관행처럼 가볍게 여기는 사소한 문제들이 다 합해져서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건전한 제도의 작동을 흐리고 종국에는 국민들의 상식적인 마음과 제도의 취지와 시스템의 작동이 어긋나는 크나큰 反선진화의 문화를 낳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국정운영의 핵심에서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고 중요한 사람을 등용하는 과정에서는 정치와 행정의 적절한 작용이 민심(民心)의 핵심적인 영역과 만나는 합리적 선택과 노선의 가시적인 마련이야 말로 민주주의 성공의 관건이라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때는 다소 민심과 격리된 위치에서 세상을 진단하고 정책을 내는 경향이 있는 우리들이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의 마음속으로 내려와 겸허하게 그들의 바람과 눈높이를 다시 한 번 바라보는 진정한 섬김과 낮음의 정치문화, 행정문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많은 교육과 시행착오 그리고 훌륭한 절제된 민주시민의식이라는 텃밭에서부터 나올 수가 있는 수준 높은 민주주의 실천행위일 것이다.

내가 남을 비판하고 배척하는 기준과 엄격성이 공정하고 정밀한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에 기반 하지 않는다면 결코 그 어떤 정치세력도 국민들을 감동시키는 정치행위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진정한 정치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이처럼 경제선진국으로 가는 길보다 어쩌면 더 어렵고 힘든 정신문화의 개발과 축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어려운 때 일수록 더 주의를 기울이고 결코 꿈과 용기를 잃지 말고 바로 그 고지를 향해서 매진해 가야 할 것이다.

2009.2.25일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