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감사원장의 잘못된 이념논쟁

아침에 한 일간지를 보니 김황식 감사원장이 우리사회의 고질병 같은 극한적인 이념논쟁에 대한 나름의 진단을 한 기사가 있었다.

넓은 학문적 패러다임(paradigm)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아무런 문제점을 갖을 수가 없지만 분단국가로써 아직도 적대적인 체제대립을 종식하지 못한 한반도에서의 애매한 접근은 매우 큰 화를 자초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기사를 보면서 그동안 정치학자로써 대한민국 사회에서 '중도주의'가 갖고 있는 문제점과 또한 관련성측면에서 애매함에 기초한 기회주의적 문제점을 비판해온 과거의 필자 개인의 이론적 틀(framework)에서 그의 주장이 많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국가의 공인이 우리사회의 매우 중요한 이념적 스펙트럼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우리사회 발전에 미칠 파장(波長)을 생각하니 필자의 생각을 적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7일자로 감사원 직원을 상대로 한 신년특강에서 “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보수냐 진보냐, 좌파냐 우파냐 하는 편 가르기가 횡행하고 있지만 좌우와 진보-보수의 싸움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선의의 경쟁이 아니라 밥그릇을 뺏거나 뺏기지 않으려는 싸움 같아 안타깝다. 기득권에 연연하는 극우는 추하고 현실을 무시하는 극좌는 철이 없다. 원래 순수성 윤리성 청렴성이 강한 쪽이 좌파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그것도 흔들리는 것 같다. 나는 극단을 싫어하고 소외계층을 보다 듬는다는 의미에서 ‘중도저파’이고 ...”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한 일간지가 적고 있다.

특히나 지금 새로운 이명박 정부는 지난 좌파정권 10년을 과감하게 심판한 국민적 염원과 역사적 당위성위에 서 있기에 국가의 중추적인 사정기관장이 이러한 역사인식을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장의 개인적 세계관을 폄훼할 의도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지금 이러한 이념적 구분을 하는, 기회주의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역사인식이 국가발전에 무슨 도움이 될까하는 필자의 인식이 있기에 몇 자 적어 보는 것이다.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반적인 정치적, 철학적 이념의 잣대를 한국사회에 그대로 적용해서 중도(middle of the road)를 논(論)하는 것은 매우 큰 국가운영의 허점을 노출 할 수가 있기에 그가 다시 한 번 재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드는 생각이다.

해방이후 분단국가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켜온 건국, 근대화.산업화 세력에 대한 평가를 여러 각도에서 할 수 있지만, 최소한 지난 좌파 정권 10년, 혹은 그 이전에 6.25를 거치면서 공산세력에 대항하여 목숨을 버리면서 피땀흘려 나라를 위해서 헌신한 건국/산업화세력들의 자유민주주의적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한 국가관(國家觀)을 지탱해 온 애국심을 이렇게 극우라고 정의하는 것은 국가의 지도층으로써 매우 위험한 견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일부 정치적인 노선을 극단적인 방향으로 전개하는 일부의 정치적인 세력이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어는 사회에서나 중도의 의미가 적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지금 대한민국의 건국정신과 정체성, 그리고 정통성을 수호하는 세력에게 극우나, 기득권 연연 이라는 단어를 만에 하나라도 붙인다면 이 것이야 말로 대한민국 사회가 직면한 근본적인 이념갈등의 문제, 분단의 문제에 대한 통찰력(insight)의 부족이라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나, 지금 이명박 정부가 직면한 사회개혁 및 국민통합노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국가관이 개발독재시대를 거치면서 군부독재를 합리화하는 도구로써 쓰여지어 순수한 민주화 세력들이 많은 탄압을 받은 과거의 아픈 역사에 대한 논의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 내에서 좌파의 순수성이 어느 정당 어디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대한 학술적인 토론은 뒤로 미룬다고 하더라도, 친북(親北)적이고, 종북(從北)적인 흐름들이 순수성, 청렴성으로 위장된 얼굴로 단순한 대한민국 정통성 지키기 세력들을 극우(極右)라고 흠집 내고 있다는 사실에 국가기강을 책임진 사람이 더 냉정하게 인식을 해야만 할 것이다.

민중(民衆)과 서민을 위한다는 논리로 나팔을 불면서 이미 색이 바랜 수구좌파의 가면으로 폐쇄적인 민족주의 노선을 존중하면서 대한민국의 건국정신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에게는 엄격한 이념적 논쟁에서 극좌(極左)라는 단어도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2009.1.8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hanbatforum.com)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원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