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가을은 잡을 수가 없어

지난 주말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일산(一山) 주변을 걸어보니 빨리 가는 가을이 느껴진다.

가로수인 노란 은행 잎 들이 길거리에 떨어지는 풍경에서 인근 고봉산의 낙 옆이 쌓이는 풍경까지 어는 것 하나 놓칠 것이 없는 가을 행진곡이다.

이렇게 가을을 느끼는 자연과 스스로 있다 보면, 모든 것이 하나라는 존재라고 느껴진다.

이 큰 지구가 하나요, 이 큰 우주가 하나요, 이 한반도가 하나요, 너와 내가 하나라는 평범한 깨달음이다.

세상사 살다보면 복잡한 것도 많고 머리가 아픈 사안(事案)들을 매일 머리속에 이고 살지만, 이렇게 자연이 만드는 향연(香煙) 앞에서 우리는 마음이 숙연해 질 따름이다.

요즈음에는 우리 대한민국의 산하(山河)가 주는 아픔다움과 포근함에 대한 나의 느낌이 남다르다.

특히나, 이 가을이 주는 세월의 변화는 더더욱 필자의 가슴을 적신다.

국제정치경제학자로, 통상외무관료로, 그리고 NGO 활동가로, 아직은 덜 익은 아마투어 정치인으로 강의차, 회의차, 협상차, 그리고 관광차 전 세계 수 십 개 국을 방문한 경험으로 비교가 되는 감을 갖고 자연스레 대한민국의 산하가 주는 매력과 그 맛에 필자는 혼을 놓을 지경이다.

특히나, 지난 주말에 일산의 고봉산에 홀로 올라서 나무들과 대화를 하고 세월이 지나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 삶을 생각하니 저절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지를 깨닫게 된다.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는 철학자가 된 느낌이기도 한 것이다.

산에 오르다 산사(山寺)에 들려서 벽에 붙여놓은 지혜의 말씀을 보니 저절로 머리가 맑아진다.

“ 벼가 건강하게 자라는 과정에서 논에 항상 물이 많이 있어야지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물이 없어서 다른 환경에서 적응도 하고 더 단단한 성장의 과정을 밝을 것이다”라는 내용의 말씀을 접하니 우리 인생도 이와 다름이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도 오름이 있으면 반드시 내림이 있는 것이고, 화려한 권력의 그늘에서, 물질의 그늘에서 우리를 부족함이 없이 속세의 맛에 취한 시절이 있으면, 반드시 상대적으로 그러한 것에서부터의 박탈감을 경험할 때가 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들의 짧은 인생을 잘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현들께선 좀 더 근본적인 정신적인 세계에서 삶의 진실 된 의미를 추구했던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종교가 하나의 좋은 삶을 사는 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세상의 이치가 이러하니 너무 우리 스스로가 뭐 조금 가졌다고 오만할 것도, 아무것도 없다고 너무 초라하게 비하랄 것도 없는 우리들의 인생인 것이다.

이 세상에서 자신의 이루고 싶은 만큼 노력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이루고 난 다음에 반드시 빈 손으로 다시 돌아오는 우리의 삶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저물어가는 가을을 잡을 수가 없듯이,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흔적도 없이 결국 이름석자만 남기고 이 아름다운 지구를 떠나야 하는 것이다.

이 것이 삶이 아니던가?

꺽어져 버린 나뭇가지(산행시)

까맣게 탄 너의 모습이 이리도 처량하나

어제는 녹색의 옷을 입고 춤을 추고 있더니

오늘 떠나는 가을과 함께 너도 숨을 멈추었구나

우리 인생도 언젠가는 저렇게 멈추는 것인가

지척에서 빛이 바랜 초록이 자라고 그 기운이 자라도

꺽인 까만 나무가지는 다시 살아오지 못하니

우리힘으로 어찌 꺽어져 버린 가지를 다시 살릴 수 있나

우리들의 삶도 한 번 지나면 살릴 수가 없으니

2008/11.10일 박태우 詩人(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