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자들은 정부가 어떤 기능은 포기하고 어떤 것은 팔아치우고 어떤 기능은 민간기업이 맡도록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기능의 상당부분을 민간부문에 떠 넘겨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어떤 경우에는 이 같은 생각이 확실히 타당하다. 민영화는 정부의 화살통에 들어있는 화살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민영화만이 정답일 수는 없다. 민간기업이 정부보다 항상 우월하다는 신념하에 민영화를 이념적 논거로 옹호하는 사람들은 만병통치약을 파는 약장수와 다를 바 없다.

정부의 역할을 논하는데 있어서 민영화는 단적으로 잘못된 출발점이다. 서비스는 민간부문에 하청을 줄 수도 있고 전적으로 위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통치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특정한 조정기능을 민영화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통치과정을 민영화할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공동의 결정을 내리는 메커니즘, 시장규율을 확립하는 방법, 행위의 규율을 강제집행 할 수 있는 수단을 갖지 못하게 된다. 국가적 정체성과 애타심도 전혀 생각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사업이든 가나한 사람들을 위한 의료보호든 이윤을 내지 못하는 서비스 사업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제3부문의 조직들이 이모든 부담을 감당하지는 못할 것이다.

기업이 정부보다 더 잘해 낼 수 있는 일도 있지만 정부가 기업보다 잘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예를 들어, 정부는 정책운영, 규제, 정체성보장, 차별이나 착취의 방지, 사업의 지속성과 안전성의 확보, 사회적 결속의 확보 등의 일을 잘 수행한다. 민간기업은 혁신, 성공적 실험의 실용화, 급격한 변화에의 적응, 비성공적이거나 낡은 활동의 중단, 복잡하거나 기술적인 업무의 수행 등을 더 잘해내는 경향이 있다. 제3부문은 적은 이윤을 내고, 개인에 대한 동정과 헌신을 필요로 하며, 고객의 입장에서 큰 신뢰를 필요로 하고, 직접적이고도 개인적 관심을 요하며(유아보호, 상담, 장애자나 병자에 대한 간호 등의 일),도덕적 행동지침과 개별적 책임성을 준수해야 되는 업무에 가장 적합하다.

마찬가지로 시장은 공공행정보다 여러 업무에서 더 적합하지만 모든 업무에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고등교육시장은 아주 잘 기능하지만, 공립대학, 공립전문학교, 공공교육비 보조 등이 없다면 많은 미국인들이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다. 초등 및 중등교육기관에 대한 행정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모든 교육을 민간시장에 맡기게 되면 많은 미국인 들은 초등교육조차 시킬 여유가 없게 된다. 그럴 경우 공공 바우처를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지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한다는 공립교육의 근본정신을 실현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바우처 이외에 자신의 돈을 더 추가하여서 더 좋은 교육을 자녀들에게 제공하려고 할 것이며 따라서 소득에 따라 극심한 격차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를 싫어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민영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나, 민간기업을 싫어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공공부문이나 민간부문이 유의해야 할 점은 재화나 용역의 소유권은, 이를 생산하는 시장이나 제도의 역동성에 비해 훨씬 덜 중요하다는 점이다. 어느 민간시장은 아주 잘 작동하지만 다른 영역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하다.(저축대부기관의 파산을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공공제도는 잘 작동하지만 공립교육과 같은 제도는 그렇지 못하다.

성공의 결정요인은 체제내부의 사람들을 움직이도록 하는 유인과 관련되어 있다.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고 있는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가? 지나치게 규제적인 규칙과 규율로부터 자유로운가? 권위가 분권화되어 있으며 적절한 유연성을 허용하는가? 보장은 업무성과의 질을 반영하는가? 활동이 공적이냐 사적이냐는 문제보다 이러한 질문이 중요한 것이다. 정부가 쓰레기 수거작업이나 교도소 운영 등을 민간기업에게 하청 주는 식의 민영화를 추진할 때 종종 이 사업이 민간 독점으로 변화되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 낭비와 비효율은 오히려 증가한다.

공공서비스 제공업무를 민간기업에 맡기는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효과, 효율 , 형평, 책임성이란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정부의 민영화라는 거대한 이념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보수주의자나 진보주의자 모두 민영화를 정부의 기본적 공공책임을 민간부문에 이양하는 것인 양 생각하고 있다. 이는 잘못된 발상이다. 서비스의 공급이 이양된 것이지 이에 대한 책임이 이양된 것은 아니다.

테드 콜더리가 말하듯이 "道路가 민간 업체에 의해서 건설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도로가 私設도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민간부문에 사업을 맡기더라도 정부는 여전히 정책결정을 내리고 자금을 지원한다. 이러한 일을 잘 해야만 훌륭한 정부가 되는 것이다.

민영화를 앞장서 주장해온 피터 드럭커도 더 많은 통치가 필요하지 더 적은 통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1968년에 쓴 [불연속성의 시대](The Age of Discontinuety)라는 책에서 그는 두 가지를 다 역설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시들어가는 상태에 직면하고 싶지 않다. 그 반대로 우리는 활기차고 강력하며 매우 적극적인 정부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우리는 거대하지만 무능한 정부와, 스스로를 결정과 지시하는 일에만 한정시키고 수행은 다른 기관에 맡기는 강력한 정부 중 확실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에 있다.  

우리는, 통치할 수 있고, 통치하는 정부가 필요하다. 이러한 정부는 '일을 하는 정부가 아니며 [행정을 하는]정부도 아니다. 그것은 통치하는 정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