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10월 11일 "미국이 핵무기 검정을 위해 요구한 모든 법적 조건들을 북한이 수용함으로써,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으로 1988년 1월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른 북한은 20년 9개월만에 미국이 씌워준 테러지원국의 굴레에서 겨우 벗어나게 됐다. 국제금융세력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겨우 국제금융시장에 진입하여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허락해준 것이다. 사실 미국은 지난 8월 1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수 있었으나, 북한이 '완전하고도 정확한' 핵검증 체계구축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개월이 지난 10월 11일에 조건부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시켜 주겠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철저한 조건을 달아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시키겠다는 미국의 요구에 동의했다. 부시 행정부가 다소 서두른 듯한 느낌을 주었지만, 그래도 북한은 미국의 통제게임에 더 깊이 걸려드는 합의를 했다.
 
북한이 미국의 핵검증 요구(법적 조건)들을 하나라도 어기게 되면, 다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복귀시키겠다고 미국은 못을 박았다. 사실상 북한의 완전한 핵검증(포기)를 전제로, 북한은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될 수 있게 되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좌경화된 언론은 '북한 테러지원국 해체'라는 제목을 강조하면서 겉으로 나타난 현상만 보고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벗어난 것으로 강조하지만, 북한은 핵무기 보유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전제로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받겠다고 달려든 것이다. 대표적인 좌경매체인 '노컷뉴스'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과 부시행정부의 양보"라는 제목을 달면서 북한이 '악의 축'에서 정상국가로 복귀한다며 북한을 위해 저렴한 설레발이를 치지만,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 국제금융세력의 경제적 고사작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온갖 꼼수와 기만을 앞으로도 계속하겠지만, 금융적으로 말라죽어가는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항복을 통하여, 미국으로부터 금융제재를 벗어나보려고 이번에 핵시설 완전 검증이란 조건을 받아들인 것이다. 미국의 국무부가 "미국이 북한에 요구한 모든 법적 조건(요구사항)들이 수용되어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와 금융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게 된 것은 미국에게 흡족한 합의로 해석된다. 세계지배에 금융, 에너지, 식량, 기술, 정보 등의 온갖 네트워크 무기들을 실험해본 미국은 북한의 굴복에 매우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북한을 고사시킬 모든 조건들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장기적으로 북한에게 끌려갈 아무런 합의를 할 필요가 없다. 이번 美北합의를 '미국의 패배, 북한의 승리'로 채색하는 연합뉴스의 보도도 다 북한 당국처럼 부질없는 짓이다.
 
남한의 언론이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된 것만 강조하면서, 북한의 치욕적인 굴복을 감추지만, 사실상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모든 검증을 받겠다는 조건하에서 국제금융세력에게 굴복한 것이다. 그러니까 일본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것에 동의했고, 6자회담 당사국들도 이번 합의를 수용할 것이다. 식량, 에너지, 금융, 정보, 기술 등에서 완전히 봉쇄당한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가들을 상대로 모든 면에서 이길 게임을 할 수는 없다. 미국이 북한에 끌려간다고 보수진영에서 불평하겠지만, 미국은 북한 정도에 끌려갈 수준의 군사외교적 약체국가는 아니다. 이번에 美北합의는 결국 북한의 패배와 미국의 성공으로 귀결될 것이다. "테러지원국 해제, 북 '남은 장사' 했다"며 연합뉴스가 설레발이 치는 등, 이번 미북합의로 북한이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남한의 언론들이 호들갑 떨겠지만, 이번 합의로 북한 김정일의 운명은 더 깊이 미국의 손에 빠져들었을 뿐이다.

미국이 북한핵에 대한 완전한 검증을 전제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함으로써, 북한핵 검증문제를 둘러싼 대립으로 파국위기까지 치달았던 북핵 문제는 일단 2단계 불능화 작업을 위한 본궤도로 복귀하게 됐으며, 북미간 핵검증 합의를 추인하기 위한 6자회담도 조만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연합뉴스는 전망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국무부에서 성 김 북핵특사, 폴라 드서터 검증.준수.이행담당 차관보 등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이 추구했던 모든 요소가 핵검증 패키지에 포함됐다"며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방침을 밝혔다. 미국은 매우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혹은 겉으로는 북한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미국이 보여주지만, 장기적으로 혹은 실제로는 미국은 북한을 통제하는 데에 있어서 매우 만족할 만한 조건으로 북한과 합의했다고 평가된다. 미국 앞에 북한은 주인 앞에 코 꿰인 소의 신세에 불과하다.

이번 합의는, 북한의 미신고 핵시설에 대해서 상호 동의 하에 검증하기로 했지만, 북한이 과거에 추출했던 플루토늄 양에 대한 검증뿐만 아니라 우라늄농축프로그램 및 핵확산 활동 등에 대한 검증도 포함됐으며, 이를 위해 북한이 신고한 시설에 대한 전문가들의 방문 검증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6자회담 당사국 전문가들의 검증과정 참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문 및 지원역할 이행, 시료(샘플)채취 및 과학적 입증활동 보장 등이 검증패키지에 포함됐다고 한다. 미국은 금융제재를 풀어줌으로써, 얻고 싶은 것을 대부분 얻었다고 보면 된다. 북한은 겨우 금융제제를 해제받음으로써, 핵무기에 대한 대부분의 무장해제를 당하게 되었다. 미국은 북한이 충분히 금융, 에너지, 식량 등에서 고사되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미국의 북한통제는 서서히 북한을 말라죽이는 전술을 택했던 것 같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살라미 전술'을 쓰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북한을 향해서 '살라미 전술'을 쓰는 것이다.

이번 합의는 지난주 사흘간 북한을 방문했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사이에 이뤄진 것이며, 조지 부시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은 것이다. 미국과 북한 간의 합의 내용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던 일본 정부도 테러지원국 해제에 동의할 정도로 대체로 합의 내용에 만족할 만하다. 미북 합의사항을 6자회담에서 공식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6자회담에서 북미 검증합의가 추인되면 북한에 대한 검증작업은 일단 북한이 신고한 시설에서 시작해 미신고 시설로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미신고 시설의 경우에는 북한과 미국이 상호동의를 해야 한다는 전제가 달려있어 실제 검증이행 과정에서 논란을 예고된다"고 연합뉴스는 분석했다. 물론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철저한 검증에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요리당할 뿐이다.

이번 美北합의에 대해 미국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고 한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일리아나 로스-레티넌(공화.플로리다) 의원이 "북한이 자신들의 약속을 이행하기도 전에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불법적인 핵프그램을 계속하고 극단적인 정권에 핵협력을 제공하는 일을 부추기고 말았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AP통신은 "이번 조치는 북한의 나쁜 행동을 보상하는 것이며, 특히 이란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보낸 것이다. 북한의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일 뿐, 북한의 핵확산과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의혹은 다루지 않고 있다"는 미국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전했다. 하지만 이번 美북합의는 미국에 손해가 아닐 것이다. 북한이 특유의 '벼랑끝 전술'과 `살라미 전술'을 써봤자, 철저한 조건부로 금융거래를 허락받고, 북한의 핵시설은 발가벗겨질 것이다.
 
물론 미국이 북한을 더 조이게 되면, 미국에게 유리하고 북한에 불리한 국면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합의는 북한에 미국이 굴복한 그런 합의로 평가할 수 없다.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검증을 전제조건으로 금융제재를 해제시켜주겠다는 이번 합의는 철저하게 조건부이다. 북한의 핵시설과 금융거래에 대한 정보를 미국이 파악할 수 있다. 만약 핵시설에 대한 철저한 검증조건을 북한이 어기면, 미국은 순식간에 북한의 금융거래를 정지하면 된다. 미국은 잃을 것이 없는 게임을 북한 핵문제를 걸로 하고 있다. 북한은 다 이겨봐도 국제사회에서 겨우 조건부로 금융거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남한을 겨냥한 핵무기 위협으로 국제적 테러리스트가 되어 몇 년을 싸워온 김정일은 이제 겨우 국제사회에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신용불량상태를 면제받아 보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인 이런 극적인 美北합의 과정에서 김정일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의혹이다. 김정일이 정말 뇌졸중으로 아프다면, 이렇게 북한의 핵시설을 무장해제 당하는 미북합의를 누가 주도했을까? 군부나 당이 무장해제로 규정될 정도로 과감하게 미국에게 핵시설을 검증하도록 허락할 수 있었을까? 이동복 안보전문가가 추론했듯이, 김정일은 실제로 아프지 않았고 꾀병을 꾸며내어서 온 세계에 선전하면서, 이런 핵시설 검증합의에 대비하고 있었을까? 북미합의 과장에서 김정일이 건강이상설을 사전에 고의적으로 조작해서 확신시켰다면, 그 김정일의 아픈 듯한 꼼수는 궁극적으로 북한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까? 음모와 꼼수로 일생을 살아온 김정일의 대미협상 전술은 비밀스럽지만, 북한의 생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듯 하다. 진정성이 없는 김정일은 아무리 꼼수를 부려도 국제사회에서 왕따된 북한을 구하기 어려울 듯하다. 미북합의와 김정일의 역할이 궁금하다.  [조영환 편집인: http://allinkorea.net] 

 
다음은 국무부의 발표 내용 전문이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비핵화를 신뢰성있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검증수단의 중요성에 대해 협의를 진행해왔다.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올해 7월 만나 검증수단에 관해 협의하고 당사국들간에 문서 초안을 교환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7월12일 검증방안에는 북한내 시설방문과 문서검토, 기술진을 상대로 한 인터뷰, 6자회담 당사국들간에 만장일치로 합의된 여타 방안 등이 포함된다는 내용의 언론발표문을 내놓았다.

북한 정부의 초청으로 6자회담 당사국들을 대표해 미국의 협상팀이 10월1-3일 평양을 방문, 검증방안에 관해 집중적인 협상을 진행했다. 이번 협의를 토대로 미국과 북한 협상팀은 중요한 검증수단들에 관해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 6자회담 당사국의 전문가들이 검증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의 전문가도 포함된다.

-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검증에 중요한 자문과 지원 역할을 담당한다.

- 전문가들은 신고된 모든 시설에 접근할 수 있으며 신고되지 않은 시설에 대해서는 상호 동의에 의해 접근한다.

- 샘플링과 실증적으로 규명해내는 과학적인 절차의 이용에 관해서도 합의가 이뤄졌다.

- 검증체계에 포함된 모든 조치들은 플루토늄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 모든 우라늄 농축, 핵확산 활동 등에 적용된다. 여기에 6자회담 당사국들 사이에 이미 합의된 감시체계는 핵확산과 우라늄농축 활동에 대해 적용된다.

이러한 검증수단에 관한 미국과 북한의 합의는 양국간 공동 문서와 여타 약정으로 성문화됐으며 철저한 협의를 거쳐 재확인됐다. 합의내용과 부수된 양해사항은 여타 당사국들에게도 전달됐다.

검증수단들은 가까운 미래에 6자회담 당사국들에 의해 최종적으로 채택될 검증의정서의 기준선 역할을 할 것이다.

북한이 6월26일 제출한 핵신고서의 검증은 5월8일 제출된 영변 핵시설의 가동기록에 관한 1만8천쪽이 넘는 문서의 검토작업과 함께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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