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는가?

필요할 때만 민족공조를 써먹나?

한민족의 이동이 최초로 시작되었을 러시아의 바이칼 호를 보면서 우리 민족의 기상이 여기서부터 나왔을 것이란 감동과 설레임을 가슴에 품고 이동수단으로 일부러 선택한 이르크츠크에서 몽골의 울란바따르까지 38시간의 기차이동 시간 내내 한반도의 분단문제를 고민해 보았다.

구한말에 일본이 한반도를 합병하려고 러시아, 영국, 미국과 비밀협약을 이야기 할 때, 우리 조상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나라의 경영을 고민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여행 길 이었다.

조상 탓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국가의 권리마저도 다 내준 서글픈 한국 근대사의 단면이 바이칼 호의 물속으로 슬라이드처럼 스치고 지나가고 있을 지금도 한반도 전체는 모순투성이인 것이다.

“동북아 평화와 21세기 한.몽관계:러일협략을 회고하며”라는 주제로 몽골국립대학교에서 진행된 한국정치외교사학회 주최의 국제학술회의에 국제화시대를 대비하는 동북아국가들의 역할을 논한 논문 토론자로 참석하여 동북아와 시베리아 지방의 역사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앞으로 각국의 협력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있었다.

특히나, 한몽간의 강화된 경제관계가 상호보완성에 입각한 제도적 장치마련으로 상생하는 시나리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동북아시아의 발전전략을 논하고 구상하는 모든 문제에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도 인정되지만, 분단구조로 덫에 걸려 있는 여러 가지 안타까운 사안(事案)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더 답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달리면서 우리가 분단국가가 아닌 통일국가로 남아있을 경우, 이 열차를 대한민국의 심장부까지 직접 달려서 이루어 질 수 있는 모든 인적, 물적 자원들의 이동을 생각해보니, 지금 두 동강이가 나 있는 우리들의 족쇄가 너무나도 크게 다가온 것이다.

모순으로 가득 찬 정체체제가 있는 한 이 시나리오는 가시화될 수가 없는 것이다.

필자가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이동을 하고 있는 동안, 북 핵 6자회담이 열려서 올 해 10월까지 대북에너지 지원을 완료하는 대가로 북한도 핵 불능화 일정을 완전하게 소화키로 다시 합의를 보았다는, 이제는 다소 색이 바 랜 소식이 있었지만, 웬 지 필자의 가슴은 북한의 전술을 알면서도 애써서 놀아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서글프게 다가온 것이다.

놀아나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대화의 場을 갖고 갈 수 밖에 없는 한계상황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말이다.

말로는 국내의 친북좌파들을 이용한 민족공조로 對南전술을 획책하면서, 대외적으로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전술로 미국과 더 가깝게 외교 책략을 구사하는 북한의 모습에서 南北간에 진정한 신뢰성이 형성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다시 느끼는 것이다.

두고 지켜 볼 일이다.

정작 필자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 사건은 몽고의 울란바타르 호텔에서 국내의 소식을 온라인으로 점검하다 접한 북한군 초병에 의한 대한민국 관광객의 피격사건인 것이다.

더더욱 필자의 가슴에 충격을 던진 것은, 국가의 첫 번째 의무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 크게 구멍이 뚫린 상황에서 그 순간에도 머뭇거리면서 對北관광사업이 돈 벌이를 위해서 계속적으로 진행된 눈앞의 이해에 젖은 처세술인 것이다.

이렇게 눈 앞의 조그마한 이득과 보이지 않는 허무한 구호만 쫒는 우리들의 모습이라면, 북한은 앞으로도 제2의 제3의 사건을 일으킬 개연성(蓋然性)이 더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이처럼 불합리한 이유로 훼손당하는 큰 사건 앞에서 진정으로 우리국민들이 촞 불을 드는 민주적 감각이 필요한 것이다.

이 문제는 쇠고기 보다는 열 배는 더 중요한 사건이라는 필자의 판단이다.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정부는 허겁지겁 금강산 관광을 일시 중단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개성관광은 이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모습이 누굴 위해서 이 국가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상식 있는 국민들의 큰 질문에 봉착할 수가 있을 것이다.

상식(常識)이 통하고 투명한 민주적인 절차의 소중함이 통하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이 문제는 이렇게 부분적인 조치와 인식으로 덮을 사안(事案)은 아닌 것이다.

철저한 조사와 사후방지책을 요하는 것이다.

상식이 잘 통하지 않는 북한에게 평화를 구걸해서 우리가 이런 식으로 북한 노동당의 대남전술의 포로가 되는 나약한 대북정책이 결코 우리가 원하는 평화를 한반도에 가져다 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가 러시아 이르크츠크의 바이칼 호수를 보면서, 시베리아의 황량한 벌판을 응시하며 우리 민족의 분단의 문제를 고민할 때에도, 우리 민족의 現 주소는 이렇게 상호간의 갈등과 불신으로부터 나아갈 수 없는 서글픈 가면무도회의 연장선상에서 헤메고 있는 것이다.

필요할 때만 던지는 그들의 거짓 민족화해 평화공존논리가 이렇게 애매한 백성들의 죽음을 부른 것이다. 국가의 전략이 관념적인 선에서 머무르다보면 이렇게 큰 피해는 국민들에게도 하나 둘 시간차를 두고 돌아올 것이다.

필자가 몽고에서 이 소식을 접할 때의 느낌은, 대한민국의 갖고 있는 모든 유무형의 자산을 이제는 다시 정비하고 다듬어서 현실적인 잣대로 힘을 모으고 북한이 보이고 있는 非상식적이고 非 이성적인 행태에 대해서 분명한 경고(警告)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안에 대한 분명한 사과나 재발방지에 대한 북한의 다짐이 없이 북 핵 6자회담을 열 번 한 들 그 것이야 말로 우리에겐 연목구어(緣木求魚)인 것이다.

정부는 조그마한 진전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온 것처럼 과대 선전하는 우를 절대로 범하지 말아야 한다.

필자가 보기엔 앞으로 북 핵이 완전히 제거 될 시점까지는 적어도 한 세대의 큰 시간과 싸우는 기다림의 고통이 있어야 할 것이다.

민족공조를 그토록 강조하던 김정일 정권, 북한병사의 총에 국민이 죽고 우리정부를 배척하고 미국과만 대화해서 외교적 실리(實利)를 챙기려는 북한에게 아직도 대화와 평화만 구걸하는 정부의 태도는 전략.전술의 문제를 떠나서도 이제 국민들에게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합당한 선에서 인내를 하고 기다리지만, 그래도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대응이 부재하면 우리 정부는 이제 단호한 상호주의 목소리를 내고 북한정권이 지금 저지르는 이중플레이에 대한 과감한 종지부를 선언하고 선명한 원리원칙으로 대북한문제를 풀어야 할 때인 것이다.

세계 2차 대전 직전에 독일의 히틀러의 평화공세에 속은 영국의 쳄버레인 수상처럼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다소 남북문제가 경색이 되고 한반도에 일시적인 긴장이 온다고 해도 우리가 주장하는 원칙과 주장이 한반도의 앞날을 위해서 유익한 것이고 통일 후의 한반도 노선에 합당한 것이라면, 현장 조사하나 제대로 못하는 우리정부의 나약한 노선을 버리고 원칙과 단호한 논리로 한반도 모순의 아픔을 녹여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단호하고 명쾌한 결론이 우리 앞에 있는데, 지금도 쥐꼬리 만 한 정파(政派)의 이득을 염두하고 북한문제의 본질을 애써서 비켜가려는 세력들이 우리 사회에 있는 것이 매우 통탄스러운 것이다.

사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사기업끼리 이 문제를 매듭짓고 정부의 진상조사를 거부하는 북한의 태도와 이러한 엄청난 국민주권 부정행위를 단호하게 취급하지 못하는 우리정부의 비겁한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북한을 인도적으로 돕는 것, 그리고 전략을 갖고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을 인정한다 해도, 이렇게 명명백백(明明白白)한 대한민국 무시 행위에 대해서 뒤로 대화하고 쉬쉬하는 정부당국의 태도는 국민들의 비난을 받아서 마땅한 것이다.

하루빨리 북한은 제정신을 차리고 우리 정부는 단호한 대처논리로 이러한 북한의 잘못을 일깨우는 정책의 대전환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

그 총격사건은 단순한 일회성의 총격사건이 아니다.

앞으로 “크로싱”이라는 영화에서 보인 어린 영혼이 북한의 독재정권으로부터의 폭압(暴壓)을 피해 몽고의 벌판에서 목숨을 잃고 유린당한 반인륜과, 반민주의 형상을 이런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가 다시 보아서는 안된다.

탈북자영화 ‘크로싱’에서 중국의 국경선을 넘어서 몽고의 황량한 벌판을 배회하다 굶어죽은 아이의 영혼을 몽고 초원의 현장에서 느낀 방문이어서 더더욱 황량한 느낌이 든다.

몽골초원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달리는 기마병들이 연상되는 이 순간, 민간인에게 총질하는 북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2008.7.14일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hanbatforum.com)

대민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원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