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에 개교 예정으로 설립 중인 평양 과학기술대학에 북한 당국이 예상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김진경 총장에게 한국인 교수는 물론, 외국인 교수에 대한 초빙을 포함한 모든 인사권을 위임했다고 한다(매일경제2008.7.10).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와 거기에 호응하는 대한민국의 관계자들을 보며 몇 가지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대한민국을 비롯한 외국의 우수한 과학기술이 김정일 독재에 악용될까 하는 우려다. 지금은 타국의 앞선 선진 기술을 빼내오려고 엄청난 거금과 정보력을 동원하는 산업전쟁의 시대다. 그런데 국내외의 우수한 인재들이 자청해서 들어가 선진과학기술을 북한에 전수해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전수된 과학기술이 핵무기와 각종 신무기가 되어 우리의 머리 위로 날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둘째, 지금 북한에 가장 필요한 건 과학기술이 아니라 김정일 독재체제의 해체다. 북한이 과학기술이 모자라서 못살게 되었는가? 창고에 군량미를 쌓아두고, 금고에 달러를 쌓아 두어도 주민들을 위해 정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3백만 명이 굶어죽었다. 이 대학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이들은 이 학교를 통해 민간교류의 확대와 북한의 국제화를 돕겠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통제국가인 북한이 과연 그렇게 쉽게 개방화의 길로 갈 것이라고 장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셋째, 이 대학의 재단 이사진들과 실질적인 후원자들은 모두 유명한 이 나라의 개신교 목사님들이다. 목사님들은 무엇보다도 물질적인 가치보다 보이지 영적인 가치에 우선권을 두는 분들이다. 영적인 가치관이 잘못된 사람에게 과학기술을 전수해주는 것은 마치 교활한 폭군에게 신무기를 갖다 바치는 것과 같다. 

배고픈 자에게 우선 필요한건 빵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간교한 살인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그의 수족을 결박한 이후에나 빵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만일 그 빵을 먹은 사람이 힘을 얻어 여전히 살인을 자행한다면 오히려 그의 악행을 돕는 결과가 되지 않겠는가? 한국 개신교가 악랄한 폭군의 수족이 될까 두렵고, 그 폭군의 살인 행각을 돕는 살인의 공범이 될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