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고되어야 할 대한민국의 협상능력

거창한 구호보다 내실 있는 총력전이 필요한 시점

하루 하루 소중한 시간에 쇠고기 정국으로 더 중요한 국가의 주요 현안(懸案)들이 실기를 하면서 국익을 좀 먹고 있다.

필자가 지 난 번의 글에서 걱정한 것처럼, 이번의 쇠고기 정국은 어쩌면 오랜 시간 전부터 대한민국의 협상능력과 이를 점검하는 총체적인 시스템조정과장에서 문제점을 보완하지 못하고 방치한 결과라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에 걸 맞는 협상능력, 로비능력을 갖춘 사회의 인프라가 적은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정운영시스템이었다면, 관료사회의 건강성과 탄탄한 실무능력이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각론에서 잘 소화하고 총론적으로 더 보완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내실 있게 끝내고 이 문제를 이 정도로 키우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필자가 수 차례 외국의 국제회의에서 만나 개인적으로 많은 대화를 나눈 바가 있는 미국 민주당의 원로의원인 찰스 랭글(Rangel) 의원이 미국의 생리를 잘 대변하는 말을 했듯이, 우리정부가 좀 더 이성을 갖고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최소화하는 외교적 총력전, 입체적인 로비전을 미국을 상대로 전개해야 한다.

美하원의 세입위원회 찰스 랭글 위원장이 14선의 관록을 무게로 지난 2일자로 현지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의 비준시점을 미 대선이후로 예견하는 것에서 우리가 좀 더 시간을 갖고 쇠고기 문제를 미국과 탄탄하게 협상할 수도 있었음을 느껴서 더 안타까운 심정이다.

내각과 청와대 수석들의 구조를 재정비하는 문제와는 별도로 대한민국의 외교력과 협상능력을 총체적으로 제고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 후, 필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국책과제를 발굴하고 정부정책 및 조직을 손질하는 주요 대상으로 통상협상에서 협상인력의 인재풀을 특화하고 장기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전달하고 이를 법제화 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의 시스템에서 인력관리 및 대처능력의 한계를 보강하고 정예화 된 인력양성에 더 큰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시위물결 뒤에서 차분하게 시위의 열기와는 별개로 우리가 점검해야 할 주요한 사안(事案)인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이번에 30개월 이상의 소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미국정부의 양보를 얻어내든, 아니면 미국 수출업자들의 자율적인 규제(VER)를 얻어내든, 앞으로도 우리정부 협상분야의 공직자들에 대한 자질 향상 및 점검은 우리정부의 큰 숙제로 남게 되는 것이다.

고시제도 연공서열로 보직이 정해지는 경직된 관료제도의 한 단면인 것이다.

지금 이렇게 문제가 터지고 난 이후에야 한나라당이 집권당으로 뒤 늦게 재협상수준의 대책을 이야기하고 국회차원의 사절단을 미국으로 보내서 미국의 여론을 우리 쪽으로 일이키는 조치를 강구중이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입체적인 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와 문화적 공감대를 토대로 한 응집력 있는 다양한 인사들의 역할들이 더 중요해 지고 있다.

지난 좌파정권 10년의 아픔을 극복하는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하는 이명박 정부가 이러한 문제에서 탈출을 할 수 있도록 미국 내의 한국인들 그리고 미국과 연을 맺고 있는 온 국민들이 총체적인 對美로비전을 전개할 때인 것이다.

정부의 관련인사 경질문제와는 별개로, 안타깝게도 정부의 실수를 이용하여 단점을 확대재생산하는 극소수의 反정부세력과 정치적 이득을 위한 파당정치를 일삼는 일부 정치세력들의 경거망동(輕擧妄動)이 대한민국 전체의 국익(國益)을 얼마나 손상시킬지 우리가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정부가 스스로 미숙하게 제공한 反정부물결의 근원을 제거하는 신속하고 발 빠른 인적쇄진, 국정쇄신 조치와 별도로 민주질서 수호차원에서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하는 불법적인 행위들에 대한 조치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선량한 마음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시위대를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정치적인 구호로 반정부투쟁을 일삼는 일부세력에 대한 규명한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미 反美, 정권퇴진 구호로 변질되고 있는 촛불집회의 심각성에도 더 귀를 기울이고 선량한 국민의 뜻을 모은 근본적인 처방이 빨리 나올 수 있는 총체적인 외교전을 전개할 시점인 것이다.

필자는 무역대국인 대한민국이 무역을 통해서 모든 경제성장의 토대가 구축되는 지구촌화시대에 정식으로 정부가 서명한 협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3류 국가 같은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인 것 자체가 수백억 달러의 국부가 손실되었다는 자성론이 심각하게 정부 내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미봉책으로 넘어가선 안된다.

정권출범 100일을 맞이한 이명박 정부는 직언(直言)과 충언(忠言)을 할 수 있는 능력 있고 역사관, 국가관이 정립된 인사들을 발굴하여 요직에 등용하여 이와 유사한 사태를 예방하는 탄탄한 국정운영시스템의 마련 및 대책정립에도 심각하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초반의 실수와 오판(誤判)이 훗날 이 정권에 약으로 돌아오는 아픈 경험이 되기 위해선 미봉책보단 혁신적인 마음으로 큰 구도에서 정국구상을 다시 하는 용기(勇氣)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모든 국제사회의 통상협상은 하나를 양보하면 하나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번에도 자동차부문에서 우리 측의 막대한 이익을 염두하고 소고기 시장을 더 확대개방하는 협정안(案)에 협의한 정책결정자들의 고민도 보이지만, 민감한 쇠고기 문제를 기본적인 점검사항도 국민들에게 거르는 절차도 없이 너무 빠른 시간차로 마무리한 큰 실책을 덮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라가 이 처럼 어려우면 우리 모두 대동단결(大同團結)하여 이 위기를 끝내고 국내정치를 안정시킨 후, 지금 한반도를 향해서 불고 있는 예측불허의 핵 풍도 막고, 광풍으로 변질 중인 기름 폭풍도 막는 지혜를 모으기 위한 국민들의 결의 운동이 대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모두 미국을 향한 총체적인 로비전을 통해서 일단은 이 위기(危機)를 스스로 극복하여 국민역량의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하는 방향으로 모든 협상력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더 큰 교훈으로 무장하고 유사한 실수를 되풀이 하는 대한민국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08.6.4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www.hanbatforum.com)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전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