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버시바우 설전(舌戰)

駐韓미대사인 알렉산더 버시바우(Vershbow) 미국대사가 21일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서 소고기 문제를 다루는 손 대표 등의 태도에 대해 “실망했다(disappointed)”는 항의성 멘트가 온 것을 놓고 민주당이 발끈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가 크게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민주당은 외교적 의전을 문제 삼으면서 일국의 대사가 야당의 대표에게 항의성 전화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견 타당성(妥當性)이 충분히 묻어있지만, 합리성(合理性)을 갖춘 민주주의를 가장 성실하게 실천한다는 미국을 대표하는 대사가 왜 이런 전화를 사적으로 해야 했는지에 대해선 우리가 깊은 성찰(省察)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전 세계에는 미국을 보는 여러 시각이 존재하여 패권적인 시각에서 미국의 모순을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말이다.

이러한 항의성 전화를 공개하면서 전날 청와대 회동에서 손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하여 “美 대사가 다짜고짜 따지고 들었다”는 손대표의 언론유포성 멘트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일단 외교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필자의 판단으론, 대사가 사적으로 전화한 부분은 사적인 대화를 통해서 의견 표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을 것이고, 이러한 취지를 잘 아는 손대표는 개인적인 의견만 전하고 ‘한미FTA처리’등이 걸린 예민한 시기에 조용히 개인적인 유감표현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 공당의 대표가 취할 적절한 태도였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필자가 보아도 손학규 대표는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고 우리나라에서 학계, 공직, 정계에서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쌓아온 경륜을 바탕으로 국제정세의 흐름이나 우리나라가 앞으로 국가가 어떤 전략을 갖고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정확한 지표(指標)를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국가의 지도자가 주한 외교사절들을 상대한 한 발언에는 좀 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되어지는 것이다.

청와대와 행정부가 소고기 협상과정에서 미숙하게 대처한 점은 야당의 대표로써 철저하게 따져야 하지만, 걸러지지 않은 일반시중의 의견을 너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자칫 정치적인 지지기반 확대를 위한 정치적 선동성에 기댄 발언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가 있다.

설사 조금 불쾌하고 사리에 어긋나는 한 대사의 발언이 있었다 할지라도 개인적인 친분을 믿고 대화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고 공개적으로 미국정부에 항의하는 모습은 국제정치를 알고 있는 한 공당(公黨)의 대표가 할 적절한 처신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외교를 잘 모르는 정치권에서는 상식적인 예를 거울삼아 절차와 표현상의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자국들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외교사절단이 특정 인물에게 전화를 해서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발언을 할 권리는 충분하게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러한 불필요한 마찰이 오래 갈수록 양국에 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숙지하고 하루라도 빨리 두 분이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만나서 불필요한 앙금을 해소하는 것이 양국의 국익(國益)에 도움이 되는 길일 것이다.

2008.5.22일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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