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짚어보아야 할 아픈 사연들

필자가 정부의 중앙부처인 통상산업부, 외교통상부에서 근무할 시절 정치권 인사들의 다소 문제가 있는 자격을 놓고 국가의 많은 엘리트들이 가볍게 이야기 거리를 삼아 농담을 하던 기억이 새롭다.

민심(民心)을 먹고 살아가던 정치인들이 일반백성들의 권익신장보다는 자신들의 잘못과 위선(僞善)을 엄폐하는 바람직스럽비 못하던 정치행위를 탓하던 기억이다.

하나, 지금은 시절도 많이 바뀌고 누가 누구를 탓할 정도의 저질스런 정치행위는 높아진 민심(民心) 앞에서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단지, 국리민복과 국가의 안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위장하고 교묘하게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만 꾀하고 궁극에는 국가의 이익과 국민들의 복리만 해치는 아주 악성 고단수의 일부 선전선동꾼들이 정치권에 많이 양산되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다.

필자의 눈엔 지금 쇠고기협상을 둘러싸고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은 국민 앞에 우리 모두다 국가를 중심에 놓고 보면 함량미달의 공직자요 하는 고해성사(告解聖事)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국익(國益)을 놓고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는 국제협상의 무대에서 우리가 차분한 이성으로 국가의 이익을 우선순위로 놓고 현안(懸案)을 숙의하고 책임소재를 가리는, 아주 세련되고 민주적인 검증공방보다는 자신들의 이권만 앞세운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들이 잘못된 유언비어(流言蜚語)와 함께 대한민국의 영토를 물들이고 있는 아주 잘못된 형국이 되어 버렸다.

지금도 차분하게 이성을 찾고 자신들에게 부여된 소임과 민주시민으로써의 자질에 대한 깊은 성찰(省察)을 요하는 시점이다.

이 번 ‘쇠고기 파동’은 그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한 덩어리의 생명체가 성장해 오는 과정에서 알면서도 묵인하고, 혹은 자신의 부귀영화(富貴榮華)를 위해서 적당하게 무시하고 걸러오던 ‘사회작동인프라’의 허점들의 총체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 책임 있는 정치권의 모습보다는 선전선동적인 정쟁(政爭)이 앞서고, 자질이 부족한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허물도 보지 못하고 자질에 일부 문제가 있는 통상부서 공무원들만 일방적으로 탓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과거 십 수 년 전에 영국의 외무성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치열한 학습의 과정인 박사학위를 끝내고 귀국하여 국내 대학의 강단에서 국제정치경제를 강의하다가, 국내의 통상경제부처에 통상전문요원으로 특채가 되어서 공직생활을 몇 년 하였다.

그 당시에는 파격적인 인사채용방식으로 경직된 고시제도를 보완한다는 취지에서 국제변호사와 통상전문가를 발굴하여 특채 형식으로 고시합격과 같은 고위 공직에 임명한 것이다.

그 이후 몇 년간 국내의 통상협상부서인 통상산업부, 외교통상부에서 주로 경제협력, 통상협상을 담당하면서 치열하게 전개되던 국제경제질서의 무서움을 일찍이 깨달은 바가 있다.

아마 지금쯤도 공직에 계속 있었다면 아마 협상전문 외교공무원으로 성장하여 아마도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이러한 협상에 직접 참가했었을 것이다.

이러한 경력을 갖고 있던 필자가 더 큰 청운(靑雲)의 꿈을 안고 한국정치의 개혁을 외치면서 정치권으로 발을 옮긴 지도 벌써 8년이란 시간을 경험하면서, 정치권과 행정부의 본질에 대해서 비교하고 나름의 문제점에 대해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얼마 전에 한 일간지 보도에서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동물성 사료금지조치의 완화’라는 표현을 ‘강화’라는 의미로 잘 못 받아들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세상에 공표되면서 한국 통상협상 대표단의 실력수준을 심각하게 문제 삼은 적이 있다.

필지의 기억으로도 이러한 일이 일어날 개연성은 어느 정도 있었다.

주로 고시라는 제도를 통해서 충원된 고급 행정인력들이 어학에서는 큰 결함을 보이고 있었지만, 단지 연공서열위주의 대한민국 행정부처 운영체계인 인사제도는 철저한 어학능력에 대한 검증도 없이 이들을 이렇게 협상단의 대표로 임명하고 무리하게 협상을 진행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통상협상을 전담하는 고급인력은 철저한 어학능력의 검증위에 철저한 전문지식을 갖춘 특별한 인력으로 교체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이미 경직된 대한민국의 공직자 발굴 및 운영체계인 고시제도는 이러한 허점을 수십 년 부터 잉태하고 있었지만, 폐쇄적 관료주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점진적인 수정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는 할거주의에 몰입되어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 비해선 최근에는 부분적인 보완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하고 있지만 아직도 본질을 변하지 않고 이러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대한민국의 공무원 인사제도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이러한 행정부 전문 관료들의 허점과 능력부족을 점검하고 탓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더 더욱 아닌 것이다.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권이야말로 목소리만 크지 차분하고 내실 있게 이러한 문제점을 짚어 줄 모양새는 더더욱 아닌 것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정책결정, 이행, 그리고 점검체계의 총체적인 부실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우리 스스로 빠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스스로 지난 반세기의 건국과정에서의 자정능력을 우리 스스로 조금씩 무시하고 지나 온 결과인 것이다.

필자도 평생 어학을 공부하고 신장하는 일에 큰 열정을 갖고 온 보람으로 한 때는 국내 유력인사들의 전문통역까지도 하는 경력을 갖고 있지만,  단지 유학 몇 년에 그리고 연 수 몇 년에 이러한 전문적인 실력이 배양되는 것이 더더욱 아니기에, 외교인력 및 통상협상분야의 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검증 및 보완작업이 미래의 제2차 쇠고기 파동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지금부터라도 진행되어야 할 것이란 주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성은 그렇게 나이가 든 이후 간단한 노력으로 확보되는 그러한 사안(事案)이 더더욱 아닌 것이다. 어학실력도, 분야별 실력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누가 누구를 탓하기 위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호가 좀 더 바른 방향으로 작동하여 실 수 없이 더 큰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러한 국가작동의 한 부분도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들을 조금 더 희생하면서 가야 하는 점진적인 개혁대상의 한 분야라는 것을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많지 않은 경험자의 한 사람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2008.5.17일 박태우 博士의 푸른정치연구소

(www.hanbatforum.com)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원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주한동티모르 명예영사

前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