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검증을 보장할 수 없는 외교적 언사들

이제는 매우 구체적인 대책을 이야기 할 시점

이명박 대통령이 訪美일정 중에 부시 대통령과 격식이 없는 파격적인 대화로 새로운 한미관계의 場을 열은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 난 며 칠 현지 대통령 면담 차 방문한 동티모르의 열기를 평화와 동포애라는 감정으로 다시 소화하기 전에 필자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렇게 또 나름의 한미동맹 구상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해 본다.

중층적, 다층적 국제질서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금과 같은 韓美간의 전략적 동맹(strategic alliance)이 갖는 의미는 너무나 크고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깊은 마음으로부터 축하하는 자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전략적 동맹을 지구적 동반자로 굳히는 단계에서 북 핵 문제에서의 원론적인 합의와 형식적인 외교적인 협조채널의 가동만으론 이러한 큰 범주를 확신시키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분명한 숙제가 하나 있다.

21세기의 전략적동맹관계가 핵 확산 방지, 교육기회 확대, 자유무역의 신장을 위한 공동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테러문제, 국지적 도발 방지 문제, 에너지 안보문제, 그리고 기호변화 협약 등의 생태계 문제 등 매우 보편적이고 다급한 국제적 현안에 대한 공조를 필요로 하지만, 지금은 우선 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하는 긴급한 현안과제가 바로 우리의 어깨위에 걸려있다는 사실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단은 예정이 되었던 주한미군의 추가감축을 막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성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정부가 플루토늄 문제에만 집중하여 꺼져 가는 6자회담의 동력(dynamics)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서 마지막 까지 외교적 타결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지만, 철저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의 핵 문제 해결 노력이 따르지 않을 경우 이러한 韓美간의 기대를 충족시킬 지는 아직도 큰 미지수 인 것이다.

겉치레가 강한 외교적 언사(言辭)로 정상 간에 철저하고 검증 가능한 북 핵 문제 해결에 합의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이러한 확실한 '북핵공조문제'를 뒤 받침 할 구체적인 정책의 문제가 뒤따르지 않는다는 허점을 우리가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4월 21일자 International Herald Tribune지 사설은 “북한의 핵문제를 끝내야 한다(Ending North Korea's Nuclear Program)”에서 미국이 이렇게 까지 북한에 양보하는 고민을 잘 다루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지금 이 순간 애매모호한 외교적 수사 이상의 구체적이고 투명한 미국정부와의 대응책이 있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 사설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북한에 대한 협상노력을 아직은 불완전한 것이지만 이 것 만이 회담을 살리는 길(It's an imperfect solution, but it may be the only chance to move forward)"이라는 내용으로 미국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지만, 우리정부는 분명 다른 입장을 내어 놓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때마침 존 메케인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도 샌프란시스코의 주요일간지인 새너제이머큐리뉴스에 16일자의 기고문을 통해서 “동맹국 한국의 입장을 지지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주문해서 北美간에 진행 중인 가능성이 있는 모종의 비밀 합의대신 한국정부와의 조율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사실에 우리 모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그의 글에서 對北협상에서 더 이상의 원칙이 없고 감성적인 접근은 금물이고 지금까지 검증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북한의 태도를 잘 연구해서 韓美간의 굳건한 동맹만이 북한의 핵을 없앨 수 있다는 우회적인 표현인 것 같아서 퍽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해 본다.

그는 기고문에서 “북한의 상황은 끔찍하다. 미국 대통령이 조건 없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는 김정일이 核 무기를 포기하게 만들지도, 주민들에 대한 가혹한 행위를 종식시키지도 못한다.”고 현실적인 지적을 하고 있다.

주변강대국들과의 우호적인 관계유지를 위해서도 미국과의 동맹관계강화는 오히려 이러한 한반도의 안정을 보장하는 튼튼한 끈이 된다는 인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동북아정세의 흐름에서 우리가 예외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카드로 북한의 성실한 신고와 검증을 강조해서 북한을 韓美공조로 압박을 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면에서는 어떻게 북한을 철저하게 검증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성이 결여 되어 항상 원론적인 외교적 언사의 범위를 넘지 못하는 결점도 그대로 내재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이 번 회담을 통해서 ‘비핵.개방 3000 구상(Denuclearization, Openness, 3000)’ 등의 이명박 정부의 구상에 동조하는 것은 외교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구체적인 공조의 틀이 부재한 이러한 외교적 언사만으론 또 다시 북한의 핵을 추가로 허용할 수 있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할 함정을 많이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정부는 지금 이 순간에 이 정도의 외교적 공감대로 외교적 성과를 자축하지 말고, 좀 더 구체성을 띤 對北노선이 무엇이고, 앞으로 북한이 우리가 요구하는 수준의 북 핵 검증노선에서 계속 이탈할 경우 어떻게 미국과 공조할 것인지에 대한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더 중요한 순간이란 생각을 절대로 지워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인 데니스 윌더(Dennis Wilder)가 지난 목요일에 이야기한 ‘플루토늄과 우라늄, 핵 확산 거래 의혹 분리원칙(The declarations regarding proliferation and uranium would be negotiated separately and would not be part of the main declaration called for in last year's agreement)’에 무조건 적으로 동의하지 말고 하 나 하 나 다 시 미국과 협상하여 다 같이 묶어서 가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를 앞으로 당기는 길 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08.4.21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www.hanbatforum.com)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원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駐韓 동티모르 명예영사(Honorary Consul of Timor-Leste in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