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돌이 & 명계남

이념적 정체성을 무시할 수 있나?

여야가 공천을 마무리 하는 요즈음 항상 그러했듯이 국민들의 기대는 ‘역시나’로 바뀌어 특정 정치계보들의 축제로 전락한 공천만 난무한다는 세간 국민들의 혹독한 평가가 술자리의 주요한 안주거리다.

세간에서는 통합민주당의 탄돌이(탄핵 반대열풍을 업고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 공천과 한나라당의 명계남(이명박 계보만 남았다) 공천을 장난삼아 이야기 하고 있다.

항상 그러하였듯이 ‘개혁이나 혁신’이라는 쓰기 좋은 단어가 정치적 입지를 위한 일시적 사적인 소모품으로 둔갑하여 개혁이나 혁신을 이룰만한 능력 있고 참신한 인재들의 등장을 어렵게 하는, 한국의 문제점이 많고 소모적인 정당 공천 제도를 다시 한 번 정치학자로 가슴 아프게 보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야당에서 이제는 여당으로 자리매김을 한 한나라당의 역할과 책임이 더 커지고 있는 이 시점에 국민들은 발 빠른 움직임으로 정치권의 움직임들을 아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책임은 더 크고 더 무거운 것이다.

작년의 대선은 정권교체를 위한 온 국민의 역량이 총집결하여 이루어낸 국민혁명의 성격을 띤 정치적 대 전환점이었다.

결코 이념문제가 표면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줄어들 수 없는 대한민국의 헌정사는 표면적인 정권교체 이상으로 내면에서의 정교한 정권교체를 위한 작업들을 필요로 하고 있는 시점이다.

매우 중요한 대한민국의 역사형성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무게를 과소평가하고 모든 것을 실용의 잣대 안에만 가두려는 노력은 자칫 우리 사회가 청산해야 할 무거운 과거의 이념적 폐쇄성을 방치하는 큰 오류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경제적 실용주의가 정치적 실용주의로 분단국가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 없는 역사적 모순성 때문인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아직은 분단의 질곡에서 버거운 생존게임을 벌이는 북한에게 서독의 경우처럼 모든 것을 가지고 처신할 상황은 더더욱 아닌 시점이다.

국론의 분열, 경제력의 크기, 그리고 국제정치구도의 참모습은 서독과는 거리가 너무도 멀기 때문이다.

우선은 앞으로 10년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다가올 통일의 시대에 대비하는 국론형성의 큰 물줄기를 경제적 실용주의만으로 담을 수 없는 구조적 모순점을 우리가 갖고 있다.

그래서 이 번 총선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통일의 시대를 여는 건전한 국민들의 여론몰이를 위한, 국민들이 인식해야 할 국가의 정체성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통합민주당은 과거 10년간 전횡한 국정실패세력들의 주역들인 소위 ‘탄돌이’ 국회의원들을 거의 그대로 공천하여 자신들의 정체성을 다시 점화하는 이념노선으로 이 번 총선에서 보수권을 공략하려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국민의 지지율만 과신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러한 면에서 너무나 안이한 상황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큰 걱정을 하게 된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건전한 민주주의 발전전략이 갖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역이 되어야 할,  미래지향적인 정치적 식견을 파종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유능한 정치집단의 생성과 성장을 요하는 시점이다.

지금처럼 과거의 ‘탄돌이’들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다시 부활하고 ‘부패한 보수’ , ‘ 소수 부자정권’이라는 구호로 여권을 향해서 총공세를 펴 온다면 정권을 잡은 보수 세력은 우리 역사를 후퇴시킨 퇴행세력들에게 또 다시 과거지향적인 이념노선에 포위되어 그들에게 또 다시 불행한 정치적 입지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큰  여지를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정치는 아직도 정교한 이념적 대치구도를 이해하고 대한민국의 특수한 분단구도를 잘 담아낸  이념적 정체성을 중심으로 국민의 여론이 안정적이고 총체적으로 집결하는 안정적인 정치세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인식과 시대인식이 없는 정치세력들이 득세하여 쓸 만한 인재보다는 자신들이 편의적인 정치구도를 만드는 사람들만 정치권에 다시 심는다면 대한민국의 국가적 과제로 준비해야 할 이러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인재의 양성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국가의 과제가 소실되지 않도록 합당하게 준비된 인재들이 정치권에 대거 충원(充員)되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적 책무와 정치적 권리를 잘 구분하고 명확하게 인식하는 연장선상에서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합리적인 정치세력을 양산해 내는 일이야 말로 곧 펼쳐질 한반도통일시대를 여는 첫 번째 작업이 될 것이다.

깨어있고 생각하는 국민은 ‘쭉쟁이’ 정치세력과 ‘알맹이’ 정치세력을 구분하는 용기와 지혜가 있을 것이기에 이러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일시적인 인기영합주의(populism)를 버리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합리적 보수주의를 더 정교하게 담아 낼 이념적 정체성을 다시 다지는 방향으로 한반도의 통일전략을 마련해야 이 나라의 앞날도 그리고 국민들의 행복추구권도 탄탄하게 보장될 것이란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막중한 시대인식을 앞으로 남은 공천과정에서나마 잘 담아내는 정당이 되길 바란다.

2008.3.18일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www.hanbatforum.com)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국민주태평양연맹(DPU Korea)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