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평양에서 진행하게 될 뉴욕 필하모닉 공연에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듯하다. 2월 14일에는 뉴욕 “월스트리트저널”의 논설 실에서, 20일에는 워싱턴의 ABC방송국 기자들이, 21일에는 뉴욕 CNN의 카메라맨들이 탈북자들과의 집중 인터뷰를 진행했다.

22일에는 일본 언론들이 “평양과 음악”, “탈북자들과 평양”이라는 고유의 주제를 가지고 폭넓은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란다.

미국의 대표적 오케스트라로서 뉴욕 필하모닉이 갖는 상징성 때문일까. 아니면 70년대 미.중 관계 개선에 '핑퐁 외교'가 그랬듯이 미국과 북한간의 가교 역할을 뉴욕 필하모닉이 해 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까. 그러한 공연의 상징성(?) 때문에 미 국무부와 북한 외무성이 준비과정에서부터 깊숙이 관여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과연 뉴욕 필하모닉 공연이 앞으로의 미-북 관계에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할까?      

미국인들은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하지 말라”는 김정일의 호언장담을 벌써 있은 듯하다. 아니면 “김정일의 변화”라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사고와 행동의 맥을 일치시키는 라이스-힐의 “연동된 대북관”에 벌써부터 깊숙이 빠져버린 가보다.

알아야 할 것은 북한당국은 오래전부터 미국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심을 북한 주민들에게 심어놓았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주민들의 ‘국민정서’로 자리 잡은지 오래며 이러한 북한주민들의 ‘반미정서’는 “법”적 장치나 “규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에 강제적 방법으로는 깨뜨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김일성-김정일의 우상화에 거의 맞먹는 작용을 한다. 아직은 “김정일을 타도하는 것”이 북한주민들의 정서로 작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을 찬양”하는 것 역시 그들의 정서에 맞지 않음을 뜻한다.

이러한 북한 주민들에게 어느날 갑자기 김정일이 나서서 “나와 함께 미국인들의 공연을 보면서 미국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해 보자”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무리 헌법위에 군림하는 김정일이라도 “미친 놈”취급을 받기가 십상이며 “노골적이고 대중적인 반항”의 단초만 여는 꼴이 될 것이다.

  김정일이 노리는 것은?  

미국의 대표 오케스트라를 자처하는 “뉴욕 필하모닉”이라면 북한에는 이른바 “예술의 천재, 김정일이 직접 지도하고 자신의 위대성을 과시하는데 활용”한 대 규모 “국립교항악단”(1946년 창립)이 있다.

“국립교향안단”의 공연을 통해 북한주민들은 김정일이 직접 작사, 작곡했다는 “조선아, 너를 빛내리”(관현악 연주곡)의 ‘거대한’ 선율에 매료된바 있고, 김정일의 ‘배려’로 개발된 민족 악기들이 포함된 “배합관현악”의 ‘신비스런 음율’마저 터득한바 있다.

“국립교향악단”의 대표적 관현악(오케스트라)인 “아리랑”과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등이 북한의 예술인들과 주민들에게 주었던 감동을 지워버릴 만큼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이 강열할 것인지를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한때 끼니가 걱정인 북한주민들에게 그 어떤 오케스트라도 소귀에 경일기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맹목적인 군중 앞에, 그나마 “자기의 것”에 더 익숙해져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뉴욕 필하모닉이 아무런 작용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래서 가능한 일이며 이는, 김정일이 노린 또 한 번의 기만극이라는 등식도 그래서 성립된다.

김정일이 미국을 향해 한국의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처럼 그 무슨 “대가”를 받아내기는 어려울 터, 워싱턴 정가의 현 대북라인에 힘을 실어줌으로 교묘한 미, 북 관계를 연장시키는 결과 외에 더 바랄 것이 있을까.

김 성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