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고 가야

온 나라가 영어교육열풍이 아니라 영어교육 방법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 문제는 기러기 아빠, 펭귄아빠의 문제가 아니라 對국가발전전략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몰입 식 영어교육’이 필요성 제기부터 그리고 수정된 영어교육방법의 점진적 시행 등을 주제로 연일 모든 정당과 유관단체들이 攻防을 벌이고 있다.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고 있는 국민이라면 어느 누구도  대한민국 국민의 영어교육에 문제가 많고 앞으로 획기적인 방안(方案)을 도입하여 문제점을 개선해야 된다는 원론적 문제제기에는 모두가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국어에 대한 탄탄한 교육기반의 마련은 당연한 우리 교육의 과제이지만, 영어교육을 강화하는 대책마련은 국가전략의 문제인 것이다.

또 정말로 국가의 인재가 양성되는 것은 우리문화와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언어능력이 배가될 때에 더 큰 적실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문제점에 대하여 다소 미완적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정책을 내어 놓자 찬반론으로 양진영으로 나뉘어 근본적인 목적에 대한 論爭은  수그러들고 각자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다소 합리적 논리성이 결여된 접근으로, 다소 감정적으로 이 문제점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신자유질서(neo-liberal order)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지구촌화된 경제체제에 적극적으로 편입하지 않고서 우리가 선진국이 되는 길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는 첫 번째 국가인프라는 국제사회에서 외국어가 잘 통하는 국민적 기반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나라는 공교육과 별도로 연간 15조원의 영어 사교육비 투입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면서 “감 내놓아라, 대추 내 놓아라” 하는 아주 잘못된 偏見까지도 여과장치 없이 드러내 놓고 있는 형국이다.

외국어를 잘 하는 것이 대한민국사회에서 출세를 하는 관문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시점에서 이 논쟁은 많은 사회적 含意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왜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고유문화와 언어를 잘 보존하면서도 영어를 학교에서 수업 공용어로 지정하고 영어로 수업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취지도 잘 모르고, 일부 사람들이 그저 자신의 입장에서 어떤 측면에서는 일부 세력들이 反美주의의 연장선상에서 감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모습은 안타깝다.

자신들은 그렇게 “왜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다 잘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을 하면서 자신들의 자녀는 외국으로 유학 보내고 비싼 사교육비를 들이면서 영어 잘하는 자녀들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는 매우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필자는 영어를 어린 시절부터 매우 좋아하고 영어를 상용화하는 분야에서 평생의 경력을 일구어오고 있다. 전공분야도 다르고 어학으로 밥을 먹고 사람은 아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영어웅변대회에 참가하여 전국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한 영어 팬이다. 영어로 연설을 하는 연습을 평생 동안 취미로 그리고 경력관리로 해 온 필자는 다소 평범한 일반국민들과 괴리된 논거를 펼칠 수가 있지만, 지금 당선인이 제시하는 근본적인 지향점은 백 번 옳은 것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도 비록 전공은 아니지만 국제정치학자로서 전공 관련 학문증진활동을 많이 해 오면서 동시통역까지 한 경험을 갖고 있는 필자는 전 세계 40개국 이상을 돌아다니면서 국제화, 지구촌화 물결의 現 주소를 읽고 우리가 앞으로 富國强兵을 일구고 문화적 일류국가가 되는 길을 일구는 첩경이 바로 국제화된 방향으로 국격을 높이는 곳에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최근의 어학관련 찬반토론 속에선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우리 고유의 문화와 유산을 잘 보존하고 개발하는 것과 동시에 국제적인 시민이 되는 수준으로 어학능력을 모든 국민이 잘 배양해서 입체적으로 진행되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능동적인 지구촌민이 많이 양성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이것은 국가전략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실증적으로 다루어질 사안이기에 민족주의적 시각과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한민국에 더 많은 외국의 자본을 들여와 일자리를 만들고, 더 많은 관광객들이 들어와 여행을 하기 좋은 나라로 인식되고, 전 세계의 모든 나라들의 광대한 영토를 우리나라의 지구촌시장으로 만들어 가는 첫 번째 관문이 바로 국민들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능력을 갖춘 가장 한국적인 한국의 문화인이자 보편적인철학을 갖춘 地球村人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 후손들은 이러한 흐름에 역행해서는 밥을 먹고 사는 문제까지 힘들어 지는 국제지구촌국가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외교부에 근무하면서도 實事求是 외교의 가장 기본적인 軸이 현지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완벽한 소화와 현지어 구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배치된 의전적인 외교관들이 대다수여서 實事求是의 정신으로 현지국가를 누비면서 활동을 하기 보다는 관행적인 의전 활동에 치중하여 우리의 국익이 잘 보호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갖고 있으니 일반국민들이야 더 많은 문제점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이명박 당선인이 주장하는 영어교육처방이 큰 맥락에서 옳은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다.

물론, 지금 전국에 산재한 영어교사들의 영어구사능력, 그리고 상대적으로 영어와 관련된 문화적 혜택을 덜 받고 있는 국민들의 소외감이 표출되어, 이러한 급속한 처방과 접근에 反感을 갖고 나온 반대의견들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대한민국이 앞으로 영어교육관련하여 가야 할 큰 방향성은 잘 설정한 것이다.

지금 이러한 영어교육관련 贊反공방과정에서 나온, 우리나라 영어교사의 어학관련 자격 개발의 문제, 소외받는 계층의 상대적 기회박탈감, 막연한 反美적 사고에 기댄 폐쇄적 민족주의에서 나온 반감, 교원들의 막연한 불안감 등이 이러한 국가적 목표를 흐리는 절대변수는 되지 말아야 한다.

단지 큰 목표를 이루어 가는 목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적 고민을 통하여 이러한 국민적 소외감과 문제점을 해결하는 국가의 정책들이 하루빨리 나와서 ‘영어교육 강화론’에 대한 불필요한 찬반론위주의 공방에서 탈피하여 어떻게 하면 문제점을 보완해서 하루 빨리 국제사회에서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우리 후손들을 양성하는 영어교육실시로 갈 것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가는 것이 왜 필요하고 좋은지에 대한 더 진전되고 건설적인 토론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젠 우리 국민 그 누구도 자신들의 의견만이 옳다고 주장하고 고집을 부리는 일방적 견해는 안 된다. 

역사의 도도한 물결을 거부했던 구한말 대원군이 추구한 쇄국정책연장선상의 민족주의가 우리의 앞날에 풍요로움과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혁명적 외국어 교육의 필요성이 토론될 때 동시에 우리의 역사와 언어에 대한 교육 강화방안도 동시에 토론되었으면 하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2008.2.1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www.hanbatforum.com)

前 한국외국어대 통역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