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論의 誤謬

필자도 386세대이다.

전두환 군부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80년대 초반에 대학생활을 하면서 僞善과 眞實사이의 명확한 논리적.현실적 구분을 위해서 난해한 책도 읽어보고 행동도 해 보던 사회적 혼돈기가 새삼스럽게 마음속으로 다가온다.

근대화.산업화에 이어서 민주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담고 학업도 팽개치고 사회개조, 국가개조를 목표로 학생운동이라는 사회적 테제에 모든 것을 바친 1980년대의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거의 다 이념적으로는 成長보다 分配를 중시하는 평등주의자요, 국제협력보다는 폐쇄적인 민족주의를 선호하는 폐쇄적 민족주의자들이요, 반공보다는 우리민족이우선이라는 논거로 북한의 독재정권도 옳다는 주장을 하는  親北론자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필자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 시절이 있었지만, 이내 군부정권의 矛盾에 대한 투쟁을 목표로, 반식민지화로 간다는 주장으로, 민족통일을 위한다는 순수성으로 상기한 모든 것을 합리화하기엔 너무나 지적 傲慢과 도그마에 빠진 매우 협소한 論理란 결론에 도달하고 그들의 잘못을 지적한 기억도 새롭다.

필자 나름의 방식으로 더 공부하고 더 연구하는 자세로 인생을 살아오고 있다.

문제는 386으로 대표되는 그 시대 사람들의 염원이었던 군부독재타도와 민중민주주의 완성이라는 목표가 순수성을 상실해가고 북한의 불순한 對南전략과 연계되면서 대다수의 운동권출신들이 反美라는 닫힌 프레임으로 국내외정세를 분석하고 親北적인 행동가를 양산하는 방식으로 분단의 문제를 단순도식화하여 구분하는 지적 오류가 매우 커지면서 부터였다.

사람의 思考와 가치체계는 삶을 더 살아가고 더 많은 독서와 심화된 배움으로 언제든지 進化하고 變革된다는 사실을 우리가 더 존중해야 한다. 

지난 번 필자가 필자의 글에서 지적하였듯이 왜 민주노동당이 국민들의 버림을 더 받는 정치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우리들의 판단도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나의 지인들중에선 그렇게 학생운동에 몸을 담고 그 이후 정치권으로 성공적으로 진입하여 국민의 대표라는 자리에서 아직도 그 시대의 계파적이고 적대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분법적 도식으로 우리나라의 국정을 변화시키려는 잘못된 사람들이 도처에서 보인다.

바로 그들이 한미FTA를 반대하고 이라크 자이툰부대의 派兵연장안(案)을 반대하는 反美自主의 논리적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질서를 제국주의가 중심이 된 패권적 식민사관구조에서 찾고 남북의 모순에 대한 해결책을 퇴색한 북한 독재정권의 잘못보다는 가진 자와 안가진자라는 계급적 분석,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패권적 질서의 타도를 목표로 한 그릇된 관념론에 기반 한 민중혁명론에서 찾으려는 지적 오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그들의 논리적 오류인 것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앞으로 우리사회의 386은 이러한 모순적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대표성을 더 이상 지닐 수가 없다.

모순이 없는 세계질서 국내질서는 아니지만 그들의 주장이 해결책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386은 군부독재정권에 맞서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몸을 던져서 싸움도 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실력을 배양하고 중층적 국제질서를 잘 이해하는 실용주의적 민족주의자.국제주의자들로 변신한 사람들로 정의하는 것이 386의 명예를 그릇되게 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제 386의 대표주자들은 더 이상 신자유주의적 국제질서(neo-liberal international order)를 부정하지 않고 이를 도전으로 여기고 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살아남는 실력과 용기를 갖춘 실용주의적 행동가들인 것이다.

적절한 국제 감각과 지식이 없이는 이러한 일을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과거 386 이데올로구들의 이념적 흔적이 지금 민주노동당내의 합리적 평등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자주파를 빙자한 김일성주의자들의 퇴진요구론으로 연결되는 현 정국과도 연계하여 과거 386의 오류를 지근거리에서 우리가 찾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도 변하는 시대에 각주구검(刻舟求劍)의 편협된 자세에서 못 나오는 386이 있다면 이들은 더 이상 386을 대표한다고 절대로 이야기해서도 안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시대정신을 담는 연장선상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적 개혁주의가 꽃을 피우고 헌법정신과 건국정신이 더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는 연장선상에서 대북협력의 열매도 맺을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구습을 버리고 신사고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바로 대선이 끝난 지금 우리가 나아갈 목표와 방향은 있지만 집안단속과 분열을 이유로 正論을 펼 수가 없는 한국정치의 모순에서도 쉽게 읽을 수가 있다.

우리 한 번 팔을 걷어 부치고 진정으로 선진국으로 가기위한 百家爭鳴식의 담론을 열고 치울 것은 치우고 찾을 것은 찾는 勇氣 있는 지식인, 시민들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2007.12.29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www.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