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북한인권주간”행사 차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저와 관련된 국내 유력 통신사와 신문, TV뉴스들을 보았고 저 때문에 “자유북한방송국”과 탈북자들의 이미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습니다.

지금은 서울이며, 검찰수사와 관련된 내용들을 관심을 가지고 “자유북한방송국”을 지켜보고 계시는 분들에게 전하려 합니다.

12월 초, 저는 서울 남부지검 821호실의 호출을 받았습니다. 4일간 조사를 받았고, 처분을 기다리라는 검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법의 처분을 기다려야 할 죄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2004년 4월 20일 “자유북한방송”은 네 명의 탈북자들의 모여 인터넷방송을 시작했고, 그해 7월부터(처음에는 월급을 주지 못했습니다)저를 포함한 네 명의 탈북자들이 한 달에 30만원의 월급을 받았습니다.

작은아버님이 주신 약간의 자금과 방송의 필요성을 느낀 선배탈북자들의 후원금을 합쳐 용기 있게 방송을 시작했지만 북한의 반발 때문에 처음 시작했던 곳에서 스튜디오를 옮겨야 했던 일 등으로 예산집행에서 차질이 빚어졌던 것입니다.

새벽에는 모 일간지 배달을 하고 오후 한시에 모여 하루 30분의 인터넷 방송을 만들었었습니다. 그때 통일부 고용지원금 이야기를 들었고 저의 첫 “불법”이 저질러졌습니다. 자유북한방송국에서 고용된 탈북자들에게 월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하고 50만원을 받아 세 명의 직원들에게 (30+50) 80만원의 월급을 지불했던 것입니다.

2005년 4월부터 방송국 성원들이 늘어났고 그 같은 방법으로 고용지원금을 타내 직원들에게 지불했습니다.

잘못된 방식인줄 알면서도 어떻게 하나 시작한 일을 포기하지 않으려 몸부림칠 무렵에 “적은 월급 때문에 생활이 되지 않는다.”면서 몇 몇 성원들이 방송국을 떠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떠났지만 그들의 마음은 늘 자유북한방송국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누구는 원고를 써 보내고 어떤 이들은 하루 일을 마친 저녁에 방송국으로 찾아와 “고향에 보내는 편지”며 “탈북자 수기”등을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통일부의 고용지원금을 동결시키지 못했으며 그것이 저의 두 번째 “불법”임을 고백합니다.

세 번째 “불법”은 방송국에 정식 출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고용지원금을 타서 지급한 경우인데, 이들의 경우는 원고를 써서 보내오거나 리포터 형식으로 방송녹음을 따서 보내오는 탈북자들로, 정식 직원으로 채용할 형편이 못 되어 미안한 마음에 “편법”을 저질렀습니다.

검찰에서는 이러한 편법을 가려냈고, “편법을 저지르면서까지 고용지원금을 타 냈으니 횡령을 했거나 어느 정도의 이익을 서로 나누지 않았는가.”에 대해 후속조사를 진행했습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방송국에 관여했던 열두 명의 탈북자들이 검찰에 소환되었고, 그들 모두에게 고용지원금이 모두 지급되었음이 증명자료들과 증언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후자의 경우가 “무죄”로 밝혀짐에 따라 전자의 경우, 검찰 측의 동정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대한민국의 공민으로서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점에 대해 “자유북한방송”을 사랑하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2006년 7월부터 “국제민주화기금”(NED)으로부터 자유북한방송에 대한 지원이 시작되었고, 열 명에 해당되는 직원들에게 1000달러의 월급이 책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의 “불법”이 해소되어 “다행이다”고 외치던 순간에 안타깝게도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법을 어긴 자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다”고 하는 참담한 심정도 전하고자 합니다.

일부 TV와 신문이 “북한주민 인권 외치던 ‘자유북한방송’대표가 탈북자들에게 지급되는 고용지원금을 가로채 온 것으로 드러났다”는 기사를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기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서울 남부지검은 12일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 대표 김모씨가 직원들의 고용지원금을 상습적으로 가로채 왔다고 밝혔다... 자유북한방송은 탈북자 단체들 중 정부 지원금을 가장 많이 받는 단체로 알려져 있다”고 말합니다.

또 “원고를 기고한 탈북자들에게 원고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고도 이야기 하면서 저 개인에게 그나마 걸었던 탈북자들과 주변사람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주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의 국영방송에서까지 “불구속된 김씨는 지난 2004년 7월부터 3년 동안 자신이 운영하는 북한관련 인터넷 방송에 탈북자들을 고용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모두 4천 3백만원의 지원금을 타내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으니 주변 분들을 물론 사랑하는 딸과 아내 앞에서조차 변명할 수 없는 처지에 빠져 버렸습니다.

“자유북한방송” 국장이 저지른 불법이 기사가 되는 데는 이의가 없습니다만, 열 살 박이 딸 앞에서 “직원들의 고용지원금을 상습적으로 가로채 온”너절한 인간으로 비추어 지기는 싫습니다.

또 저를 믿어주고 지금껏 따라준 방송국 직원들과 탈북 선후배들 앞에서 “원고를 기고한 탈북자들에게 원고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는 어처구니없는 비판을 받으며 서 있을 자신도 없습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저희 자유북한방송국에는 탈북자들에게 원고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있다면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일만 이천 여명의 탈북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방송, 그들이 보고 듣고, 겪은 북한의 인권유린 행위를 만천하에 고발하는 수기와 원고를 돈 한 푼 못주면서도 받아내야 하는 원칙이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사람을 매도하는 법은 북한에도 없습니다.
총살과 처형, 무지와 몽매가 판을 치는 저 북한사회에도 인간을 이토록 너절하게 만드는 기사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두 가지 만은 여기에 밝혀두고자 합니다. 아니, 사랑하는 딸의 아비로서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위에 인용된 기사를 쓰신 기자 분들과 방송, 신문사들에서 정정 보도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같은 탈북자에게 무슨 명예가 있어 “실추된 명예의 회복”까지 운운 하겠습니까만은 저로 인해 빚어진 탈북자사회의 좋지 않은 이미지 회복에도 미력을 더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저는, 대한민국의 법을 위반한 책임을 통감하며 국장이 아닌 평기자로 자유북한방송국에서 일하겠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것도 물론 방송위원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겠지만, 방송국을 못 떠나는 저의 심정이 받아들여지기를 소원해 봅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법과 원칙에 충실하고 더욱 분발하는 탈북자의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2007년 12월 14일 김성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