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과 미국이 만나는 유일한 접점은 어디인가?

중동지역에서 외교적으로 고립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미국의 공화당 정권이 유일한 외교적 탈출구가 북 핵(核)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 하는 중요한 증거중의 하나는 북한에게 미국이 국제금융체제로 편입시킨다는 목적으로 북미(北美)간의 금융회의를 빈번하게 열고 있는 사실이다.

지난 5년간 노무현 정권 내내 미국과의 불편한 갈등(葛藤)을 기조로 한미연합사의 해체까지 이끌어 내면서 노무현 정권과 미국은 그러한 불편한 관계 속에서도 각자의 입지를 확보하면서 어느 정도는 정권차원에서는 이기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의 국내 좌파노선이 만들어온 외교적 자주와 남북한의 연방제에 대한 북한과의 암묵적 동의와 반외세 기류는 이제 ‘남북한 균형발전론’이라는 큰 틀 속에서 전폭적인 대북지원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중국에 지나치게 종속된 구조로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일정부분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통하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보이면서 노무현 정권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한 가지 미국이 간과(看過)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부시대통령이 김정일 정권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란 극한 용어를 써서 일정부분 금기시하면서도 '영변의 핵 시설 불능화 정도의 카드'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국제금융권에 적극 편입시키려는 단순한 사실에서도 외교적 성과에 기댄 부시 정부의 조급증을 조금은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북 핵 6자회담에서 논의되는 여러 의제 중에서, 북한 내에 존재하는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적인 신고, 기존에 만들어 놓은 플루토늄 과 핵 폭 탄에 대한 점진적인 제거 및 북한 내의 여러 지역 내에 분포되어있는 기타의 핵 시설에 대한 조치까지도 긴 시간 을 두고 점검해 갈 것이지만, 과거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로 보아선 대단한 정책적 전환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아마 미국이 이렇게 변하게 된 간접적인 원인중의 하나는  지난 10년동안 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친북(親北)적인 대미(對美)압박외교도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무시 할 수 없는 변수(變數)로 작용해 온 것이다.

바로 이러한 국제적인 분위기에 편승해서 노무현 정권은 임기 수개 월 전인데도 국민적 합의도 부재한 대북 퍼주기 전략의 일환으로 남북총리회담에서의 대폭적인 경협사업을 발표하고 대(對)국민홍보전을 무리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對北)노선중의 하나는 작년과는 다르게 21일에 미국의 뉴욕에서 열린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에 기권을 한 것일 것이다.

작년에 찬성표를 던졌다가 올 해는 기권하는 자세는 순수한 북한 민(民)들의 인권에는 무관심하면서 김정일 정권과의 밀월관계를 위한 대북지원에는 열을 올리는 큰 모순점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인간의 중요한 존엄성이 잘못된 권력에 의해서 희생되는 정치제도의 모순(矛盾)을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정책은 지금처럼 땜 방식의 조급한 성과주의를 염두 해 둔 접근으로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이 똑바로 알아야 할 것이다.

걱정도 보통걱정이 아닌 것이다.

2007.11.25일 박태우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 www.hanbatforum.com)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육군대학) ‘유럽안보론’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