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잘못된 국가권력에 복종해선 안 된다

우리가 어디까지 인내해야 하나

진실 된 남북평화를 위한 점진적인 노력은 환영하지만, 정치조급증으로 심각한 내정간섭까지 일삼고 있는 북한의 일탈(逸脫)행위를 감싸고 있는 현(現) 정권의 본질이 의심스럽다.

국방부에서 군 사기진작차원에서 진행하는 북한이 주적이라는 정신교육의 내용까지도 간섭할 정도로 우리와 북한사이에 신뢰관계가 형성된 것인지 냉정하게 짚어 볼 시점인 것이다.

아직은 상징적인 선언으로 머무르고 있는 ‘6.15공동선언’을 마치 남북이 합의한 헌법이라도 되는 것처럼 납북의 공동기념일로 제정하고 이를 마치 대한민국의 헌법정신보다도 위에 놓으려는 북한의 저의와 대남전술을 우리 국민들이 여과장치 없이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란 애매모호한 말로 남북통합이란 단어를 쓰기엔 너무나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는 함정이 많은 것이다.

아직은 북 핵이 살아있고, 개혁.개방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마저 형성이 되지 않은 북한의 독재정권을 우리의 북한에 대한 아량(雅量)과 같은 민족이란 이름으로 마구 끌어안고 이러한 문제들을 비켜 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만약, 북한이 등소평과 같은 합리적인 지도자를 정점으로 합리적인 개혁.개방을 한다면 우리 정부가 지금보다 더 주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협소한 파당끼리 나누고 있는 남북접근법이 너무나 모순이 많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물론 통일을 향한 우리의 노력을 폄하해서 점진적인 방법으로 서해공동어로 및 평화수역 설정, 철도.도로 개통 등에 대한 남북경협을 활성화하는 기본적인 논의마저 완전하게 죽이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으로 북한의 태도변화와 검증된 행동을 보아가면서 우리의 안보문제를 점검하면서 돌다리도 두드리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너무나 성급하게 서두를 문제는 더욱더 아닌 것이다.

지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남북이 사인하고도 이 문서를 휴지조각처럼 만들어 버린 북한의 행동을 보면 지금 북한이 접근하는 방식과 속도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번 달 27~9일 평양에서 열릴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최근 평양에서 열린 군사실무회담에서 다시 NLL의 재설정을 비롯하여, 국가보안법폐지, 그리고 우리 국군장병들에 대하 주적(主敵) 정신교육 중단 등을 또 다시 부적절한 실무 라인을 통해서 북한이 주장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동안 현(現) 정권이 얼마나 북한에게 국내문제에 대한 내정간섭을 혹독하게 비판하지 않고 좋은 것이 좋은 것이란 식의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했음을 완벽하게 증명하는 것이다.

하기야, 12월의 대선에서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노골적으로 펴고 있는 북한이지만, 이를 방관하는 모습으로 은근슬쩍 이용한 선거 전략을 쓰고 있는 현 집권세력은 이에 대한 유감의 뜻마저 표하고 있지 않고 묵인하고 있는  매우 유감스런 형국이다.l

북한당국의 부당한 요구에 춤추는 통일부를 비롯한 대북협력부서들이 권력의 시녀가 되어서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중요한 대북(對北)협력사업들을 유한한 정권의 제한적인 통치행위에 종속(從俗)시키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우리가 모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것이다.

국민의 안위(安危)를 책임지는 국방부는 절대로 권력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말고 북한당국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고 끝까지 순수한 국방전략차원에서 결론을 내린 방향으로 NLL을 사수하는 충정(忠情)과 기개(氣槪)를 온 국민과 역사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2007.11.23 박태우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 www.hanbatforum.com)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육군대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