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정책도 집안싸움이라니, 이 나라가 어찌된 건가?

끝까지 조급증에 걸린 외교전인가?

요즈음 이 나라 신문지상에는 중대한 외교정책을 놓고도 내부적으로 청와대와 정부고위당국자간의 싸움질 하는 ‘꼴 뿔견’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지금 미국을 방문 중인 송민순 외교부장관이 7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장관과 40분 동안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을 하면서 북한의 핵 불능화만을 전제로 한 평화체제수립을 위한 3~4자 정상회담을 검토하자는 입장을 미국 측에 또 다시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정부는 미국의 원칙과 확고한 입장을 알면서도 또 다시 북한의 비핵화이전에라도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해제, 적성교역법 적용중단 등의 조치가 북한 비핵화를 촉진시킨다는 주장을 또 다시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라 북한과 같은 민족이라도 북한이 완전히 검증 가능한 조치를 취하고 북 핵의 완전제거란 전제와 실천이 없이 또 북한의 핵을 고도의 사용단계로 갈 수 있는 시간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은 여전히 당분간은 북한의 핵 불능화 및 핵 폐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우리 정부의 조급증을 은연중에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형국이 된 것이다.

우리가 미국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지만, 지금 불능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영변의 핵관련 시설 말고도, 태천, 신포, 길주, 박천, 평산 그리고 순천의 핵관련 시설과 핵관련 물질이 모든 불능화 대상으로 거론되고 가시적인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는 절대로 북한의 평화론을 조급하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통령선거에서 조급한 ‘남북평화론’으로 단기적 외교적 성과에 집착하는 청와대의 그릇된 견해는 비핵화보다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체결을 성급하게 가야한다는 막가파식 주장이다.

반면에 외교전문가들은 우리도 우방들과 보조를 맞추어 비핵화가 전제되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단계적으로 갈 수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견해인 것이다.

외교안보전문가들이 보는 이 정부의 대북(對北)조급증과 지나친 비핵화단계 이전에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북 핵을 용인한 과거 10년의 좌파정권이 또 다시 함부로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

우리의 우방들이 우리끼리 내부에서 너무도 당연한 외교적 문제로 이견을 보이고 갈등을 보이는 추태를 어떻게 볼 것인지 심사숙고(深思熟考)하고, 현(現) 정권의 조급한 ‘남북평화협정론’을 주창하는 사람들의 자제를 요청한다.

이렇게 눈을 뜨고 우리의 국익(國益)이 말살되는 내부외교전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문제는 항상 엇박자가 난 과거의 사례를 우리가 되새겨야 하는 형국이다.

필자는 이 분야의 전문가로써 과연 우리 정부당국자가 말한 방향으로 북한이 불능화 조치를 진정성으로 진전 시킬 것이며, 또 상징적인 측면에서 조치가 나온다면 어떻게 미국이 대응할 것인지 차분하게 지켜보자는 것이다.

미국이 지금 극도로 불신하는 북한을 단지 상징적인 조치만으로 테러지원국명단에서 해제하고 ‘적성교역법’ 중단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또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북한이 정말로 핵 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건전한 일원으로 동참하겠다는 진실성에 기반 한 행동일 것이고, 이를 평가한 미국이 북한을 적극적으로 도와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우리와 더불어서 앞당기는 실리적 외교일 것이다.

필자가 항상 이야기 하듯이, 하지만 당분간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자신의 백성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개혁.개방에 대한 타진과 조사만할 뿐이고, 설령 결심이 서도 자신의 정권유지 구도에 역풍(逆風)을 분다는 판단이 사라지지 않으면 지금처럼 군사강성대국의 통치술로 자신의 정권만 연장하는 길을 택할 것이란 매우 현실적인 필자의 판단인 것이다.

우리국민들도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2007.11.9 박태우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 www.hanbatforum.com)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육군대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