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상호주의도 불균형적 접근이 될 수 있어

북(北)의 국보법 폐지요구는 성급한 접근

다음 주 10월 2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북(北) 측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할 경우에 우리 측이 북한의 노동당 규약도 함께 개정하자고 제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것에서 우리가 간과(看過)하지 말아야 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우리 정부 당국자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한 법체계를 바꾸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언 듯 보기엔 타당해 보일 수가 있어도, 깊이 분석을 해 보면 매우 위험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 국보법이 다소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고 억압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서 전폭적으로 개정을 요한다는 사실에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지만, 정작 북한의 지속적인 간첩활동을 억제하는 최후보루를 단지 선언적인 북한의 노동당 규약과 맞교환하는 것은 동등한 상호주의(reciprocity)의 적용이라 보기가 매우 힘이 든 측면이 있는 것이다.

특히나, 상회신뢰성에서 아직은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긴 과정이 남아있는 지금의 불안정한 시점에서 이러한 결정은 설득력을 갖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다.

그 좋은 예가 우리를 속이면서 핵(核)을 개발해온 북한의 이중적 태도가 아닌가?

북한의 노동당 전문에서 대한민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규정하 하고 아직도 적화통일의 대상으로 설정한 방향에서 우리를 적(適)으로 규정한 상징적인 측면이 있다. 단지 상징적으로 문구를 빼는 것과 우리의 국보법을 맞교환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에선 자칫 대한민국의 헌법체계를 수호하는 근간이 다 없어지는 큰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는 중대한 국가정책사안(事案)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북한의 불법 활동을 견제할 수단을 제거하는 것과 대북(對北)노선을 화해로 이끄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김정일을 정점으로 한 노동당이 당(黨)의 규약과는 별개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전권을 행사하는 북한체제의 특징을 이해하고 우리가 섣부르게 우리의 체제유지수단을 북한에게 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렇게 성급한 정상회담의 추진, 의제선택 및 국민의 여론을 등한시한 정책결정이 가져올 부정적 파장을 우리는 매우 심도 있게 우려하고 걱정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2007.9.29일 朴泰宇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 www.hanbatforum.com)

한남대학교.육군대학 국방전략대학원 초빙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