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 GTU에서 1970년대에 사회윤리학자였던 존 베네트는 30여년 전의 한반도를 "최악의 공산주의와 최악의 자본주의가 형성되면서 '공산주의 히스테리(communism hysteria)'와 '반공히스테리(anti-communism hysteria)'가 만연하고 충돌된 지역"으로 혹평했다. 존 베네트의 이러한 평가는 박정희의 유신이 단행되고 민주화 운동가들이 미국 등지로 흩어지면서 미국에 전파된 남한에 대한 험담에 근거한 악평이었다. 베네트가 주목한 한국인들이 앓았던 양대 사회심리적 히스테리에 필자는 하나를 더하려고 한다. 그것은 요즘 좌파정권 치하의 한국사회에서 광기를 발휘하는 '도덕주의 히스테리(moralism hysteria)'이다. 한나라당 경선주자들에게 들이대는 초인적 도덕기준은 유태 바리새파 광신주의자들이 예수를 마녀사냥할 때에 들이댄 위선적 살기(殺氣)에 다름 아니다. 

 한국의 정치와 경제에 대한 베네트의 이러한 혹평은 물론 다 정확한 것은 아니다. 남한사회의 사회심리적 히스테리는 베네트가 규정한 것보다는 덜 심했던 것 같다. 남한의 민주주의는 큰 희생이 없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했으며, 남한의 자본주의는 어느 나라의 자본주의보다도 인간적인 면이 있었다. 물론 천민자본주의로 인하여, 관료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졸부들이 부도덕하게 돈을 벌어서 부도덕하게 흥청된 측면도 있지만, 남한의 자본주의는 냉혹한 이윤추구에만 빠진 최악의 자본주의는 아니었다고 본다. 30년 전 남한사회의 자본주의는 평생직장을 보장해주는 시절로, 근로자를 철저하게 이용의 가치로만 평가한 서구 자본주의보다 더 인간적인 자본주의라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그 당시 군부정권 시절 남한의 민주주의가 권위주의적 병폐는 있었지만, 왕조시대와 식민지시대를 거쳐온 한국인들의 비민주적 정치의식과 정치문화를 고려하여 판단한다면, 상당히 진취적인 민주주의를 남한의 군사정부가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비록 좌파세력이 이끄는 과격한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으로 남한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외부 세계에 나쁘게 비쳐지고 최악의 형태로 평가되었지만, 사실 남한의 자본주의는 상당히 인간적이었고, 군사정권이 주도한 민주주의도 개발도상국가들 중에 가장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남한사회를 '반공히스테리'나 '최악의 자본주의'라는 단어들로 혹평한 베네트의 진단은 옳은 것이 아니라고 평가된다.

 존 베네트의 남한사회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지금와서 되돌아보면, 알량한 좌파지식인들에 의해 서구에 잘못 알려진 남한사회에 관한 정보에 근거한 오판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베네트의 북한에 대한 평가는 정확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베네트가 판단한 것보다 더 열악한 공산주의를 형성하고 있었다. 북한은 최악의 공산주의 독재사회가 아니라, 최악의 종교적 성향을 띤 전체주의사회였다. 북한의 '공산주의 히스테리'는 어떤 종교도 추종하기 힘들 정도로 강성 공산주의 정치교리에 근거한 것이었다. 북한의 공산주의 히스테리(김일성 주체사상)는 개인숭배로 악화되어, 최악의 인간숭배로 지금도 여전하다. 북한에는 여전히 공산주의 히스테리가 체제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정치이념이고 가치체계이다.

하지만 이제 남북한에서 반공히스테리와 공산주의 히스테리는 세계화 바람에 시달려서 저절로 구조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남한사회에는 반공히스테리 대신이 집권 좌파세력에 의해 '신공산주의 히스테리'에 빠져들고 있을 정도로 반공히스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 대신 오늘날 한국정치나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회심리적 히스테리는 타인을 도덕적으로 정죄(moral comdemnation)하려는 강박관념인 '도덕주의 히스테리(moralism hysteria)'이다.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도덕검증의 이름으로 진행된 '도덕주의 히스테리'에서 볼 수 있듯이, 부자와 승자에 대한 강력한 질투심과 증오를 기반으로 한 타인 정죄의 히스테리는 한국사회를 극단적 위선사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도덕주의적 정죄에 대한 강박관념은 자신에 대한 교만과 타인에 대한 비하가 뒤섞인 심리적 현상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부도덕한 사회구성원으로 전락한 남한국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자신의 악덕은 로맨스로, 남의 악덕은 불륜'이라는  이중적 등식이 바로 '타인에 대한 도덕주의적 정죄 강박관념'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도덕적 정죄에 대한 강박관념은 원래 '자아교만'과 '타인매도'의 위선적 심리상태이다.  반공히스테리와 공산히스테리가 모두 자신의 절대로 옳고 상대를 절대로 틀렸다는 이분법적 판단기준에 근거한 것처럼, 오늘날 추악하기 그지 없는 한국인들(특히 정치인들)이 '자신은 절대로 깨끗하고 남은 절대로 더럽다'는 착각으로 타인에 대한 도덕적 정죄를 무자비하게 해대는 히스테리를 보여준다. 도덕적 측면에서 완벽주의(perfectionism)는 자신을 고상하게 치켜올리고 타인을 과도하게 까내리는 정신병적 집착을 형성하게 만든다.

 한국사회에서 반공히스테리나 공산히스테리도 구조적으로 사라지는데, 개인주의가 만연된 후기현대사회로 접어든 한국사회에서는 완벽한 도덕주의로 남을 정죄하려는 강박관념에 매달리는 편집증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부자 이명박의 재산형성에 병적으로 의심을 품고 도덕주의적 정죄를 하려고 광적으로 매달리는 정치세력은 바로 도덕주의적 기준으로 남을 정죄하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히스테리 환자들이다. 그리고 독신녀 박근혜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정치세력 또한 자신들의 도덕주의적 히스테리를 점검해봐야 한다. 주로 극우와 극좌 분자들이 공히 극단적인 망상에 사로잡혀서 실용성이 없는 히스테리에 시달린다. 히스테리는 과도한 집착과 배척에서 발생되는 정신적 쏠림현상이다.
 
어떤 사물에 대하여 이모 저모를 생각하는 중도주의자 내지 중용주의자들은 절대로 편집광적인 히스테리에는 걸리지 않는다. 극우분자들과 극좌분자들은 각각 공산주의 히스테리나 반공주의 히스테리에 시달려왔다. 오늘날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도덕주의적 정죄를 전제로 한 자질검증을 강요하는 양대 세력은 극우세력과 극좌세력이다. 극와 극좌세력은 공산주의와 반공주의를 떠나서 도덕주의적 정죄에는 한 목소리를 낸다. 모두 히스테리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히스테리 증상의 특징은 현실성과 실용성이 없이 완벽하고 이상적인 구호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적당하게 완벽하고 적당하게 부패하면, 남을 정죄하려는 강박관념(히스테리)은 사라진다.

 사회심리적으로 정신병자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깽판과 막말이 난무한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판에서는 양심과 이성이 마비된 정신분열자들이 국가해체와 사회혼란의 주범이 되어 설치고 있다. 부자의 재산과 독신녀의 사생활에는 문제가 있을 취약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부자의 재산과 독신자의 사생활에 지나친 도덕적 의심을 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자본주의의 승리로 반공히스테리와 공산히스테리가 사라지면서, 부도덕한 개인들이 도덕주의 히스테리아 빠져들고 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대통령을 집권 좌파세력에 나팔수가 된 어용언론들이 강요한다. 반공히스테리, 공산히스테리, 그리고 도덕주의 히스테리는 모두 못된 방송에 의해서 군중들에게 전염된다. 오늘날 한나라당 대선주자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도덕적 자질검증을 강요하는 히스테리 광란극을 부추기고 생중계하는 것은 모두 어용방송들이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완벽한 김대중과 노무현을 한국인들은 대통령으로 모셔봤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이회창보다 더 깨끗했는데, 한국사회나 한국인들이 정말 더 도덕적이 되었나? 좌파정권이 들어서면서 한국사회는 도덕과 윤리를 무시하는 무책임한 군중들의 방자함과 이중성이 만연한 무자격자들의 권리주장만 난무하는 무법천지의 사회가 되지 않는가? 적당하게 의롭고 적당하게 타락한 죄인이 되어, 자신과 타인에게 자유를 주자. 대통령도 우리들처럼 적당하게 부도덕하고 타락한 인간들로 뽑자. 완벽한 도덕주의자를 대통령으로 뽑는 날, 한국사회는 완벽한 위선사회가 되고 국민들은 도덕주의 히스테리에 빠져 미쳐돌아가는 업보를 받게 될 것이다. 오늘날 한나라당 경선에 도덕주의적 정죄가 난무하는 것은 부도덕한 위선자들이 정치판에서 보여주는 도덕주의 히스테리 광란극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는 공산히스테리나 반공히스테리 대신에 건강한 공동체정신(communitarianism 혹은 community spirit)을 키워야 할 것이다. 집단의 이름으로 개인의 권익을 박탈하는 공산주의(communism)는 건강한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정신에 반대말이다. 토크빌이 미국의 뉴잉글랜드를 관찰하면서 말한 것처럼, 공동체정신이야 말로 개인의 자유와 국가에 대한 의무를 동시에 살리는 비법이다. 김정일 공산집단에 억압받는 북한주민들을 구할 정신적 무기는 바로 진정한 공동체정신이다. 지금 남한의 보수세력이 믿는 반공정신은 건전한 공동체정신이지, 결코 반공히스테리가 아니다. 한국사회에 정의와 자유를 약화시키던 저강도 반공히스테리는 유신정권의 종말로 이미 끝났다. 남북한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공동체정신은 반공적 자유이념 뿐이기에, 오늘날 우파세력이 벌이는 반공정신 수호와 고양은 실용주의적 애국활동이지 몽상주의에 빠진 반공히스테리가 아니다.
 
남한의 일부 좌파세력이 여전히 걸려있는 공산주의에 대한 집착과 강박관념은 시대착오적이고 정신병리적 히스테리이다. 공산히스테리에 걸려 부자와 승자를 증오하던 자들이 오늘날 살짝 변형되어 도덕주의 히스테리에 걸려있다. 공산히스테리 환자들이 이제 도덕주의 히스테리 환자가 되어 다시 한국사회를 분열과 위선으로 몰아가고 있다. 여기에 극우분자들도 도덕주의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극좌분자와 극우분자들이 공히 도덕주의적 히스테리 증상을 보인다. 베네트가 말한 반공히스테리는 남한사회에서 이미 사라졌는데, 북한에 공산히스테리와 남한에 도덕주의 히스테리가 여전히 한국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사회심리적으로 히스테리에 걸린 사회구성원들이 많은 사회는, 북한 공산사회처럼, 쉽게 쇠퇴한다. 요즘 남한사회에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보여주는 요란한 도덕주의 히스테리도 망조적이다.

 <http://allinkorea.net/ 올인코리아 편집인>

관련기사

막가파식 검증에 국민들이 메스 댈 것 경선전서 아직도 도덕검증 타령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