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미국이 필요한 동북아의 지역구도

섣부른 반미(反美)선동으로 국익을 저버려선 안되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우리사회내의 일부세력들이 반미감정을 조장하여 미국을 아무리 폄하하고 안티(anti)미국운동을 버려도 국제정치의 역학구도(power dynamics of international politics)는 하루아침에 바뀔 수도 없고, 또 그렇게 진행되어 온 것이 강대국을 위주로 한 세계의 역사인 것이다.

한반도가 위치한 동북아에서도 중국의 급부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면 냉전의 종식으로 다극화체제(multipolarity)로 전환하고 있는 세계질서가 진행되는 과정일 뿐, 미국이 동아시아의 패권국인 중국과 일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범위와 크기가 하루아침에 급격하게 줄어들 일은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북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순간까지 중국은 미국에게 비위를 거스르는 어떤 정책도 쓸 수가 없는 것이 국제정치의 생리인 것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군사력측면에서도 매우 급속한 성장을 하는 중국의 급부상 이면에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외교적 변수가 자리 잡고 있고, 북 핵을 매개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는 북한변수, 그리고 지난 10년간 이념적으로 다소 탈(脫)미국의 성향으로 민족주의로 기울어온 한국의 집권세력이 의도적으로 반미(反美)노선을 강화하는 다소의 흐름이 있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영향력이 동아시아에서 급격하게 하락하여 중국이 패권국으로 다가오는 일이 향수 10~20년간은 어렵다는 분석을 필자 스스로 하고 있다.

지금 국제정치적으로 미국이 중동의 이라크에 모든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면서 동아시아에서의 모든 협상의제들을 대화위주로 끌고 가면서 다소 호흡을 고르고 있지만, 미국의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기본노선에서 이탈하고 폄하하는 국가나 세력들을 너그럽게 봐주는 외교정책의 채택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외교협상전술상 미국의 입장이 다소 바뀔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미국의 철학이 바뀌진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의 아베총리가 선거 패배 후유증으로 정치적인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고 중국의 팽창정책이 극(極)에 달하면서 미국의 입김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느낌이지만, 미국을 알고 국제정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이들의 영향력이 단 기간 내에 빠르게 쇠퇴할 것이란 전망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제정치와 외교를 모르는 얼치기 폐쇄적 친북노선의 민족주의자들이 미국을 적대시하는 구호나 정책으로 쓸데없이 미국을 자극하고 좌파노선으로 외교노선을 끌고 가면, 북핵 문제도 미묘하게 더 꼬이게 될 것이고,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더 감퇴시키는 역효과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2007.8.4 박태우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 www.hanbatforum.com)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DPU Korea 사무총장

주한동티모르 명예영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