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설계하는 유럽

과거에 발목 잡힌 대한민국

필자가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할 때 유럽통합(European Integration)에 대한 영국민들의 민족주의(nationalism)가 극성을 부려서 통합의 장애물이 전혀 작어지지 않았던 기억이 매우 새롭다.

그 당시 한국 내에서 영국의 외무성이 해 마다 2명씩 선발하는 박사과정 장학생으로 어렵게 선발되어, 박사과정 연구 과제를 놓고 고민하던 중 유럽통합의 과정을 이해하고 이러한 흐름이 한국과의 관계증진에 어떻게 접목될 것인지에 대한 큰 주제를 놓고 지도교수와 대화를 나눈 기억이 새롭다.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 캠브리지 대학도 있지만 이 분야에서 가장 큰 권위를 갖고 유럽의 여성으로 선정된 Juliet Lodge 교수 밑에서 박사과정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영국정부의 권유를 받아들여서 정치학분야에서 매우 좋은 평을 받는 헐 대학(The Univ. of Hull)에서 유학생활을 한 것이다.

1993년도, 1994년도, 1995년도의 유럽은 유럽통합과정에서 다소 소극적인 조정기로써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민족적 자긍심이 정치통합으로 가는 유럽에 묻힐 것을 심히 우려했던 것이다.

마스트리트 조약이후, 지난 23일 결국 유럽인들은 통합과 진보라는 큰 슬로건을 수용하고 거대한 역사적 성취 물을 전 세계에 내 놓았다.

거대한 유럽의 합중국이 탄생하는 ‘개정조약’에 대한 합의로 빠르면 2009년에 조약이 발효되어 상생과 유연성에 기반 한 전 회원국 국익추구의 큰 역사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지난 3월 25일 EU 창설 50주년을 기념하여 독일의 앙겔라 메크켈 총리가 내어놓은 이 거대한 유럽헌법안이 결국은 역사의 무대 위에 정면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초기에 6개국에서 시작한 이 유럽의 공동체가 결국은 현재 27개국으로 확대되어 새로운 국제질서를 여는 중추적인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유럽통합체의 행정부 수장격인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2년 6개월의 임기를 갖는  대통령직으로 바뀌고 1회 연임의 길까지 열어놓은, 행정의 효율성과 통제성이 매우 증가된 자체적인 운영 체제가 된 것이다.

또한 외교정책대표직을 신설하여 유럽연합의 강화된 위상을 전 세계에 단일적으로 전달하는 외교적 창구도 마련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유럽연합의 통합과정에서 중요한 역사적 경험을 배워야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다른 언어와 다른 국가로 구성된 27개국의 이질적인 요소들이 이렇게 한 솥 안에서 융화되는 철학적 테제는 우리가 보는 시각이상으로 매우 보편적이고 깊은 것이다. 타 문화 및 타 국가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매우 깊다는 것이다.

우리는 같은 민족으로 같은 언어를 쓰면서 아직도 분단극복의 문제에서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들에 대한 연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대한민국의 고민과 책임성이 아직도 빛이 바랜 사회주의에서 허덕이는 북한을 견인할 묘책을 마련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최소한 보편적인 인류의 철학을 숭상하고 자신들의 참모습을 보는 북한이 된다면 이러한 우리의 노력들이 더 빨리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느낀다.

물론, 역사적 배경, 현재의 정치적 상황들이  유럽의 모습과는 크게 다른 한반도이지만 진정으로 나를 알리고 남의 모습까지 포용하는 기본정신에서 우리 한반도는 아직도 먼 길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풀어야 할지 답답한 마음이다.

2007.6.25 박태우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 www.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