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정치가 실종된 대한민국의 암담한 현실

정말로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큰 정치인이 보이지 않아

어제는 벌써 한 학기를 종강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그리고 한 학기동안 내 강의를 열심히 들어준 나의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라는 거창한 주제로 마무리 강의를 하면서 대한민국의 가능성이 녹아있는 대학 강의실에서 만큼이라도 진실(眞實)과 희망의 메시가 정직하게 전달되어야 함을 느낀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아직은 순수한 백지상태에서 기성세대가 그려놓은 잘못된 정치구도에 빠지기가 쉽고, 진실이 아닌 오도(誤導)된 선입견에 빠지기도 쉬운 것이다. 단순히 책속의 지식만 전달하는 역할에서 대학교수의 사명이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잘못된 점을 과감히 지적하고 바른 시대인식을 위한 지식인들의 열정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한민족과 대한민국이 내부적으로, 남북으로, 그리고 국제정치적으로 처한 현실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가장 탁월한 정책을 선택하는 지도자를 다시 세우는 문제에서부터 시작하여, 국민개개인들이 갖고 있는 매우 희박해지고 있는 공동체의식의 문제, 그리고 개개인의 꿈과 비젼을 현실적으로 실현하여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공동체에 적절히 이바지하는 문제 등.. 필자가 지난 45년간 이론적으로 경험적으로 연구하고 쌓아온 모든 것을 이야기하며 필자의 가슴은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뜨거운 진실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그리고 강의실 내의 수십 명의 학생들이 나의 진실과 희망의 메시지에 감동을 받고, 숨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장면... 그 것은 바로 진실과 정의를 이야기 하는 언어의 힘이요, 바른 철학의 힘인 것이다.

필자와 같은 순수한 지식인들이 정치인으로 겪으면서 느낀 사회참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젊고 순수한 영혼들에게 제대로 된 시민의식, 윤리의식을 하나라도 더 간절하게 전달하려고 애쓸 때.. 바로 그 순간 대선정국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각 정파들의 추하고 가증스런 소인배적인 협잡(挾雜)과 권력에 대한 무자비한 전투만 난무하고 있음을 느낀다.

현직 대통령은 헌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야당인 한나라당 후보들을 물어뜯으면서 레임덕(lame duck)을 애써 피해가려는 아주 비정상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고, 한나라당 내의 두 유력 대선주자는 당이 정하는 절차와 규칙과는 별개로 자신들의 계파가 중심이 된 무자비한 검증과 방어라는 논리로 한판 혈전(血戰)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을 지켜보는 관중인 국민들의 아주 차가운 시선이다.

그래서 선량한 국민들은 정치가 중요한 줄 알면서도 정치권을 증오(憎惡)하는 아주 비정상적인 민주시민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정말로 누가 이 나라를 이끌어야 할지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질 못한 형국인 것이다.

환언하면, 권력자들 주위에 충신이 부재하고, 21세기의 통일선진민주국가를 이끌 재목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아픔도 클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한나라당 두 주자는 더 국민 속으로 내려와 국민들의 목소리를 더 겸허하게 들어야 하는 것이다.

일반백성들이야 먹고사는 문제, 자녀들 교육문제 등에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혜로운 우리 국민들이 정치의 중요성을 모를 리도 없으며, 그 것이 망가지면 지난 10년의 교훈에서 우리의 미래가 없음도 깨우치고 있는 바, 이럴 때 일 수돌 정치인들의 절제되고 겸손한 언행이 더욱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필자가 보아도 대한민국은 지금 구한말 이상의 어려운 국내외적 문제들로 안팎으로 많은 도전과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

사사로운 후보검증의 문제, 헌법을 경시하는 대통령의 오만한 태도, 2300만 북한백성들의 삶을 희생하는 바탕위에서 끝까지 가부장적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핵을 갖고 가는 북한의 모습, 다시 발호하는 남한 내의 망국적 지역주의 등 당장 오늘만 생각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여기에다 민생경제의 어려움으로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는 대한민국의 서민들과 일자리가 없어서 방황하는 대한민국의 젊은이 들을 생각하면 필자와 같은 아직은 권좌에 앉아보지도 못했지만 같이 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라도 기성세대의 책임이 큼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 일을 어이할꼬!

이렇게 어려운 국가적 위기의 시대에 잘못된 정치인들, 경제인들은 자신들의 밥그릇만 생각하고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일삼고 있으며, 정치만 탓하면서 대한민국의 병 들린 경제문제를 외면하는 나쁜 현상이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따름이다.

중앙선거관위원장의 답답한 마음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가슴에 손을 대고 생각하면 우리 모두 역사와 백성들의 바람 앞에 더 솔직하고 더 내려가는 책임 있는 지도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커지지 않는가?

2007.6.8 박태우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박태우 푸른정치연구소, www.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