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훤과 아자개

역시 분열은 비극으로 막을 내려

후삼국시대의 영웅(英雄) 중에 후백제를 이끌었던 견훤은 그 기상과 기질이 호방하고 황제로써의 자질를 충분히 갖추었던 것 같다. 오히려 궁예나 태조왕건보다도 더 좋은 조건으로 호남지역의 아주 비옥한 곡창지대를 끼고 후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많은 조건들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큰 고민이 있었다.

지금의 상주를 중심으로 호족으로 조그만 세력을 형성했던 아버지 아자개가 견훤의 큰 꿈에 협조하지 않았던 것이다.

견훤의 계모가 자식과 아버지 사이를 이간질하면서 훗날 부자간의 갈등(葛藤)과 반목(反目)은 더 커지고 급기야 아자개는 왕건한테 투항하여 견훤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다.

지금의 광주(당시 무진주)광역시를 중심으로 크게 세력을 확장하던 견훤이 지금의 전주(당시 완산주)에 황궁을 지으면서 동생 능애와 책사 최승우를 보내어 아버지 아자개를 태황제(太皇帝)로 모시고 합칠 것을 제안하나, 아자개의 부인의 이간질로 견훤의 바람은 무산된다.

아주 사소한 일로 보일 수 있으나 견훤은 아버지 아자개의 비협조와 갈등으로 결국에 삼국을 통일할 수 있는 큰 기회를 놓친 것이다.

훗날 궁예를 제거하고 덕장(德長)으로 많은 백성들의 존경을 받던 왕건은 이러한 견훤과 아자개사이의 틈새를 이용해 결국 후백제를 흡수하는데 성공하게 된 것이다.

이 역사적 사실은 오늘 우리의 한반도 상황에도 큰 교훈을 주는 것이다.

북한 김정일 정권의 대남담당부서는 끊임없이 민족공조와 자주논리로 한미(韓美)간의 고리를 이간질로 끊어가고 있으며 우리사회내의 양극화를 이용해 계층 간에 지역 간에 편을 나누는 마이너스 정치공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내의 친북좌파들은 대한민국 건국세력들을 친일파로 매도하면서 그 대칭점에서 단순한 도식으로 친북세력들을 민족세력으로 부각시키면서 국론을 분열시키는 분열책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순한 흑백논쟁으로 그렇게 편을 가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말이다.

바로 아자개의 부인과 같은 간교한 악역(惡役)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유일한 수권가능대안정당인 한나라당은 여권의 미묘하고 교활한 분열공작의 희생양이 되지 말고 선의의 경쟁과 국익우선주의로 경선을 치르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주일에 교회를 다녀온 후 갑자기 생각나는 평범한 고민이다.

2007.6.3 박태우 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푸른정치연구소, www.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