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년 학의 아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무시되는 사회

영화를 잘 볼 여유가 없는 필자가 모처럼 큰마음 먹고 필자가 거주하는 일산의 한 영화관을 찾았다.  달포전의 일이지만, 약속 장소에 갔다가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의 영화관이 눈에 들어와, 일정이 잡힌 오찬 후에 홀로 우리민족의 혼(魂)이 담긴 천년 학을 보기로 하고 미리 매표를 하였다.

업무를 끝 낸 후 몇 년 만에 필자가 좋아하는 판소리영화를 보는 설레임에 우리 민족의 정서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한이 깊은 한 소리꾼이 후계자를 양성하기 위해 인륜(人倫)을 넘어선 한(恨)의 교육으로 한 소리꾼의 눈을 멀게 하는 비상식의 예술성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한 젊은 소녀가 득음의 경지에 이르도록 한을 불어넣는 아버지 소리꾼의 염원과 현실적 고뇌는 한 여인의 삶을 예술인으로써의 완성도는 없었지만, 미완의 한을 담아낸 무명의 판소리꾼 일생만 남기게 된 모순의 현실태(現實台)를 만들게 되었다. 

필자는 외교부에 근무할 때, 우리 것이 좋아서 취미로 방과 후에 판소리를 한 6개월 공부한 적이 있다. 너무나 바빠서 수시로 빠지는 연습이었지만, 이러한 우리민족의 한을 담은 우리의 예술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주체할 수 없는 감동으로 짜투리 시간을 우리 것을 배우는데 투자한 것이다.

춘향가 중에서도 ‘사랑가’ 한 대목 하는 정도의 아주 서투른 판소리 애호가로 이렇게 정치인, 학자, 외교인, 언론인의 삶을 살고 있지만, 이 영화는 마음속 깊이 전달되는 우리 문화의 깊이와 민족문화의 정을 너무나 많이 느낀 한 편의 예술 작품이었다.

수시로 역사의식과 책임의식으로 무장하고 젊은 지성인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정치평론을 하는 필자는, 요즈음 우리사회내의 개혁문제, 정치개혁문제 등에 모든 것을 다 투자하는 형국이지만, 가끔 감동(感動)이 있는 예술작품을 만나면 가슴이 뭉클한 나의 내면세계를 결코 멀리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래서 아무리 바쁜 현대문명을 우리가 탓하려 해도 우리 인간들이 갖고 있는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을 벗어난 인간다움에 대한 기대는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필자는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여주인공이 제주도의 한 평원에서 부르는 정한(情恨)의 아픔을 다룬 춘향가의 한 대목에서 그만 가슴을 열고 손수건을 꺼내 나의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나의 순수함과 만나서 순수한 예술의 바다를 건너 사람의 삶이 주는 무게와 아픔, 기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 순간은 박태우가 한 나약한 시인(詩人)으로 돌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를 다시 돌아보는 자연인의 아픔과 기대에 대한 경지를 느낌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순순한 모습에서 정치도, 경제도, 문학도 조명하는 여유를 갖을 수가 있는 것이다.

2007.5.25일 박태우(푸른정치연구소, www.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