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정권, 실패한 대미(對美)외교

무시당하는 한국인들의 인권(人權)

북미(北美)수교의 파고가 높게 출렁이는 2007년도에 미국부부가 내놓은 ‘2006 테러보고서’를 보는 필자의 마음은 무척이나 착잡한 심정이다.

백 가지 일을 다 잘 할 수는 없지만, 기본을 챙기지 못하는 국가나 정권은 국민들에게 진솔한 마음으로 사죄를 하고 다시 새로운 도전으로 잘잘못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매우 답답하게 생각하는 내용인 즉은, 이 보고서에 작년까지 명확하게 문제점으로 거론했던 485명의 한국인 납북자와 12명의 일본인 납북자 문제 가운데 일본인 납치자 문제는 이 번 테러보고서에 명확하게 기재하고 우리국민 485명에 관한 문제는 삭제되었다는 사실이다.

북한에게 수교까지 제의하면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가고 있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인권국가 미국이 단기적인 이득을 위해서 민주주의국가의 원칙을 버리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집요하고 무리한 요구가 처음에는 이상해 보였지만 결국은 핵(核)을 개발한 김정일의 전략으로 미국에게 전략을 수정케 한 북한외교의 승리인 것이다.

우리 외교부가 이러한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적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필자이지만, 웬 지 미국에 비친 한국민의 현주소가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기에 더욱 착찹한 마음인 것이다.

하기야 우리정부도 한반도의 평화라는 이상한 논리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오도된 이유로 이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아온 전례는 미국이 이 문제를 그리 부담스럽게 생각지 않고 이런 보고서를 작성하는 토대로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도 해 본다.

우리정부가 최근의 대북(對北)협상장에서 이 문제를 우리 국민들의 인권문제로 심각한 어조로 거론하기 보다는 의례적인 언급수준으로 격하하고 북한정권의 눈치만을 보는 한심한 작태를 연출해왔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납북자.국군포로들의 절망과 한숨을 모르는 이 정권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의 있게 이 문제를 다루어 대북지원과 연계하여 미국부부에게도 우리 정부가 이 문제에 얼마나 큰 관심이 있는 지를 잘 알려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와는 매우 대조적으로 단지 12명의 일본인 납북자문제는 일본정부의 집요하고 강한 논리와 주장으로 미국정부가 감히 무시할 수 없는 문제로 인식되어서 이번의 보고서에서도 당당하게 그 맥락을 갖고 가게 된 것이다.

미일(美日)동맹의 힘과 깊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웬 지 우리 정부가 전략.전술의 부재로 할 수 있는 일들도 근시안적이고 정권안보적인 단기적 대북접근으로 망친 이러한 사안(事案)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백배 사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2.13북경합의」 이후 북한이 끈질기게 미국정부를 상대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빼 달라고  요구해왔고,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미국정부는 “2.13조치 합의에서  미국은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는 과정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는 명시적인 문구를 이번의 보고서에 삽입한 사실에 우리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필자는 바로 이런 문제에서도 단단한 논리와 일관된 지침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현(現) 정권의 실책을 지적하는 것이고 우리 인권외교의 현주소가 이렇게 묻혀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2007.5.2 박태우(푸른정치연구소, www.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