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발탄, 정운찬의 고뇌와 선택

한국정치의 어두운 면을 보는 느낌

여권 발 정개개편의 한 축을 형성해왔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대선불출마선언은 필자와 같이 정치를 연구하는 사람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명목상의 이유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정치활동의 경험이 없고 대선에 나설 자격이 없으며 지금 새 정치세력을 만들어 낼 능력도 없다는 것인데 사실 필자는 이 단순한 불출마 변이 매우 설득력이 있게 다가온다.

논리와 투명성을 무기로 이론적인 탐구에 많은 시간을 보낸 이론에 강한 학자가 한국정치의 어두운 현실을 접하는 순간 대부분 퇴로를 찾아가 뒷걸음질 칠 것이란 필자의 판단이다.

필자도 학자로써, 국가의 최고 엘리트 부서의 공직자로 정직과 투명성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믿고 생활하다가 정치권에 참여하는 현실정치의 벽을 두드리는 그 순간부터 많은 갈등과 번민에 시달려온 지난 몇 년을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 및 평가 고리가 지역주의에 기반 한 편 가르기, 이념성에 기댄 피아의 구별, 권모술수(權謀術數)가 판을 치는 예측 불가능한 한국의 정치상황 등은 나름대로 이러한 어두운 한국의 정치문화에 길들여지지 않은 학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기가 쉬운 것이다.

더더욱 한국의 정치판은 아직은 한 인간이 얼마나 진지하게 열심히 살아오고 실력과 소양을 갖춘 일꾼의 측면에서 사람을 보기 보다는 돈과 정실로써 많은 것을 재단하는 아주 고약한 고질병 앞에서 순순함과 열정이 일정부분 미움과 무관심으로 바뀌는 과정을 많은 정치엘리트들이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추구를 전제로 한 정치에의 참여한다는 것은 단순한 양적인 지식의 축적이나 경험보다는 단련되고 수련된 단단한 한국적 정치인이 살아나을 수 있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야하는 난제인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정권이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경제적 고통을 주고 야당도 국민에게 실천적 대안(代案)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 총장과 같은 신선한 인물에게서 정치개혁, 바른 정치의 기대감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일 수가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한국정치는 많은 정치적 수련과 경험을 통해서 단련된 사람이 그 어둡고 긴 질곡을 혜치고 나가면서 정권도 만들고 아전투구의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능력을 갖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학자적인 인간에서 정치적인 인간으로의 변모가 이렇게 어려운 자시변신의 아픔을 겪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운찬 씨의 중도포기는 정치적인 인간으로 거듭나는 어둡고 힘든 과정에서 공인의 어려운 길 보다는 학자로써의 투명하고 편한 길을 가겠다는 그 개인의 판단이기도 할 것이다.

학자출신으로써 비교적 성공한 정치인 중에는 조순 전 서울대 교수, 이수성 전 서울대 총장 등이 있지만, 하나같이 한국정치의 정점에 도달 하는 데는 큰 역부족을 느껴온 것도 사실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에 정운찬 씨의 대통령도전 의지와 한국정치 현실의 벽에서 느낀 좌절감은 아직은 한국정치의 깊은 구석구석 배인 절망적인 측면과 미래의 희망까지 볼 수 있는 경륜과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산전수전 다 겪은 실력 있는 사람의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언론들의 분석대로 특정 정치세력의 “새 판짜기”에 이용당하여 학자로써 갖고 있는 정책적 비젼이나 정치개혁에 대한 실천의지가 잘못된 정치 구조 속에 함몰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은 것이다.

우리는 작금에 우리사회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현상들을 통해서 도덕적인 모습의 인간과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는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을 번갈아 보면서 우리 스스로도 어떠한 가를 되돌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유교문화의 뿌리가  깊은 우리사회에서 아직도 정치와 권력은 사회엘리트들이 마지막으로 꿈꾸는 도전의 장(場)인 것이 현실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어느 한사람이 한국정치의 현실과 본질을 잘 보지 못하고 단지 명예욕에, 어설픈 애국심에서 정치권으로 발을 담그려는 순간 그의 많은 삶의 과정과 실체는 근본적으로 변화하면서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속성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 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것은 필자의 체험이고 아직도 갖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인 것이다.

정말로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 지도자가 될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바른 철학으로 큰 꿈을 안고 실력을 배양하면서 나라의 경영을 고민하고, 몸소 자신의 일정부분을 희생하면서 공적인 영역에서 애국심을 불태우며 살아온 경력이 있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강한 열정의 소유자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정치의 이상론(理想論)과 현실론(現實論)을 잘 접목하면 대선을 몇 개월 앞 둔 현 시점에서 어떠한 사람이 정말로 분단국가의 이 험난한 정치과정을 잘 견인해 낼 수 있는 인물인지 구분하는 조그마한 단서를 갖 을 수가 있을 것이다.

2007.5.1 박태우(푸른정치연구소, www.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