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잘못을 가장 크게 지적했던 미국도 살짝 태도를 바꾸어 북한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불안전하고 임시조치적인 북 핵 해결에 대한 합의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북 핵 당사자인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을 이끄는 세력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계심과 비젼을 함께 일구어 국민들과 합의를 이루는 과정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무동력한 대한민국의 정치권은 이미 역사 앞에 큰 죄(罪)를 지고 있다는 필자의 생각이다.

이런 문제는 뒷전이고 오직 파벌조성, 그리고 대선 판짜기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만 챙기는 나약한 모습들인 것이다. 이러니 북한이 대한민국을 우습게 여기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북한 돈 2500만 달러가 묵인 BDA문제로 우리가 치루는 대가가 엄청남에도 그저 먼 산만 처다 보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결국 미국이 북한의 주장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선에서 북한은 엄청난 이득을 챙기고 6자회담의 최대 균형자가 북한이라는 큰 사실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엄청난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이다.

지난 18개월 동안 이 문제를 핑계로 북한은 영변 핵 시설도 그대로 가동하고 핵실험까지 한 것이다. 퍼줄 것은 다 퍼주고 우리 정부는 무슨 이득이 있나? 오직 철저하게 실패한 외교만 있는 것이다.

권력만추구하는 이기적인 권력집단들의 대선집착증은 이미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그럭저럭 좋은 것이 좋은 것이란 분위기로 북한의 많은 잘못들을 덮어주고 있는 것이다.

올해의 한국과 내년의 미국의 각각 대선에서 북한의 상황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안절부절 하는 미국과 한국의 일부 잘못된 정치인들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렇게 원칙과 기본을 저버린 미국과 한국정부의 처신이 북한으로 하여금 결국 또 다른 기행적인 모습을 우리에게 보이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북한은 19일로 예정되었던 납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1차 전체회의가 북측이 남측의 기조 발언 문을 회담 전에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예정보다 7시간 반이나 늦게 열리는, 국제관례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북한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를 다 차치하고 북한은 이미 최근의 사례에서도 보이듯이 6자회담 합의사항 중의 하나인 영변핵시설 폐쇄를 지연시키고 있는 마당에 있다. 남측이 북에 쌀을 준다는 것이 확인되는 조건에서 회담을 진행하겠다는 북측의 억측주장은 몰상식을 넘어선 우리정부 깔보기의 대표적인 사례인 것이다.

결국 우리정부는 북측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하여 회담을 열고 쌀을 주는 것으로 분위기를 호전시켰지만, 왜 안 되는 일들을 받아들이고 북에 끌려 다니는지 대한민국 지도층의 심층적인 이해와 고민을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또 다른 북한관련 재미있는 정치권의 사건 하나를 본다.

한나라당이 19일 의원총회에서 대북정책노선을 바꿀 것인지를 놓고 4시간가량 의원들 간에 토론을 벌였다 한다.

시대상황의 변화에 걸 맞는 대북정책을 마련하는 당의 노력을 높게 평가할 만하나 현(現) 여권과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는 정책노선의 변경은 국민들에게 큰 혼란을 가져다 줄 것이다.

단지 호전적인 북한의 공세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마련 될 한 정파의 정략적인 대북정책 수정은 공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현 정권의 포퓰리즘적인 대응방식과의 차별화도 매우 어렵다는 비난을 받기가 쉬울 것이다.

주요한 변화의 방향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헌법의 영토조항 손질, 국가보안법 폐지와 대체입법, 남북정상회담 선 요구 등이라 하는데, 선무당이 사람 잡는 모습으로 비추어지는 면이 많기에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과 논의가 북 핵문제의 완전한 해법개진, 북한의 대남안보위협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 및 과제, 그리고 북한의 대남전략의 핵심골자에 대한 분석, 북한의 체제유지 문제 등에 대한 설득력 있고 깊이 있는 분석과 대비책이 나온 다음에나 나올 수 있는 질문 들인 것이다.

국가의 중대한 변화를 꾀하는 문제는 항상 공당으로써 국민적 동의를 얻으려는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노력과 깊이 있는 학습 및 이론적. 경험적 고찰의 결과 속에서 신뢰성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변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고 변화를 안정적인 장치의 마련 속에서 꾀하자는 것이다.

위의 두 사건을 최근에 지켜보는 필자의 마음은 찹찹하다.

과장하는 논리와 행동으로 필요이상 북한에 대한 걱정과 기대를 하는 한국 내 불안정한 기회주의적 정치인들의 모습이 연상되고 자질과 자격이 되지 않는 일부 선동적인 정치인들의 책임지지 못하는 불성숙한 정치활동만이 부각되어 지는 것이다.

이렇게 나라가 병들고 있으니, 어이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