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시기 휴전선을 기점으로 첨예하게 진행되던 자유민주주의와 독재정권과의 싸움터가 이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무용지물이라고 판단한데 기초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지로 북한당국은 주적개념이 없어진 한국군과, 대북방송-전단살포중지 등 저들의 의지가 관철된 휴전선으로부터는 체제위협의 사소한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김정일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었고 그것은 기존의 전초선(휴전선)에 비해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름하여 중-조 국경연선이 그것이다.
지난 3년 간만해도 중앙당검열을 비롯한 20여 차례의 각종 지도검열과 10여건의 공개재판과 처형, 2005년 3월 경성지구 남한입국 탈북자가족들과 월경자들에 대한 추방조치에도 불구하고 국경연선의 “질서회복”과 “봉쇄조치”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납치한 남한국적 탈북자들까지 인입시켜 국경연선지대 주민들을 위한 특별강연을 열고, 한 달이 멀다하게 강연자료를 만들어 주민들과 군인들에게 정신교육을 시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북한당국자들의 딜레마다.

그 때문인지 이번에 본 방송국에서 입수한 노동당선전자료,『국경연선지대를 한놈의 불순적대분자도 발붙일수 없게 철저히 봉쇄하자』(국경연선주민정치사업자료)에서는 “계급투쟁의 전초선을 지켜선 우리 주민들에게 있어서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는것보다 더 중요하고 책임적인 사업은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또한 자료는 “지금 혁명의 수뇌부를 해치고 우리 내부를 와해시키기 위한 적들의 간첩파괴암해책동과 심리모략전의 거의 모두가 국경연선지대를 통해 악랄하게 감행되고 있다”고 하면서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는 것은 적들의 책동으로부터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하고 사회주의를 지키는 무겁고도 영예로운 사업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경봉쇄사업에서 모범을 보였다는 자강도 위원보험지사에서 일하는 최순옥이라는 여인을 소개했는데, 사연인즉 최씨와 학교에 다니는 그의 세 아들이 수 십리나 되는 국경연선에 1.5미터의 너비로 아카시아 (국경)봉쇄림을 조성했다는 이야기다.

자료에 따르면 최씨가 국경연선지역에서 적들과 불순분자들의 책동이 날로 우심해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000년 5월 어느날, 우리가정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고 생각에 잠겨있던 그에게 막내아들이 “가시가 많은 아카시아나무를 심어 원쑤놈들이 몰래 들어오다가 눈에 가시가 콱 배기게 하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일정한 너비로 아카시아나무를 빽빽이 심으면 놈들이 감히 접근하지 못할 것이고 설사 접근한다 해도 소리나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인차 잡을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최씨는 압록강변의 개활 지대에 30만 그루의 아카시아 나무를 심어 국경봉쇄림을 조성했으며, 2004년 11월 김정일로부터 “사랑의 서한”을 받았다고 전했다.

“사람의 눈에 가시가 콱 배기게 하는”아카시아 림을 조성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북한 노동당, 이를 모범적 소행이라고 “사랑의 서한”까지 보내는 김정일의 작태를 통해 국경지역이야 말로 독재체제관리의 커다란 장애요인이요, 자유민주주의와 독재체제사이의 새로운 전초선임을 실감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