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작전통제권(Wartime Operational Control) 이양논의가 2012년으로 가득을 잡아가는 듯하다. 미국의 전군재배치계획(Global Posture Review) 및 현실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생각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노무현 정권이 작통권 단독행사를 주장하였던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본래는 2009년에 우리 측에 모든 권한을 이양하겠다던 미국이 그나마 3년이라도 늦춘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지만, 한국안보의 취약성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라면 이 문제가 최소한 북 핵(核) 문제의 완전한 타결 시점까지 논의가 유보되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한국시간으로 내일 새벽 와싱턴에서 열리는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의 구체적인 시기가 합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한 언론의 보도는 매우 민감한 대한민국의 안보를 다루는 문제이기에 필자의 관심이 많이 가 있는 사안(事案)인 것이다.

더욱더 우려스런 것은 한미(韓美)간의 신뢰관계가 많이 손상된 이 시점에 한미동맹의 최후의 보루인 이 작전통제권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으려는 미국과 우리정부 모두가 매우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모두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한국의 더 신뢰받은 동맹(同盟)이요, 굳건한 친구로 남으려는 의지가 강하다면 최소한 불안정한 북한변수의 관리가 안정적으로 가능한 시점까지라도 이 논의는 유보시키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우리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한 관계자가 “전작권 전환은 북한 핵 실험은 물론 한국대선결과와도 무관하고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는 강한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정부의 성급하고 아무런 실익(實益)이 없는 자주(自主)논리와 미국의 지나친 단기적인 국익(國益)위주의 접근은 지난 반세기동안 혈맹(血盟)으로 자리 잡은 한미관계의 근본을 흔들어 놓아, 한반도에 유사시 돌발사태가 일어날 경우 효과적인 대처를 어렵게 하는 큰 요인(要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 미국정부나 현(現) 정권은 이성을 갖고 냉철한 논의를 다시 해야 할 것이다.

2007.2.23 박태우(푸른정치연구소, www.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