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미국의 페리(William Perry) 전 국방장관 겸 대북정책조정관은 이 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면담자리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도록 설득할 뿐만 아니라 이미 개발한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어떤 합의도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합의이행 이전까지 합의문은 종이쪽지에 불과하다.”는 사견을 이야기 했다 한다.

과거 대북문제해결을 위한 ‘Perry Process'를 만들어 낸 대북문제 전문가답게 「2.13북경합의」가 갖고 있는 맹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말은 지금 북한정권이 자신들의 핵무기 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에 앞서서 대대적인 대남(對南)선전공세를 강화하는 분위기에서 읽힐 것이다.

실제적인 「남북한평화협정」의 체결에 대한 논의나 체결자체는  북 핵 폐기에 대한 검증부분이 완전하게 해결된 시점이후이어야 하는 것이다.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목표로 시작할 한반도 평화체제정착에 대한 논의는 한반도의 비핵화문제를 시작으로, 남북한 상호간의 군비를 통제하는 문제, 북미(北美)수교 및 북일(北日)수교,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평화협정의 체결 및  보장 등의 조치가 긴 시간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 져야 하는 큰 과제인 것이다.

정략적 위장평화무드조성을 위한 선전선동은 남한국민들에게 정치적 목적으로 겨누고, 실질적인 협상과정은 남한을 배제하고 우선 미국과의 양자협상으로 끌고 갈 북한이기에 더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북미간의 양자대화로 물고를 트면서 미국이 북한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오지 않으면 다시 남한과의 직접대화로 미국을 압박하는 등의 다각적인 전술(戰術)을 구사할 것으로 예견된다.

미국과 우리정부로부터 최대한 물질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고, 평화선언 등의 카드로 우리 국민들에게 선전선동을 강화하여 한미(韓美)간의 이간질을 부추기는 북한의 전략에 우리정부가 절대로 말려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정부는 반드시 한미동맹의 기본골격을 더 강화하는 기본토대위에서 점진적이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북한의 행동을 보아가면서 평화체제구축을 논의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성급하게 대북지원을 들먹이면서 미국과의 조율이 없는 감성적인 좌파코드로 「2.13합의」의 기본정신이 일그러지는 우(遇)를 범해선  안 된다.

이런 의미에서 한 언론의 사설이 지적하는 대북접근 및 핵문제를 놓고 벌어진 우리 정부부처간의 한심한 엇박자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정원과 통일부가 북한의 우라늄 핵(核) 및 프로그램에 대한 존재여부를 놓고 다른 답변을 내는 코미디 같은 우리 정부의 한심한 작태를 어디까지 두고 보아야 하는가?

한 언론의 사설을 다음과 같은 경고를 하고 있다.

“방한 중인 페리 전 미 대북조정관은,  ‘HEU가 북 핵 협상 결렬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이 시간을 끌면서 미국을 갖고 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엊그제 통일부는 핵문제와 쌀.비료 지원을 분리하겠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핵 협상이 깨지고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아도 대북지원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말도 빠트리지 않았다. 정부는 그저 HEU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것이 거북스럽기만 한 모양이다. 이 땅의 주인이 도시 누군지 모를 일이다.”

참으로 정당한 지적이고 우려인 것이다.

우리 정부는 「2.13합의」가 언제든지 종이쪽지로 변할 수 있다는 가정으로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대북지원문제 및 대북협상문제를 점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번 2.13 북경합의가 한반도의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도하고, 회담자체가 파국을 모면하고 계속 불씨를 살렸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고, 핵무기 및 핵무기 제조용 물질의 생산, 그리고 핵실험이 당분간 중단되는 약간의 성과가 있다고 마치 중대국면의 타결로 떠들면서 대북지원에 나팔을 부는 현(現) 정부의 태도는 잘 납득이 가질 않는 것이다.

2007.2.21박태우(푸른정치연구소,www.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