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통일부에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을 지시한 가운데 한국 내 시민사회에서는 다양한 날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탈북민 일부 단체 대표들이 최근 모여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적합한 날짜를 논의하고 후보로 취합된 날들을 지난주 통일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같이 밝히며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 지시 이후 다양한 의견들을 취합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취합된 후보는 한국의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일과 시행일인 1월 13일과 7월 14일,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주도했던 단체, 탈북자동지회의 창립일인 2월 26일, 황 전 비서가 한국에 입국한 4월 20일, 북한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연례행사, 북한자유주간이 시작된 4월 28일, 한국 내 탈북 제대 군인들의 모임인 ‘북한인민해방전선’이 결성된 9월 8일, 한국 정부에 의해 탈북 청년 2명이 강제북송됐던 11월 17일 등입니다.

또한 1호 귀순용사가 한국에 도착한 날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하자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한국전쟁 정전 이후 최초의 탈북민, 즉 ‘월남 귀순 용사’는 안창식 대위로 1953년 7월 31일 중동부 전선 비무장지대를 넘어와 49년을 한국 국민으로 살다가 지난 2002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겨레얼통일연대는 북한에서 외부로 정보를 유출시키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리는 이른바 ‘자유투사 추모일’인 4월 29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현재 자유투사 추모일은 겨레얼통일연대 주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일단 의견을 취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모아서 지난주 통일부에 후보 날짜를 제안했다”며 “의견이 다양해서 특정 날짜로 좁혀지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렇게 취합한 날짜를 통일부에 제안하면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산하에 탈북민 담당 비서관 및 행정관 직제 신설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장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날’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삶과 연계돼 있는 날로 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장: 한국 내 북한이탈주민이 들어오기 시작해서 법이 제정된 날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하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 주민들에게도 한국에 탈북 주민을 위한 날이 제정됐다고 하면 북한 주민들한테도 굉장한 의미가 있고…

한국 내 탈북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인 비욘드더바운더리는 지난해 여름 일부 북한 인권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북한 주민의 날’로 적합한 날짜에 대한 의견을 취합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제시된 날짜는 남북이 하나가 됨을 상징하는 8월 1일, 첫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9월 20일 등입니다.

최형석 비욘드더바운더리 사무국장은 “8월 1일의 경우 ‘8’이라는 숫자는 위, 아래가 동일하듯이 남북의 모습을 상징하며 ‘1’은 하루 속히 하나가 됐으면 하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신의주 학생 의거날’인 11월 23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신의주 학생 의거는 지난 1945년 11월 23일, 신의주에서 발생한 반소련, 반공산 저항 운동입니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전체주의, 공산주의 세력에 대해 최초로 반기를 든 의미 있는 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1945년 11월 23일, 북한에서 소련군의 만행에 대해 최초로 저항을 한 날입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이 공산통치에 대해서 항거, 이탈해서 남쪽으로 많이 월남했습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공산 통치 이탈 의지를 밝힌 날로서 그날을 지정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뜻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 절차와 관련한 내부 검토와 유관기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의견 수렴을 위해 오는 29일 탈북민들과 면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적합한 날짜를 선정하기에 앞서 탈북민 사회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김영호 장관이 직접 탈북민 단체장을 면담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태 의원은 “옛 소련이 공식적으로 38선을 봉쇄해 분단이 발생한 8월 26일 등이 기념일로 거론되고 있다”며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융화되기 위해서는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제정해 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0일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7월 14일을 기념일로 제정하는 내용이 담긴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