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러시아 극동 연해주 정부 대표단이 최근(11~15일) 경제 협력 방안 논의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무역과 관광 등 통상적인 경제 협력뿐만 아니라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 관련 논의가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 파견 가능성이 얼마나 크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크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파견 노동자는 북한 입장에서는 매우 귀중한 외화벌이의 유력한 수단입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은 소련과 벌목공 파견 사업에 합의한 후 계속해서 노동자를 러시아에 파견했습니다. 남한의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북한의 수출액은 1억 6천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현재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 수는 약 10만 명으로 이 중 대부분은 중국과 러시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명당 1년에 1만 달러를 북한 당국에 상납했다면, 단순 계산으로 약 1억 달러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북한은 불법적인 무기 거래와 사이버 공격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사이버 공격만으로도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산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따르면 2023년 현재 155mm 포탄의 가격이 상승해 한 발에 약 8천 유로, 미화로 약 8천8백 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보도된 대로 100만 발의 포탄을 러시아에 판매했다면, 단순 계산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얻어낸 겁니다. 북한은 현재 1억 달러 규모의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를 훨씬 넘는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다만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수출은 일시적인 것일 수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의 언제까지 지속할지도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반면,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유럽 및 동남아시아 다수 국가에 피해를 주고 있고, 여기에 피해를 입은 여러 나라들에서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명백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과연 북한이 이를 통해 언제까지 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반면에 사이버 공격과 무기 수출 등과 같은 불안정한 거래와 비교하면 해외 노동자 파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사안이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묵인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는 계속해서 귀중한 외화벌이 수단이 될 것입니다. 한편 러시아는 2019년 봄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있었던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 추진을 매력적인 제안으로 평가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러시아에 파견되는 북한 노동자 수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특히 러시아 연해주 지사가 평양을 방문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연해주는 과거부터 북한보다는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곳입니다. 예를 들어, 2009년에는 연해주에서 한국의 현대중공업이 러시아 연해주 영농법인 ‘하를 제르노’를 인수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3년 7월에는 한·러 농업협력위원회가 개최되었고, 연해주에서 농업을 수행하는 한국 기업들의 환경 개선책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진 적도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부터 연해주에 노동자를 파견했지만, 본격적인 경제 협력은 아무르주쪽에서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2014년에는 북한 무역성과 러시아 연방 아무르주 정부의 무역경제 협조에 관한 합의서가 서명됐고 북러 간 철도운수부문 협조에 관한 문건도 체결됐습니다.

한편 요즘에는 한국이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공급하는 등 러시아와 한국 간의 관계가 긴장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연해주에서 한국과의 경쟁적인 협력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12일에 평양에서 올레그 코제마코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와 윤종호 북한 대외 경제상이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회담에서는 한국 대신에 북한이 연해주에서 농업 협력을 추진한다거나, 북러 간의 새로운 경제 협력 방향성에 대해서 협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연해주 지사들의 평양 방문은 기존의 남과 북, 러시아 세 나라 간의 협력 관계가 이제는 끝난 상황임을 나타내는 의미도 있었다고 봅니다.

<기자>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생활 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 러시아에 파견된 노동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파괴된 지역의 복구 작업에 투입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요. 그만큼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상황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도 2012, 2016,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러시아 연해주와 아모르주 지역 등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교외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숙소를 취재한 적도 있었습니다. 거기엔 노동자들이 약 10명 정도가 있었고, 이들은 로비에 있는 TV를 열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수리스크 시에 있는 시장에서 북한 노동자와 짧게 대화도 했습니다. 당시그는 조만간 귀국을 앞두고 선물로 옷이나 북한에선 구하지 못하는 용품들을 사서 돌아가려고 했던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시베리아 지방에서 탈북한 북한 노동자들과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노동자는 아무르주에서 벌목공으로 일해왔다고 하는데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했다고 했다고 합니다. 너무 위험한 작업들이 많았고, 그 사업소에서 한 700명 정도가 일하고 있었는데, 매해 3~4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월급은 평균 500달러 정도였고, 이중 70% 정도는 북한 당국에 상납했다고 합니다. 그 노동자가 직접 받을 수 있는 월급은 약 166달러 정도였는데, 사업소가 이 중 반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대신 송금했다고 하면서, 실제로 손에 쥔 돈은 80달러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러시아는 북한 국가보위성이 러시아 내에서 탈북자들을 체포하는 것을 묵인하면서도, 탈북자가 유엔난민기구 사무소와 접촉해 일시적인 신분증 발행을 받는 것도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북러 간의 관계가 강화되면서 러시아도 중국처럼 탈북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가능성과 발견 시 강제 송환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자> 결국, 이 모든 것들이 다 유엔 대북제재 위반입니다. 그럼에도 북러 관계는 더 강화하고 있고, 앞으로 경제, 무기 거래도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앞으로 북러 관계에서 유엔 대북제재는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봐야할까요? 북러관계에 대해 전망해주신다면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단 주목할 만한 사실은 러시아와 중국 간의 관계가 점차 긴밀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10월에 열린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구"라고 칭했습니다. 시 주석 또한 이 회담이 2013년 이후 42번째로 열렸으며, 이를 통해 긴밀한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미국에 대해 이중기준이라고 반복적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사우스(개발도상국) 국가들 사이에서는 일부가 러시아의 주장을 일부 납득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유엔 기능의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북러 관계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과거 구소련 시대에 북한에 여러 지원을 하였지만 결국 배신을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2014년에는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부채의 90%를 탕감한 적도 있으며, 원자력 분야에서도 협력을 시도하였지만 북한이 이에 개의치 않고 핵무기를 개발하였습니다. 따라서 러시아도 북한을 신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고 러시아 경제가 정상화되면 러시아와 북한 간의 관계가 멀어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이런 가운데, 16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해 북중 외교회담을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중국이 내년 수교 75주년을 맞아 4년여 만에 중국에서 고위급 회담을 개최한 건데요. 북한과 러시아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북°중 관계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강화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내년 북중 간의 정상회담 가능성 등, 북중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박명호 북한 외무성 차관(부상)이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날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호를 발사한 날이었습니다. 박 차관이 군사 기밀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북한 지도부가 미사일 발사 날짜에 박 차관과 왕 부장의 회담을 의도적으로 계획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북한의 ICBM 발사를 중국은 지지하는 구도 속에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 것으로 분석되기도 합니다.

저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일에 나왔던 중국발 보도 내용들도 확인했지만 매우 간략한 보도 내용들 뿐이었습니다. 앞서 중국은 어떤 사안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싶을 때는 오히려 북한 매체보다 더욱 자세하게 북중 관계에 관해 보도를 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최근 중국의 보도 내용은 이전보다 간략한 것으로 확인했으며, 중국은 보도 내용을 미사일 발사 등 특정 사안에 대해서만 간단히 다루었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이 북한의 행동에 대해 불신’과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실제로 북한은 올해에 ICBM을 포함한 약 30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진행한 결과, 한미일의 안보 협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한미일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를 가동했습니다. 이러한 안보 협력은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안보상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지켜본 중국이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 쪽에 접근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여러 나라가 자신을 러시아와 북한과 같은 이들의 “친구”로 보는 시선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요. 또 그런 식의 시선을 매우 불쾌해 하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내년에 중국을 방문할 관측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