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정부는 북한을 올해 또 다시 세계에서 인신매매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로 꼽으면서 중국 내 탈북민들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강제 북송하는 중국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무부는 15일 발표한 ‘2023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2023 Trafficking in Person report)’에서 북한 당국이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아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보고서 발간 이래 21년 연속 최하위인 3등급으로 지정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내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강제 노동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2020년 북한 당국이 혜산 지역의 모든 여성들을 건설 현장에 동원했고, 코로나 기간 중 식량 사정이 악화되자 전국에서 1만4천여명의 기혼 여성에게 황해남도 농장일을 시키는가 하면, 2021년 10월 도시 거주자 및 제대한 군인, 고아들을 농장에서 일하도록 한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또 고아나 간부에게 뇌물을 줄 능력이 없는 아동들 역시 건설현장, 탄광, 농장, 공장 등에서 무급으로 장시간 위험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코로나 기간 중 국경 폐쇄로 국경 간 이동이 제한됐지만 중국 정부에 의해 강제 송환된 잠재적 인신매매 피해자를 포함한 북한 주민들이 구금시설로 보내져 강제 노동, 고문, 강제 낙태, 간수에 의한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인신매매 근절이나 방지를 위한 어떠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많은 북한 주민들이 높은 인신매매의 위험을 안고 탈북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렇게 중국에 도착한 많은 북한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은 마약이나 구금, 납치 등 인신매매 위험에 노출된 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중국 내 인신매매범들은 중국으로 탈북한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중개인(브로커) 수수료를 지불할 수 있는 직업을 소개한다고 유인한 후 신체적 학대나 성적 착취를 가하거나 매춘업소, 인터넷 성인 사이트를 통해 상업적 성매매를 강요하는 한편 돈을 받고 중국 남성들에게 여성들을 강제 결혼시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이러한 북한 여성 피해자들과 중국 남성 사이에서 나온 자녀는 무국적자로 남아 착취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현재 약 3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무부는 중국 보고서에서도 관련 문제를 지적하면서 중국 정부가 인신매매에 취약한 탈북민과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오히려 북중 국경 지역 내 탈북민을 지원하려는 유엔 기구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에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과 같이 송환 후 학대나 보복을 당할 수 있는 국가의 피해자 추방에 대한 법적 대안을 제공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보고서는 조사 기간 중 북한 당국이 수용소, 노동단련대 운영, 성인 및 아동의 대규모 동원 등 기존 정치 탄압 체계가 이어지고 있으며, 해외 노동자에 대한 강제 노동을 통해 정부의 운영 자금으로 사용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강제 송환으로 북한에 돌아온 주민들에 대한 처벌로서 최소 5년의 노동교화형에 처하거나 심각한 경우 망명 신청자에 대해 무기한 구금 및 강제 노동, 재산 몰수 또는 사형에 처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 당국에 해외 노동자, 수용소, 주민들의 대규모 동원 등 정부에 의한 강제 노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2017년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라 2019년 말까지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모두 송환돼야 했지만 여전히 중국 내 최대 10만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남아있으며, 러시아는 관광비자 등을 통해 북한 노동자를 취업시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프리카 국가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북한 노동자를 모두 송환했다고 보고했지만 여전히 일부 국가들에서 해외 노동자 송환을 이행하지 않거나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에 해외 근로자에 대한 이동 및 통신 감시, 임금 압류를 중단하고, 해외에서 인권 유린을 당한 북한 주민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성매매 및 노동력 착취 등 인신매매를 범죄화해 해당 사건을 조사 및 기소하고, 인신매매범에게 유죄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NGO)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외 근로자의 근로 조건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인신매매 근절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