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칼럼
2018년 11월 16일   20:45
로그인 회원가입 기사제보
필자의 다른글   기사 확대기사 축소리스트프린트
‘장군님으로부터 하사받았던’ 담배 한 개비의 저주
탈북자수기
탈북자 김현무 
연합뉴스를 통해 ‘김정은이 잠행 복귀 후 애용하는 담배를 바꾼 정황이 포착돼 주목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현지지도나 시찰 등 공개 활동에서 담배를 피는 모습이 수시로 목격되며 애연가로 알려진 김정은이 최근에는 초록색 필터가 달린 담배를 피는 모습이 주로 목격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다. 

통신은 이어 ‘김정은의 잠행 전 마지막 공개 활동은 9월3일의 모란봉악단 신작음악회인데 당시 공개된 사진 속 김정은은 노란색으로 보이는 필터가 달린 담배를 피고 있다’고 썼고 ‘김정은은 주로 흰색 필터가 달린 (7·27)담배를 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유학 시절의 경험 등으로 인해 외제 담배도 애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이 초록색 필터가 달린 담배가 ‘대마 성분이 포함된 담배’일 가능성을 제기한 통신은 ‘주목할 부분은 정보 당국이 이 같은 김 제1비서의 담배 변화가 김 제1비서의 건강 문제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내 극히 일부 주에서만 판매가 허용되는 말보로 카나비스(cannabis·대마) 담배의 필터가 초록색이다‘는 해석도 곁들였다. 

 * * * 

대한민국 기자들의 시각이 가히 샬록크홈스(셜록 홈즈=편집자 주)를 능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6년 3월 북한 김정일이 량강도 삼지연읍을 시찰하려 나왔을 때 나는 김정일이 주는 담배 한가치를 ‘하사’받았고 그로인해 일약 郡의 스타가 되어버린적이 있었다. 

그날 김정일이 곁에 서있던 호위일군(?)에게 손을 내밀자 곁에 있던 중년의 남자는 잽싸게 손에 들고 있던 밤색 손가방에서 담배 한 곽 을 꺼내 들었고 역시 날렵한 동작으로 그 중 한가치를 뽑아서 김정일의 두 손가락 사이에 끼워 넣어 주었다. 

그리고나서, 중년의 사내가 라이터를 켜 불을 붙여주려 하자 김은, 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나에게 주며 내게 담뱃불을 붙여주라고, 턱을 위 아래로 흔드는 것이었다.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던 중년의 사내는 내게 담뱃불을 붙여 주려고 한 걸음 다가섰지만, 나는 덴겁(불에 덴 것처럼의 북한 말=편집자 주)을 하며 뒤로 물러섰고 누가 보기에도 민망스러울 정도로 담배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우는 상(울상)을 지어보였다. 

“피라!” 

그 목소리 또한 ‘위대한 수령’과 도무지 매치되지 않는 것이어서 더더욱 울상을 짓고 서 있는데 곁에 서 있던 또 다른 호위일군(?)이 ‘장군님을 더 이상 말시키지 말라’는 눈빛으로 살기차게 쏘아보는 것이었다. 김정일을 만나기 며칠 전 ‘삼지연 군상 건설에 동원되었던 청년돌격대 몇 사람이 장군님을 접견하게 되었다’고 전해주던 도당 책임비서 곁에서 ‘접견할 때의 주의사항’을 알려주던 사람이었다. 

그때 그는 “장군님께서 악수를 청하시면 두 걸음 다가가 두 손으로 부드럽게 장군님의 손을 감싸 안들 것”과 “악수가 끝나면 곧바로 두 걸음 뒤로 물러나 배꼽아래 손을 포개고 부동의 자세로 서 있을 것”을 지사한 사람이었다. 떠나면서는 “장군님께서 물으시는 말씀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특히 악수할 때를 제외하고 장군님께 일보라도 다가가는 경우, 즉석에서 쏘아 죽이는 수가 있다”는 섬뜩한 말을 남기기도 했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가 담뱃불을 붙이라고 살기차게 쏘아보는데, 그냥 버티고 서있을 수도 없던 끔찍한 순간이었다. 심장이 뛰다 못해 밖으로 툭 튀어 나올 것 같은 아픔을 느끼며 ‘난 이제 죽었다~’고 생각하며 담뱃불을 붙이자, 언제 그랬느냐 싶게 표독스럽던 표정을 훌 날려버린 김정일이 도당 조직비서 쪽으로 씨엉씨엉 걸어가는 것이었다. 이때라고 생각한 나는 불이 붙은 채로 들고 있던 담배를 등 뒤로 감추고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황급히 꺼 버렸고, 그때 느꼈던 아픔과 흉터는 지금도 내 마음과 두 손가락사이에 깊이 남아있음을 전한다. 

그날 저녁 나는 한모금도 제대로 빨아보지 못한 그 담배를 대대로 물려줄 집안의 가보로 생각하고 빨간 비로도 천에 소중히 감싸서 장롱위에 올려놓고 내일부터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런데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각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장군님을 접견할 때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쏘아 죽이는 수가 있다”던 문제의 경호일군이 신발을 신은채로 방안으로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담배 내놔!”고 다짜고짜 소리치는 것이었다. 황망히, 그리고 엉겁결에 장롱위에 있던 담배를 비로도 천과 함께 내어밀자 “이 새끼 미쳤네”하고 누구에게라 없이 내 뱉은 문제의 경호일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씽~하고 나가버렸다. 그러다가 문득 돌아서서 “너 이 담배가 무슨 담배라는 이야기 한마디라도 하면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가슴이 아프다 못해 숨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온 종일 숨막히는 일만 벌어지는지 스스로에게 화가 나 밤새 술을 퍼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나는, 담배를 끊어버렸다. 그날 김정일이 ‘하사’했던 담배 한가치로 인해 담배만 보면 심장이 벌렁거리는 일종의 부작용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잘난 담배, 이름만 말해도 죽여버리겠다고 협박받던 김정일의 담배는 ‘백두산’이었고 그것이 왜 ‘비밀’이어야 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탈북자 김현무 (2009년 입국)





등록일 : 2018-07-08 (05:53)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기 원하세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비 툴바를 설치 하세요


                         
스팸방지 :    (필수입력 -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큰 교세를 깔고 앉은 음녀야, 뱀의 갈...
[ 18-11-16 ]
[조갑제 칼럼]
[김성욱 칼럼]
[남신우 칼럼]
[수잔숄티 칼럼]
[김필재 칼럼]
[亨通者 칼럼]
[인권투사 칼럼]
[이사야의 회복]
[창조의 희망]
[구국의 시와 격문]
[구국의 예언]
글이 없습니다.














  사이트소개기사제보 ㅣ 개인정보보호정책 ㅣ 즐겨찾기 추가
서울 특별시 강동구 길동 385-6 Tel 02)489-0877 ㅣ 사업자번호 : 212-89-04114
Copyright ⓒ 2007 구국기도 All rights reserved.  ㅣ 국민은행 580901-01-169296 (오직예수제일교회 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