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전쟁 등 유사시를 대비해 김일성, 김정일 일가의 행적을 담은 소위 사적물과 초상화 등의 대피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민들을 다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각도 소재 사적물에 대한 대피준비를 올해 안에 끝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피준비 진행상황을 검열하겠다고 하면서도 대피준비에 필요한 자금과 자재 등은 모두 주민부담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17일 “최근 도 사적관에 비치된 김일성 관련사적물에 대한 유사시 대피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전쟁 등 유사시를 대비한 사적물 대피 장소마련과 사적물 운반에 필요한 자재들까지 자세히 하달되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함경북도 청진시 도사적관 사적물은 유사시에 청암구역 문화동에 마련된 지하동굴에 보관하도록 지정되었다”면서 “중앙에서는 주민들에게 사적물 대피과정에서 필요한 자재와 운반수단까지 도내 주민들이 자체로 해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당국은 주민들에게 사적물 대피사업은 충성의 지원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적물을 넣을 자루까지도 청진시내 장마당 신발수리공들에게 무상 제작해서 바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소식통은 “하루 벌어서 하루를 먹고 사는 신발수리공들이 사적물 보관자루를 만들자면 밥벌이를 할 수 없다”며 “도당에서 지정한 자루는 방수천으로 만들어야 하며 길이, 너비, 높이 모두 1m의 규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16일 “사적물 보관대책에 대한 중앙의 지시가 이달 초 전달됐다”며 “세대 당 5천원씩을 사적물 보관 지원금으로 거두는 외에도 세대별로 초상화 보관함도 따로 마련해 반장의 검열을 받아야 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세대별 초상화 보위함은 폴리에틸렌 수지로 만들어야 한다”며 “초상화 액틀을 제거하고 사진이 손상되지 않도록 비로드 천에 싸서 수지관에 넣은 뒤 물이 새지 않도록 앞뒤를 양초로 땜질을 하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시가 내려지자 갑자기 장마당에서 1m당 2천원에도 팔리지 않던 폴리에틸렌 농업용수지 가격이 며칠 사이 세배 넘게 뛰었다”고 밝힌 소식통은 “비로도천이나 양초까지도 덩달아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의 사적물보관 지시에 좋아지는 건 장사꾼들과 간부들뿐”이라며 “만일 전쟁이 닥친다면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누가 사적물이나 초상화를 나르고 있겠냐”는 주민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