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美해병대정보국(MCIA) )/『North Korea Country Handbook』

美해병대정보국 “휴전선 일대에 20여개, 또는 그 이상의 땅굴 존재”

남침땅굴은 북한이 남한을 침략할 목적으로 건설한 군사용 터널을 의미한다. 북한의 김일성은 1972년 9월25일 ‘9.25전투명령’ 교시(敎示)를 내려 “1개의 땅굴은 10개의 핵폭탄보다 효과적”(인용1)이라면서 베트남 전쟁의 땅굴전술에 착안해 남침용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美해병대정보국(MCIA: Marine Corps Intelligence Activity)은 1997년 발간한 『North Korea Country Handbook』(코드넘버: 2630-NK-016-97)을 통해 이미 발견된 땅굴 4개와 함께 20여개, 또는 그 이상의 땅굴이 휴전선 일대에 있을 것으로 추정(인용2, 상단 사진 참고)하고 있다.

 

적진(敵陣)에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오래된 전술이다.

 

▲고대 아시리아(Assyria)의 아슈르나시르팔 2세(Ashurnasirpal II, 기원전 883년~기원전 859년)는 휘하 군인들로 하여금 철제 도구를 사용해 적진 지하에 깊은 굴을 파고 들어가도록 했다. 아시리아의 군대는 지하 성벽 아래에 공간을 만들어 성벽의 기초를 나무로 고정시킨 뒤 이를 모두 태워버렸다. 이런 식으로 지상의 구조물을 붕괴시켜 아시리아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인용: The Art of Warfare in Biblical Lands, Volume 1, by Yigael Yadin, McGraw-Hill Book Company, New York, page 317).

 

▲알렉산더 대왕과 줄리어스 시저도 수많은 전쟁에서 아시리아의 방식을 사용했다.

 

▲땅굴이 현대전에서 효과적인 무기로 사용된 사례는 20세기 중반인 1954년 발생한 프랑스와 베트남 사이에서 벌어진 ‘디엔 비엔 푸’ 전투이다. 당시 베트남군은 프랑스의 견고한 요새 지하에 TNT 1톤에 해당하는 폭발물을 터트려 전세(戰勢)를 완전히 역전시킨 바 있다.

 

▲1950년대 영국의 경우 ‘푸른 공작’(Blue Peacock, 인용3) 프로젝트를 통해 유사시 서독(西獨)으로 진격해오는 소련 탱크를 저지하기 위해 지하에 核지뢰(nuclear mine)를 매설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 영국은 정치-환경적 문제를 고려해 이 계획을 무산시킨 바 있다.

 

따라서 세계 최고의 땅굴 굴착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남한을 겨냥해 땅굴을 파는 행위는 오히려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들 땅굴이 어디까지 내려왔느냐가 관건이다.

 

北 땅굴첩보, 2000년 후 22건 접수... 3곳서 탐지 작업 중

일례로 육군본부가 지난 11일(2013년 10월, 인용4) 공개한 <땅굴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軍 당국이 올해에만 14건의 북한의 대남 침투용 땅굴 관련 민원을 접수 받았고, 탐지 필요성이 있는 경기도 구리 등 3개 지역에서 탐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 등 軍 수뇌부는 2009년 이후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북한의 땅굴 위협에 적극 대비하라고 예하 부대에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軍 당국이 2000년 이후 탈북 귀순자들로부터 확보한 땅굴 관련 첩보만 22건에 이른다. 특히 최근 귀순자들은 북한이 2군단과 5군단 등 전방군단을 중심으로 철원과 개성을 비롯해 비무장지대(DMZ)와 군사분계선(MDL) 인근 지역에서 대남 침투용 땅굴을 굴착했다고 증언했다.

일례로 2008년 탈북한 金 모 씨는 “강원도 김화군에 위치한 북한의 46사단 전방에서 북한이 땅굴 작업을 벌였다”고 진술했다고 軍 보고서는 밝혔다. 

 

1974년부터 1990년까지 DMZ 근방에서는 총 4개의 땅굴이 확인됐다. 1990년 3월3일 강원도 양구 동북방 26km 지점 DMZ 안에서 발견된 제4땅굴 이후 현재까지 땅굴이 발견된 사례는 없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최근 땅굴 굴설 징후 및 귀순자 첩보 등 관련 첩보가 제한되고, 장비 노후화와 관련 자문기관과 연계한 탐사 기술 개발이 미흡하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 軍의 땅굴 탐사 장비는 노후화 되어 일부 시추 장비는 도입된 지 34년이 지났고, 일부 전자파 장비 역시 21년 정도 경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2땅굴, 대규모 병력 집결 가능한 광장 까지 갖춰

‘조갑제닷컴’이 지난 12일 발간한《한미연합사 창설의 주역: 柳炳賢 회고록》의 著者인 유병현 장군(예비역 대장)은 제5군단장 재임시절 ‘제2땅굴’을 발견한 주인공이다.

제2땅굴은 제1땅굴(1974년 11월 발견)보다 규모가 컸다. 땅굴의 규모는 너비 2.1m, 높이 2m, 지하 50~160m, 길이 약 3.5km에 달했다. 제2땅굴은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킬 수 있는 광장까지 갖추었으며(인용5), 출구는 세 갈래로 분산시켜 놓았다.

 

전술능력은 시간당 약 3만 명의 병력과 야포 등 중화기가 통과할 수 있다. 제2땅굴 수색 중 북한의 방해대책 강구로 국군 7명이 희생됐다. 북한은 우리 군이 제2땅굴을 발견하자 자신들과 무관하다며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귀순한 북한 노동당 연락부 소속의 김부성 씨가 자신이 직접 측량을 했고, 땅굴작업에 동원되었다고 증언, 북한의 선전이 거짓임을 입증했다.

 

유병현 장군은 1972년 6월 제5군단장으로 임명됐다. 柳 장군은 이듬해인 1973년 11월21일 저녁 제6사단장 정명환 준장으로부터 특이한 지휘보고를 받았다.

내용인즉 “20일 아침 7시20분부터 사단 우측 비무장 지대 안 지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여 분석해 본 바 인공적 작업소리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라는 것이었다. 지하 괴음(怪音)이 北에 의한 지하땅굴 발파 작업임을 직감했던 柳 장군은 광업, 토목, 지질학을 전공한 ROTC 출신의 휘하 장교들로 구성된 TF(Task Force)를 발족시킨 후, 중요 정보 획득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柳 장군은 국방과학연구소(ADD)를 통해 서울에서 광업과 지질학자 수 명을 초청해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이들은 柳 장군으로부터 구두설명을 받고 난 후 아래와 같은 요지의 내용을 자문했다고 한다.

 

“초겨울의 기후변화로 지층구조가 자연히 수축되어 일어나는 소리가 아니면, 두더지 등 동물들이 동면에 들어가려고 나무뿌리 등을 잘라서 저장하는 소리, 동물들이 동면 굴을 파 들어가는 소리 등으로 볼 수 있다.”

 

美인공위성 사진 판독 통해 ‘北땅굴 입구’ 찾아

북한이 땅굴을 굴착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柳 장군. 그는 전문가들의 분석과는 별도로 서부전선의 작전통제를 맡고 있던 美 제1군단장 홀링스워드(Hollingsworth)장군을 만나 北지하갱도 공사의 적측(敵側) 입구를 인공위성 사진으로 찾아내 줄 것을 요청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홀링스워드 장군을 통해 柳 장군은 북한이 불법으로 비무장지대를 지하로 뚫어 내려오는 땅굴 공사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입수했다. 인공위성 사진 판독결과 북한의 지하갱도 공사 입구는 柳 장군이 예측했던 곳에서 1km를 벗어나지 않았다. 평강(군)에서 구불구불 내려오는 2차선 도로가 의심지역에서 제일 가까운 적의 경계초소 후방에서 끊어져 있었고, 그 부근에는 불필요하게 큰 막사 2동이 서 있었다고 한다.

 

또한 장기간 촬영한 위성사진을 비교 분석해 보니 지하갱도 공사에서 나오는 퇴적물을 숨기기 위해 흙을 덮고 잡목들을 심어 위장하고 있었다. 이에 柳 장군은 땅굴작전을 수행해 나가는데 절대적인 이해와 협조가 필요한 친한파(親韓派) 스틸웰(Stilwell) 대장에게 북한의 남침 땅굴 정보를 전달했다. 이후 民軍이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된 특수임무 수행기구(일명 ‘5.1공사기획단’)를 설치, 1974년 10월17일에 신고를 받고 공사계획단을 발족시켰다.  

 

1974년 12월16일 국방부는 柳 장군을 합동참모 본부장으로 발령, 땅굴탐색 작업이 후임자인 이건영(李建榮) 장군에게 인계하게 되었다. 柳 장군은 이틀 뒤인 12월18일 비무장지대 내 땅굴 굴착 공사장에 들러 공사통제단장으로부터 마지막 공사 진행보고를 받았으며, 여러 대의 시추기가 잘 작동하고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회고록에서 밝히고 있다.

柳 장군이 군단을 떠난 지 열흘 만에 굴착 공사장의 여덟 개 시추공 중 한 군데에서 이물질이 나오고 윤활수가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 얼마 후인 1975년 3월18일 높이와 폭이 2미터 이상인 갱도의 중심부에 시추공을 틀어서 敵 땅굴의 위치를 확정짓게 됐다.

“北대표와 동석한 中共 대표는 유구무언(有口無言)으로 일관”

敵 갱도를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목표물에 명중하듯 정확히 관통한 뒤의 과정에 대해 柳 장군은 회고록에서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적은 우리의 신속한 대응작전에 당황한 흔적을 갱내에 남겨놓은 채 급히 퇴각하였다. 그곳에서 낡은 북한제 공구들과 퇴적물 운반용 철로들이 산재해 있었다. 관통지점 남쪽 100여 m에는 마지막으로 준비했던 폭파장치에 폭약을 꽂아 놓은 채 도망갈 정도로 다급하였다. 땅굴 북쪽으로 얼마 가지 않은 곳에 방어용 돌벽을 급조해 놓기도 하였다...(중략)

판문점에서는 우리가 확고부동한 증거물을 제시하였는데도 적은 우리가 날조한 것이라고 어색하게 생떼를 썼다. 그 자리에 북한 측 대표와 동석한 중공 대표는 유구무언(有口無言)으로 일관하였다...(중략) 이건영 후임 군단장은 땅굴 탐색과 굴착을 성공시킨 상훈계획을 세울 때 나의 참여업적을 생각한 듯 나에게 전화를 하였다. 그 때 나는 단호하게 “나는 훈장을 받을 만큼 받았어요. 그러니 현장에서 애쓴 분들을 생각해 주어요. 상후하박(上厚下薄)이 아니라 하후상박(下厚上薄)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전에 공을 세운 민간인 기술자들도 포상 대상에 포함시켜 주어요”라고 나의 뜻을 말하였다.

아울러 나는 철원의 땅굴 현장을 잘 보존해 이 작전을 성공시킨 우리 군의 애국심과 적의 악랄한 의도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역사적인 교육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였다.》

 

조갑제닷컴 김필재 spoone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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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인용1)「남침땅굴 언제부터」, 2000년 12월7일, 세계일보
인용2)『North Korea Country Handbook』, 1997, MCIA(美해병대정보국)
인용3)「Nuclear mines ‘to stop Soviets’」, 2003년 7월17일, The Guardian
인용4)「北 ‘땅굴첩보’ 2000년 후 22건, 3곳서 탐지 작업 중」, 2013년 10월11일, 조선닷컴
인용5)「땅굴발견」, 2006년 12월1일, 국가기록원 나라기록, 김현기
인용6) 『한미연합사 창설의 주역: 柳炳賢 회고록』, 2013년 10월12일, 柳炳賢, 조갑제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