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주변 8개 縣에서 나온 모든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하기로 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는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가끔 '별 문제 아니다'라는 일각의 주장을 접할  때마다 안쓰럽기까지 하다. 후쿠시마 원전 1~6호에는 총 6천400여개의 사용 후 核연료봉이 있다. 또 다시 3.11 대지진과 같은 메가(Mega)급 지진이 일어나면 이들 核연료봉에 대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東京을 포함한 관동지방은 끝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만 일본 원전 사태를 舊소련의 체르노빌 사건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후쿠시마 원전은 일본정부의 노력으로 예측 불가능한 초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제어가 가능한 수준이다. 반면 체르노빌 원전의 경우 사건 발생 당시 이미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雪上加霜으로 舊소련 정부는 원전 폭발을 외부에 숨겨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케이스이다.

그렇다면 한국정부의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는 잘한 것일까? 후쿠시마 주변 8개 縣에는 일본인 외에 수많은 한국 유학생들과 재일 동포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만 국민이고,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국민이 아니라는 뜻인가? 일본의 원전 사태가 그토록 심각하다면 일본 거주 한국인들을 왜 귀환시키지 않나?

현재 중국, 러시아의 경우 후쿠시마 등 일본의 일부 지역 식품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하고 있다. 반면 미국․EU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수입금지 조치 없이 일본산 식품 중 일부에 대해서만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일본 정부의 검사증명서가 있을 경우 수입 시 검사를 완화하고 있으며, 일본산 식품에 대한 규제 조치를 완화하는 추세이다.

즉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적극적인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중국, 러시아 등 反日정서가 강한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사실과 과학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국가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수산물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사를 요구하며 수입금지 조치까지 취하는 한국인들은 왜 머리에 이고 사는 北核에 대해 침묵하는가?

미국의 核전문가들은 北核시설이 대부분 노후했으며, 현재 건설 중인 경수로도 국제기준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에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美노틸러스 연구소의 피터 헤이즈 소장은 ‘북한의 核딜레마’라는 제목의 글에서 “영변의 경수로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북한이 혼자 수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하버드 대학 벨퍼연구소의 핵과학자 올리 하이노넨 박사는 “영변 원자로의 경우 내부 흑연에 불이 붙는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큰 문제”라고 지적한 뒤, “비슷한 유형의 원자로 사고로 1950년 대 영국에서 윈드스케일 원자로 화재사건이 있었다”면서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인들은 일본 원전 사태에 대해서만 호들갑을 떨고 있다. 놀란 꿩이 수풀 속에 머리통만 숨긴 꼴이다. 툭하면 ‘核 단추를 누르겠다’는 북한 수괴 김정은의 협박이 눈과 귀를 막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나 보다. 反日감정 때문에 일본 방사능만 해롭고 북한의 방사능은 몸에 좋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심한 일이다.  

조갑제닷컴 김필재 spooner1@hanmail.net

[관련자료] 세계 최악의 '방사능 오염' 지역: 러시아 카라차이湖
후쿠시마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방사능 오염 지역
  

러시아의 카라차이 호수는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방사능 오염 지역(시간당 600뢴트겐)으로 사람이 한 시간만 호수 근처에 서 있어도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라차이 호수는 러시아 남서부 첼라빈스크 지역의 악명 높은 마야크(Mayak) 재처리 공장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1940년대 나치 독일의 침공을 저지하기위한 군수공장으로 시작한 마야크는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핵무기 제조 공장으로 45년 동안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1992년 옐친이 출입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서방 과학자들의 방문을 허가한 뒤, 이 지역은 지구 상에서 가장 오염된 지역으로 선포됐다.(영국 '데일리 메일', 2012년 10월9일자 인용)

마야크의 核기술자들은 수십 년 동안에 걸쳐 核폐기물을 주변 강에 내버렸다. 여기에는 반감기가 30년이나 되는 스트론튬-90을 포함해 세슘-137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야크의 실체가 공개됐을 때 첼라빈스크 지역 주민의 암발병률, 기형아 출산율, 백혈병 발병률은 각각 21, 25, 41퍼센트 가량 증가한 상태였다.

카라차이 호수 근처에 위치한 테차(Techa) 강은 이 지역 주민들의 주요 식수원이었으나, 방사능에 심각하게 오염되어 65%의 주민들이 방사능 관련 질병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라차이 호수 주변 지하수 수십억 갤론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주민 대다수는 이 같은 위험을 모른 채 방사능과 함께 살고 있다.

1967년에는 이 지역에서 발생한 가뭄으로 카라차이 호수가 바닥을 드러내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이 바람을 타고 근처로 퍼져 4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피폭됐다.

1957년에는 TNT 75톤 정도의 비핵 폭발이 발생해 방사성 물질이 1만 5천 제곱 마일을 오염시켰다. 이로 인해 200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1만 명의 사람들이 집을 떠났으며 47만 명이 피폭됐다.

최근 국내 언론이 앞을 다투어 후쿠시마 原電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이 문제를 反日의 기폭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 기자들은 일본 核시설 오염문제만 눈에 보이고, 러시아 核시설 오염문제, 나아가 북한 核시설의 오염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가 보다.

번역/정리 김필재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