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2일 해병대 총기나 자살 사고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원인 조사를 철저히 해서 책임을 확실히 물을 필요가 있다. 병영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자유롭게 자란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것은) 체벌이나 구타 등 육체적인 가혹 행위도 가혹 행위지만, 그보다 더 큰 원인은 정신적인 모멸감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국방개혁과 더불어 이러한 병영문화를 바꾸는 것에 대해 더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하며 적당히 하고 넘어가면 되풀이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변화가 오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고 한다. 당연히, 자질이 모자라는 지원병을 골라내고, 병영문화를 바꾸는 것은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김기남 전 해병2사단장은 해병력의 부족으로 인한 병사들의 스트레스 심화를 주목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을 묻겠다'는 말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관련 기관들의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지휘관들의 관리 감독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문책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또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한때 이 대통령이 젊은이들의 나약함을 탓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고 전하면서, "신세대 장병들이 차라리 물리적 구타나 고통은 참을 수 있지만 정신적인 모욕감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 더욱 참지 못하는 것 같으니, 병영문화라는 차원에서 종합적인 조사와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라는 박 대변인의 풀이도 전했다. 원론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총기난사자를 피해자로, 총기피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오판'은 계속된다.
 
만약 "청와대 '해병대 사고 엄중 문책'… 사령관 책임 물을 가능성"이라는 조선일보의 선전이 사실이라면, 이번에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달려든 '해병대 죽이기'는 소위 '병역미필정권'에 의해 완수되는 것이다. 2005년 6월 19일 연천군 28사단 81연대 수색중대 530GP에서 장병 8명이 전사하고 4명이 부상당한 소위 '연천530GP사건' 당시에 상부지휘라인(3군사령관)이었던 김관진 장군이 이명박 정부의 국방장관이다. 일부에서는 이 연천530GP사건을 북한군의 포격으로 인한 것으로 주장하나, 당시 군 수사기관에서는 "부대 내 신임병사인 김동민 일병이 상급자들의 괴롭힘에 앙심을 품고 총기를 난사한 GP내 하극상에 의한 총기사고"라고 발표했다. 김관진을 국방장관으로 발탁한 대통령이 해병대 사령관을 해임한다면 불공정하다.
 
군 수사기관의 발표를 믿고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날 '병영문화 비판과 개선'의 주장을 존중한다면,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첫번째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조처를 받아 해임되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연천530GP사건 당시에 동료 전우들에게 무차별적 총기난사를 유발시킨 폭력상급자들을 비롯한 생존 GP부대원 22명 전원을 당시 국가보훈심사위원장이었던 한명숙은 국가유공자로 포상했고, 이에 연루된 지휘관들은 모두 승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하려면, 이런 의혹사건을 조사해서 책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 이번에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에 연루된 지휘관들은 사령관까지 처벌받는데, 연천530GP사건의 지휘관들은 모두 승진하는 특혜를 받았다. 노무현 정권은 동료 학살자들을 영웅으로 만든 기막힌 군대를 만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좌익세력의 선동원들이 노렸던 '해병대 죽이기'를 대한민국 군역사에서 가장 극악한 총기사건의 상부 지휘관이었던 김관진의 손으로 완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강화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의 상부 지휘관들은 현재까지 소초장은 구속됐고, 소대장, 대대자으 연대장은 보직해임되었고, 앞으로 사단장과 해병대 사령관까지 해임되면, 드디어 김모 상병이 '기수열외 될까봐' 미리 걱정해서 총과 수류탄으로 동료들을 살상한 만행은 해병대 죽이기의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연천530GP사건의 상부 책임 사령관이었던 김관진 국방장관의 손으로 말이다. 언론계의 좌익선동꾼들은 일사불란하게 이번에 해병대 죽이기에 나섰고, 이명박 정부도 동조하여 그 임무를 차질 없이 수행할 것 같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지적했다. 그는 "신세대 장병들이 차라리 물리적 구타나 고통은 참을 수 있지만 정신적인 모욕감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 더욱 참지 못하는 것 같으니, 병영 문화라는 차원에서 종합적인 조사와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기자들에게 풀이했다. 해병대에서 물리적 구타가 없으면, 정신적 모욕감이라도 주지 않으면, 무슨 수로 군대에 필수적인 권위주의적 병영문화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 소위 '병역미필정권'은 해답이 없는 것이다. 구타금지 이후에 기수열외가 생겼다고 한다. 군대 내에서 반드시 발생되는 '고문관'을 열외를 시키는 정신적 고통은 그나마 가장 인도적일지 모른다는 잔인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군대는 그렇게 구조적 모순을 가진 특수집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기수열외자가 덜 나오게 하려면, 미국의 해병대 특수부대의 퇴출제도처럼, 도저히 권위주의적 병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수열외 대상들은 소원수리를 해서 후방 지원부대로 보내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해병대와 같은 최강의 부대는 강력한 정신과 육체의 소유자들이 남게 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이나 육체에 결함이 있으면, 기수열외를 시키지 말고 골라서 후방부대에서 비전투적 임무를 수행하게 해서 병역의무를 다하게 하면 될 것이다. 군대라는 특수목적집단에 기수열외를 당했다고 총기를 들고 동료들을 사살하는 자를 기준으로 병영문화를 고치겠다고 난리법석을 떠니 '병역미필정권'으로 매도당한다. 병영문화 개선은 총기난사자의 병든 정신을 근거로 하면 실패할 것이다.
 
물론 대통령도, 해병대의 병영문화를 야만인들의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는 언론의 선동에 무방비상태로 두들겨 맞는 상황에서, 언론에 굴복하는 언동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해병대의 병영문화는 언론의 매도와 같이 그렇게 야만적, 폭력적, 살인적이지 않다는 것이 정상적 관찰자의 판단일 것이다. 과거에 해병대가 반인권적인 구타나 기합이 많았고, 그리고 지금도 그런 잔재는 남아있겠지만, 지금의 한국 해병대는 너무 많이 민주화 되어서 부작용을 앓고 있는 게 아닌가? 지휘관의 권위는 조직적으로 해체되었고, 병사들은 반발심이 충만하니, 불만이 있는 졸병이 총을 들고 동료나 상관을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되는 게 아닌가?
 
어느 나라 군대에도 총기사건이 확률적으로 일어난다. 60만명 병사들 중에 비정상적 탄압자가 있기 마련이고 비정상적 반발자도 있기 마련이다. 군대의 총기사건은 최대한 사라져야 하겠지만, 불행하게도 인간사회가 존재하는 한 군대에서 총기사건은 있게 마련이다. 다만 얼마나 그런 불행한 총기사건을 줄이느냐는 정부의 과제일 뿐이다. 그런데 한국 군대에서 발생되는 총기사건의 원인을 오직 억압적 병영문화에서 찾는다면, 그것은 과잉 민주화 된 병영문화의 문제를 더욱더 심화시켜 나쁜 결과를 몰고 올지 모른다. 지금 한국 군대에서 너무 민주화 되어 총기사건이 발생되는지, 아직도 너무 억압되어 총기사건이 발생되는지를 심도 있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저 언론들의 '해병대가 살인적인 구타와 왕따 때문에 하급병이 총으로 상급병을 사살했다'는 피상적 판단을 근거로 '병영문화를 개선한다'고 달려들면, 결국 군대의 지휘관들은 전쟁을 수행하는 데에 신경을 집중시키기 보다는 병사들의 안전사고를 줄이는 데에 신경을 집중하다가, 한국군이 신변안전 위주의 '장개석 군대'로 전락시킬 수가 있다. 군대에도 인권과 우정이 넘치는 공간이 되어야 하지만, 그것은 당위성의 구호이다. 인간세계의 현실은 이상적 구호와 항상 다르기 마련이다. 군대 내의 총기사고는 개인병사의 범의, 인간세계(군대)의 확률, 병영문화의 문제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골고루 참조해서 판단해야 옳은 진단과 처방이 나올 것이다. 군대를 야만집단으로 매도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건가?
 
지금 한국의 언론과 정부가 지향하는 것처럼, 군대의 위계질서를 충분히 약화시켜서 한국군을 오합지졸의 장개석 군대로 만들어두면, 총기사고가 오히려 더 발생될 것이다. 총구를 동료들에게 들이댈 정도로 한국군의 군기가 풀린 것이 아닌가? 총기사고가 날 때마다 김관진과 같은 총기사고에 부채의식을 가진 자질부족의 국방부장관이 사고발생 부대의 사단장까지 해임시키면, 대한민국의 군대는 드디어 인권과 낭만이 넘치는 '천상의 사교클럽'이 될 것이다. "나의 심사를 거스르면 총기로 난사해도 언론과 정부가 비호해준다"는 병든 군인정신이 군대에 만연되면, 군대에는 허위의식이 넘치는 패잔병 수용소가 될 수 있다. 인도적 병영문화는 필수적이지만, 현실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해병의 병력수를 늘여야 할 것이다.
 
군대에서 구타나 학대는 무조건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런 당위성은 인간세계(군대)의 근원적 모순과 확률을 포함시켜서 현실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군대의 병영문화가 총기난사의 주범이라는 피상적 진단과 편파적 주장은 잘못된 처방을 내리는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범인은 범인일 뿐이다. 해병대에 부적절한 지원병을 심리조사 등으로 골라내어 강한 육체와 정신의 소유자들을 선발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그래도 병영생활에 문제가 있는 해병대원들은 후방부대로 옮길 수 있는, 해병대의 엄한 병영문화를 견디지 못하는 낙오자들을 위한 '출구전략(퇴출제도)'가 필요할 것 같다. 나약한 병사는 억압적 병영문화보다 더 큰 문제로 보인다. 그리고 해병의 부담을 줄이면, 네티즌들의 악플에 대통령은 움찔할 필요가 없다.
 
해병대를 비롯한 군대의 병영문화 개선은 명분과 현실을 냉정하게 고려해서 진단하고 추진해야 한다. 언론의 몽상하고 편향적인 여론몰이에 통치자가 휩쓸리면, 자해적인 김영삼식 국방개혁이 된다. 요즘 세대를 냉정하게 판단해서, 권위주의적 덕목이 포기될 수 없는 군대의 특수한 문화를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과잉 민주화의 병리증상을 앓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언론의 선동과 군중의 욕구를 다 채워주겠다는 통치자는 김대중처럼 임시방편으로 피해가는 거짓말을 구조적으로 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군대는 전반적으로 군기가 풀려서 문제다. 병영문화의 개선도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한 개인주의적 세대를 깊이 감안해야 거짓 진단과 처방을 피할 것이다. [조영환 편집인: http://www.allin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