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공동체)와 개인(구성원)의 관계를 이상적으로 설정하기 위해서 인간은 부단히 노력해왔다. 특히 과학기술이 발달되고 합리주의가 번성하면서, 집단과 개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인간들은 여러 가지 사회적 이념이나 제도를 만들어냈다. 공산주의도 따지고 보면, 합리주의와 과학기술문명이 발전하면서,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관리해야 더 정의로운 사회와 행복한 개인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실패한 상상이었다. 사회적 통제가 발달되면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자유방임주의, 공리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공동체주의, 다원주의 등의 이념과 제도가 계발되어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공기처럼 우리가 누리는 합리주의(rationalism)는 영광과 치욕으로 얼룩진 근현대문명의 철학적 근저였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적 사고에 근거한 합리주의는 인류에게 엄청한 복리의 혜택을 준 위대한 현대문명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합리주의의 교만으로 인해 공산주의와 세계대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라인홀드 니버나 폴 틸리히가 잘 지적한 것처럼, 공산주의는 인간의 이성을 너무 과도하게 믿는 합리주의의 한 병폐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불함리성과 이기심을 합리주의는 간과한 오류를 범했다. 인간이성의 유한성을 망각한 공산주의자들은 모든 것은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통제하면, 인간사회에 절대적 평등과 행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망상과 교만을 인류역사에 보여줬다. 인간의 치명적 이기심을 간과한 거짓 낙관주의(pseudo optimism) 혹은 낭만주의(romanticism)가 공산주의다. 좌익선동꾼은 자신의 이성을 과신하고 집단의 효율성을 과잉 강조하면서 자신의 교만과 탐욕에 무지한 당달봉사다.
 
합리주의가 만들어낸 이념 혹은 제도 중들에 오늘날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공산주의(communism)와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는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 하는 미국 공화당식 자유(방임)주의(libertarianism), 국가의 복지를 강조하는 미국 민주당식 자유주의(liberalism), 국가가 개인을 말살시킨 공산주의(communism)가 서로 경쟁해왔는데, 최근에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가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박세일의 공동체주의는 한국사회에 비현실적?). 공동체주의와 공산주의는 '개인의 권익을 전체 공동체에 얼마나 인정하는가'에 따라 판가름난다. 개인을 인정하는 공동체주의와 개인을 말살시킨 공산주의는 정반대의 사회철학 혹은 정치이념일 수 있다. 개체를 인정하는 공동체주의는 공존의 철학이고 개체를 말살하는 공산주의는 공멸의 철학이다.
 
이미 종말을 고한 공산주의의 망할 기운이 유독 한국사회에서는 지금도 강하게 작동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좌익정권 때부터 공산주의적 정치철학에 근거한 국정운영의 행적과 노선이 감지된다. 개체를 말살해서 공동체의 통합을 이루겠다는 김대중-노무현의 국정운영 기조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었는데, 대표적인 예는 차량번호에서 지역적 특색을 말살하는 것이고, 그리고 주민(호적)증명에서 고향이나 혈연을 없애는 것이었다. 각 고장의 특색과 단합을 없애는 것을 사회통합으로 착각하는 자들은 공산주의식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에 근거한 공동체주의자들은 집단의 통합을 위해서 개인의 권익이나 특색을 없애는 노선을 취하는 공산주의적 사회통합방식을 거부한다. 달리 말하면, 공동체주의는 분파주의로 악성화되지 않은 지연과 학연과 혈연을 사랑한다.
 
'사회통합을 위해서 개체적 특색을 말살해야 한다'는 사회통합 등식은 공산주의적 사고방식의 표출이다. 한국사회에서 아무리 지연과 학연과 혈연이 사회적 병폐를 조성한다고 해도, 이런 자연적 연고들까지 없애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않는 것'과 같은 공산당식 사고방식이다. 공산주의사회처럼, 전체집단을 위해서 개인의 권익과 특색을 말살하는 사회는 인권이 박탈당하고 개인의 창의성을 약화되고 공동체는 쇠퇴한다. 지연과 학연과 혈연이 무조건 악으로 매도되는 것은 공산당식 상상에 근거한 폭행이다. 지연과 학연과 혈연에 대한 일정한 집착은 인간의 생존본능 혹은 이기심에 의한 자연스러운 것으로서, 무조건 말살해야 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적절하게 살려줘야 하는 것이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뒤엉켜서 사회통합이 어려운 미국의 경우에 한때 개체를 없애는 사회통합방식을 택했던 적이 있다. 소위 '끓는 솥(melting pot)' 이론으로써 모든 민족과 문화와 세력을 하나로 녹여서 '하나의 미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론(정책)을 취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민족과 문화와 세력을 하나로 녹여서 단조로운 미국을 만드는 정책은 결코 지혜롭고 정의롭고 실리적인 사회통합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미국은 다원주의적 통합정책을 취하기 시작했다. 지금 미국의 다원주의나 혹은 공동체주의는 철저하게 민족적, 문화적, 세력적, 지역적 개체성을 존중하는 속성을 띠고 있다. 즉 개인(집단)의 권익과 특성을 존중하는 사회통합정책을 미국은 추구한다. 그 결과 소수민족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도 탄생시키는 사회통합을 이뤘다.
 
이런 '개체 있는 공동체의 단합'은 로버트 벨라(토크빌 해석자)의 공동체주의에서도 잘 나타난다.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 잘 조화된 19세기 중반 뉴잉글랜드 지방의 공동체주의가 개인주의가 만연되어 사회통합이 어려워진 오늘날 미국에 필요하다는 주장을 로버트 벨라는 했다. 개인보다 공동체를 조금 더 중시한 듯한 벨라는 더 개인주의적인 사회이론가들에 의해 비판받았다. 벨 훅스나 수잔 오킨이나 마리온 영 같은 학자들은 '개체성을 강조할 때만이 진정한 공동체의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며, 개인주의가 공동체주의의 더 핵심적인 요소임을 강조했다. 개체적 특성을 말살하고서는 진정한 공동체가 없다는 게 오늘날 미국 다원주의자들의 한결 같은 사회통합론이다. 오늘날 미국사회에서는 인종, 학연, 지연에 근거한 연고집단들이 존중받는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좌익정권 하에서 지연과 혁연과 학연 등에 의해 깨어진 사회통합을 위해서 마치 공산당식 '개체성 말상 정책'이 강행되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각 지역의 특색을 알리는 차량 번호판이 마치 전체주의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것처럼 단순한 숫자판으로 바뀌었다. 히틀러가 유태인들의 인격을 말살하기 위해서, 이름을 없애고 숫자만 사람들에게 붙였듯이, 지금 한국의 차량번호는 오직 지역을 알아볼 수 없게 번호로 처리되었다. 지역말살적 차량번호판을 보면서, 개인의 주거지에 대한 사랑과 책임이 약화될 수 있다. 최근에 주소에서 중간단위인 동(洞)을 약화시키고 골목길과 번호로만 표기하는 방식도 별로 마음이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악질적 분파주의자인 김대중과 노무현의 개인말살정책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건재한 것 같다.
 
여성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는 명목으로 자행된 호주제 폐지도 혈연적 계보를 말살시키는 문화적 손실을 가져왔다고 본다. 족보를 없애서 평등을 구현다는 것은 목을 잘라서 병을 치료하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의 지역과 학벌 등을 고의적으로 모르게 하는 행정은 개인의 자산과 권리와 책임을 약화시키는 국익손실이다. 사회적 전체적으로 통합하기 위해서 명문학교를 없애야 한다는 공산당식 절대평등 정책은, 개인의 권익과 자산을 존중하는 선진적 공동체주의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국민과 국가에 파괴적인 정책이다. 과거 공산사회에서는 개인적 특색과 권익을 말살해서 평등과 정의를 구현하는 폭력행정이 통했지만, 이제는 개인의 특색을 국가적 자산으로 보고 자유롭게 표출하게 도와서 국부를 증대시킨다. 공산사회에서는 개인의 재산은 착취의 결과지만, 자유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산이 곧 국부인 것이다.
 
좌익이념에 취한 김대중-노무현 정권만이 한국인들의 개체성을 파괴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최근 청와대가 언론에 배포되는 각종 인사자료에 출생지와 고등학교 등을 기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데, 이는 개인의 중요한 사회적 자산을 빼앗는 것이고 동시에 국민들로부터 판단할 근거를 빼앗는 폭행일 수 있다. 조갑제닷컴에 따르면, 지난 17일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출생지와 고교가 명시되지 않은 차관 및 차관급 내정자 인사 자료를 배포하며 "學緣과 地緣보다는 능력과 경험을 중요시 한다는 의미에서 인사 자료에 변화를 줬다"고 한다. 지역과 학력을 오직 연고주의로만 해석한 것으로 마치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못한 오류'를 범한 것 같다. 특정 연고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나 비호가 나쁘지만, 연고 자체는 보호해야 한다.
 
청와대는 청와대 근무자들의 지연과 학연과 혈연을 다 밝혀서, 그들의 연고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게 해야 한다. 미국 심리학의 대가인 윌리암 제임스는 인간의 인격은 그의 의식주에 관련된 일상적인 것으로 형성된다고 했다. 지연과 학연과 혈연은 한 인간의 결정적인 요소라는 점을 윌리암 제임스는 지적했다. 고향과 출신학교와 성씨를 모르게 하면, 어떤 인간의 속성도 판단할 수 없게 된다. 한 인간의 정체성은 고상한 종교나 철학에 근거하기 보다는 어디에서 태어나서 어디에서 교육을 받아서 어디에서 살며 어떤 집에서 어떤 부인과 자식과 서는 것에 따라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실용주의의 창시자인 윌리암 제임스는 주목한 것이다. 한 인간의 인격은 곧 학연과 지역과 혈연에 깊이 의존한다는 천박한 듯하지만 정직한 인간관을 윌리암 제인스는 견지했다.
 
조갑제 대표는 청와대 근무자들의 지연과 학연 은폐 정책에 대해 "인격의 기초가 형성되는 고등학교와 고향은 인간의 自我를 만드는 주요한 요소이다. 인간의 정체성이 고향과 고교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가장 못난 인간은 고향과 출신 高校를 감추거나 속이는 자이다. 고등학교와 고향은 姓처럼 아무리 산골이라도, 아무리 미천한 학교라도 지울 수도 감출 수도 속일 수도 없는 인간의 조건이다. 자신의 出身을 부끄럽게 여기는 인간은 자신의 出生을 부끄럽게 여기는 인간처럼 반드시 사회와 국가를 증오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 평준화의 근거로써 성적석차에 의한 소외감을 드는데, 이 또한 개인의 정당한 성취를 거부하는 전체주의적 폭행이다. 개인의 차이와 특성을 말살하는 모든 정보와 지식과 정서와 신앙은 전체주의의 밑거름이다.
 
조갑제 대표는 "인간에게 學緣과 地緣과 血緣은 소중하다. 감춘다고 감추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런 연고를 남용하는 이들도 있으나 절대 다수는 인생의 소중한 자산으로 여긴다. 학연을 감추기 위하여 출신 고등학교를 지우고, 지연을 감추기 위하여 출생지를 지운다면, 혈연을 감추기 위하여 姓을 지워야 할 것이다. 전국의 동창회와 동향모임을 해산시켜야 할 것이다"라며 윌리암 제임스와 같은 실용주의적 주장을 했다. 동문과 동향과 가족이 없는 개인은 허공에서 사는 유령과 같은 비사회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게 윌리암 제임스식 실용주의 인간관계론이다. 개인의 소속감은 개체성이 철저하게 존중될 때만이 자유와 책임이 살아있는 공동체주의를 유지할 수 있고, 개체성을 말살하는 방식의 사회적 통합은 무책임한 군중들이 모여 자멸되는 공산주의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또 조갑제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개체성 말상에 대해서도 "차량번호판에서 지역을 뺀 정권이 있었다. 文明국가에서 車籍地 표시가 없는 번호판은 한국뿐일 것이다"라고 지적하면서 "번호화된 존재는 인간성을 잃게 된다. 나치는 유태인 수용소에서 수용자들을 이름으로 부리지 않고 번호로 불렀다. 자신의 고향을 감추고 싶어하는 자들이 남의 고향까지 지운다. 자신의 거주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애향심이고 애국심이다. '못난 사람'은 있지만 '몹쓸 고향, 高校, 집안'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좌익인간이나 좌익세력이 가진 무의식적 개체 말상 근성을 조갑제 대표는 적확하게 지적한 것으로 평가된다. 좌익이념과 전체주의는 공동체의 이름으로 개인의 권익을 말살하려는 非인간화와 反공동체의 주술이다. 개인 연고 인정은 자유체제 유지의 한 핵심이다.
 
김대중-노무현 좌익정권은 학연을 끊는다는 목적으로 과거 전통 명문학교들을 모조리 평준화로 없애버렸다. 전통명문을 없앰으로써 대한민국의 과거를 말살하려고 했던 좌익세력은 지금도 전국에서 고교평준화로 광주일고, 경북고, 부산고 등 전통명문들을 하향 평준화시키고 있고, 신흥 명문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통과 역사를 말살하려는 이 청와대의 이런 행태는 기본적으로 좌경이다"라는 조갑제대표의 주장은 개체가 살아있는 공동체주의를 지향하는 질타다. "李明博 대통령도 포항과 동지상고 출신임을 부끄럽게 여기는가?"라는 조갑제 대표의 주장은, 한 중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넘어, 좌익세력에 휘둘리는 한국사회의 무지몽매한 실상에 대한 비판 같이 들린다. 대한민국의 영광된 역사를 말살하려는 좌익세력의 망국기운이 너무도 강력하다.
 
지금 세계는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자유자본주의가 번성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고민하는 자유주의자들이 공동체주의를 하나의 보완적 혹은 선진적 사회철학으로 내놓아 국정운영의 기조로 채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특색과 권익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선진적 사회구성원을 공동체주의는 요구하고 있다. 민주화의 이름으로 억지와 깽판을 부리는 민주팔이들은 공동체주의에 부적절한 '민주주의에 무자격자'들이다. 그리고 개인의 특색과 권익을 무시하는 좌익분자들도 선진적 공동체주의 사회에는 무자격자들이다. 개인의 연고는 개인의 고유 권익이고 국가적 자산이다. 건강한 애향심, 애교심, 애족심이 없는 인간은 좋은 국가를 만들 수가 없다.
 
개인의 개체성(individuality)이 존중받지 못하는 전체(집단)에의 참여(participation)는 자기말살로써 건전한 존재가 아님을 폴 틸리히는 주장했다. 모든 개인의 지연, 학연, 혈연 등은 자신의 고유한 자산이다. 아무리 지역과 학연과 혈연이 한국사회에서 사회병리증상의 핵심적 요인이 된다고 해도, 이런 연고들을 말살하라고 강요하는 정책은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발전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개인의 연고들에 대해 자부와 비판의 감정을 더 높은 양심의 법에 따라서 가지면 된다. 집단의 품위는 그 소속원이 지켜야 한다. 물론 병든 애향심, 애교심, 애족심이 악성 연고주의를 만들지만, 개인의 특정 연고들을 없애라고 강요하는 주장이나 정책은 전체주의적 발상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주의와 애향심, 학연주의와 애교심은 뿌리는 같지만 끝이 다르다.
 
최근 광주일고 출신들이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의 핵심적 범죄자들이 되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들이 7-9조원에 달라는 부산저축은행 금융비리의 주범이 광주일고라고 명시하고 않고 '지역명문 K고'라고 한 것은 지역주의의 변태적 표출로 판단된다. '영포회'나 '고소영'을 실컷 선동해온 언론매체들이 갑자기 지역주의나 학연주의의 폐해를 들어서 '광주일고'를 적시하지 않겠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악질적인 지역주의자들의 농간으로 판단되낟. 광주일고든 동지상고든 부산상고를 영광과 치욕이 있는 것이다. 구체적 학교명을 쓰지 말라며, 마치 성자집단처럼 특정학교(광주일고) 출신들의 범죄를 주류 언론들이 비호(은폐)하는 것도 비관적으로 보면 전체주의 초기증상 같다. [조영환 편집인: http://allin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