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한·EU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합의 파기를 계기로 손학규 대표의 노선 문제가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종북노선에 대해서도 민주당 외에서는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손학규 대표까지 종북노선의 민노당과 공조를 강화함으로써, 민주당 내에서도 손학규 대표의 노선과 민주당의 장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민주당 내의 중도우파는 손학규 대표가 좌측으로 기운다고 비판하고, 민주당 내의 좌파는 손학규 대표가 노선을 분명히 하지 않고 헷갈리는 행보를 보인다고 비판하는 것 같다. 손학규 대표의 불분명한 노선과 헷갈리는 행적이 민주당 내에 분란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분당을에서 이긴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에 '뜨거운 감자'가 될지 모른다.

연합뉴스는 "민노당의 FTA 저지에 가세함으로써 자신의 이념 지향이 진보임을 분명히 하면서 야권통합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와 함께 민노당에 거부감을 보이는 중도층의 이반을 초래해 스스로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를 위축시켰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며 "그 자신이 경기지사 시절 앞장서 찬성했던, 더구나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내 의원 상당수가 찬성하는, FTA를 야권연대라는 정치공학적 이유로 거부한 것은 국가 지도자로서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번 한-EU FTA 비준동의안에 반대하면, 천추의 한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까지 하면서 불만을 표출했는데, 박지원 원내대표를 견제하는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 최고위원들의 움직임이 없었는가?

심지어 손학규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며 연합뉴스는 "정장선 의원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언제까지 소수야당들에 끌려다녀야 하는 것인지 회의감이 든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조할 것은 공조하되 독자성도 유지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중도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이러다 ‘민노당 2중대’라는 오명을 뒤집어쓸까 두렵다. 종북주의 딱지가 붙은 민노당과 합당하는 것이 대선에 도움이 되는지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민주당 내에도 자유민주주의를 해치는 좌경화를 우려하는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지만,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 내에도 자유민주주의자들이 남아 있다면, 원칙은 없고 정략만 있는 손학규의 대표의 노선에 반발이 생길 것이다.

한편 진보를 자처하는 비주류는 비주류대로 손 대표를 비난하고 나섰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당의 정체성이 걸린 사안마다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야권통합의 동력을 훼손했다는 불평"이 민주당 내에 있다는 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그때 그때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한지만 따지는 ‘안테나 정치’를 하고 있는데, 이제 정체성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일관적으로 노선을 요구했고, 이런 노선 논란이 커지자 손학규 대표 측근들은 "(비준안 처리에 반대한) 이번 결정은 진보냐 중도냐 하는 이념 문제가 아니라 야4당간 정책합의 약속을 먼저 이행하겠다는 차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반미-반외세의 성격을 띠는 좌익야당들의 선거전략용 정책합의가 과연 민주당의 이념적 정체성에 부합되는가'는 여전히 국민적 질문으로 남아있다.

당내에선 이번 파동을 계기로 손 대표가 ‘선(先) 진보, 후(後) 중도’ 전략을 선택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즉 "진보층을 지지기반으로 만든 뒤 대선 때가 되면 중도 이미지를 내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지금 이념적 중도층을 선점하려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치열한 젱탈전이 벌어진다는 게 연합뉴스의 진단이다. 정장선 의원은 "중간층을 놓치는 순간 대선도 어려워지게 된다. 민주당에 대한 믿음과 안정성을 심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좌경적 행보에 대한 일종의 불만과 경고로 보인다. 앞으로 민주당의 좌경화를 우려하는 당내의 중도우파적 목소리가 이길지, 좌경화를 강요하는 좌파적 목소리가 이길지, 아직은 누구도 모른다.

선거를 위한 '야권통합'이 가져올 한계에 대해서 미디어워치의 박종덕 본부장은 "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한 '야권연대'는 태어나지 않아야 할 '정치적 사생아'였고, 이런 태생적 한계를 지닌 '정치적 사생아'의 파국은 예고된 상태였다. 선거때와 달리 국익에 관한 외교문제에 부딪치자 집권을 염두에 둔 민주당의 중도진영 입장에선 종북좌파세력인 민노당과는 입장을 달리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종덕 본부장은 "한국과 같은 분단국가에 있어선, 자칫 국가를 '패망의 길'로 끌고 갈수도 있어서, 이런 식(이념과 노선이 다른 정당들끼리 선거용 야합)의 야권연대는 아주 위험한 '정치적 도박'인 것이다"라고 질타했는데, 당장 한-EU FTA 비준을 놓고 민주당 내에서 찬반의 파열음이 시끄럽게 나온다. 정략적 야합의 대가는 항상 예상보다 더 비싸다.

이번 재보궐 선고를 통해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원내에 진입함으로써 당내 역학관계와 노선갈등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손학규 대표의 장점과 단점이 앞으로 더욱더 부각되면서, 그를 지지하는 세력과 그를 견제하는 세력 사이에 내홍 가능성도 있다. 정치세력의 측면에서 손학규는 어디까지나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이주해온 '주워온 아들'과 같은 존재이고, 손학규에게 민주당은 '새로 나타난 계모'와 같은 존재라서, 그런 내부적 갈등 변수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서 민주당의 노선과 장래는 달라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정상화(우경화) 되어가는 현실에,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정략적 공조가 어떤 정치적 결과를 낳을지 흥미롭다. [조영환 편집인: http://allin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