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社說)은 그 언론사의 성격(性格)을 말하는 이념적(理念的)주장(主張)이라고 해도 과언(過言)이 아니다.

때문에 사설(社說)을 일명 그 신문사(新聞社)의 얼굴이라고도 칭한다. 사람의 얼굴은 세월(歲月)과 더불어 백발(白髮)이 무성하고 주름이 잡혀도 변함이 없다.

조선일보(朝鮮日報)가 어떤 신문(新聞)인가. 동아일보(東亞日報)와 더불어 거의 100년간을 대다수(大多數)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민족지(民族紙) 아닌가.

많은 독자(讀者)들이 약 반년(半年)전부터 조선일보에 대해 불만(不滿)을 토로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지금 변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대다수 보수(保守) 우익독자들의 시각(視覺)은 자주 반복(反復)되는 좌파(左派)적인 기사(記事)에 놀라는 것이다.

그래도 진중(鎭重)한 독자(讀者)들은 金大中 고문(顧問)과 같은 거물급(巨物級) 인물(人物)이 버티고 있어 자위(自慰)하며 조선일보에 대한 신뢰(信賴)를 거두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어제 1월 24일자 김대중 고문(顧問)의 사설(社說)은 많은 독자(讀者)들의 마음을 일거(一擧)에 흔들어놓고 말았다.

“전향자(轉向者)들의 시대”라는 제목(題目)의 사설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좌(左)와 우(右)의 일정 주기정권 교대가 바람직하다.” “그러려면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한다.” “대한민국(大韓民國)을 지키고 발전(發展)시키며 번영케 할 우(右)와 좌(左)가 지켜야 할 기본(基本) 바탕은 있어야 한다.” “미국(美國)의 공화(共和)- 민주(民主), 일본(日本)의 자민-민주(民主)-사회, 영국(英國)의 노동(勞動)-보수(保守), 독일(獨逸)의 기민-사민의 경우처럼 우파(右派)와 좌파(左派)가 일정한 주기로 정권(政權)을 교대(交代)하는 선진(先進)정치(政治)의 길로 가야한다.” “건국(建國) 후 이제까지의 정치(政治)는 우(右) 아니면 좌(左)였다. 그래서 우파가 40년을 집권(執權)한 끝에 좌파(左派) 10년이 탄생했고 다시 우파(右派)가 집권(執權)중인 것이 역사(歷史)다”

처음부터 비위가 상한다. “좌우의 일정 주기정권 교대가 바람직하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의 정치(政治)인식이 이토록 저급(低級)하다고는 생각지 않기 때문에 실망(失望)이 큰 것이다.

그는 김대중 정권(政權)이나 노무현 정권(政權)을 미국(美國)의 민주당 정권(政權)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언제부터 김 고문이 이토록 허망(虛妄)한 말장난하는 지식인(知識人)이 되었는지, 아니면 사주(社主)의 억지(抑止)간청(懇請)에 눈물을 머금고 쓴 글인지 답답하다.

필자나 대다수 국민은 10년 동안의 정권(政權)이 좌파(左派)정권이 아니라 종북(從北)정권으로 인식(認識)하기 때문에 좌절감이 컸던 것이며 그들의 행위(行爲)가 이에 준하였던 것도 사실(事實)이다. 그들은 10년 동안에 국가(國家)경제(經濟)를 엄청 후퇴(後退)시키고, 나아가 국가안보(國家安保)를 파멸(破滅) 직전(直前)까지 이르게 하였으며, 오로지 김정일 정권(政權)에만 충성(忠誠)하는 반역(反逆)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좌와 우가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한다”니 김 고문의 말대로 허접한 말장난 하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종북주의 자들에게 무엇을 역지사지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는 마치 송두율의 “내재적(內在的) 비판(批判)”이란 말과 다름없어 보인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졸개들은 하나같이 주체사상(主體思想)으로 무장(武裝)한 김정일의 충직(忠直)한 전사(戰士)들인데, 그들을 미국(美國)의 좌파(左派)인 민주당원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니 진정(眞正)으로 국가의 안보가 걱정된다.

지금은 우파정권이라고 하는 말도 정설은 아닌 것 같다. 그들 자신이 중도정권이라고 하는데 혹시 아부(阿附)하는 말은 아닌지.

적(敵)과 동지(同志)가 실존(實存)하는 마당에는 중도란 있을 수 없다. 더욱이 적과 전투(戰鬪)상태인 현재(現在)에 중도란 박쥐와 같은 존재(存在)로서 적(敵) 보다도 먼저 척살(刺殺)해야 할 존재(存在)들인 것이다.

현재(現在)의 정권(政權)을 우파 정권이라고 보는 김 고문 자신의 인식(認識)에 새로운 변화가 와야 되겠다.

“대한민국(大韓民國)을 지키고 발전(發展)시키며 번영(繁榮)케 하는 우(右)와 좌(左)가 지켜야 할 기본(基本)바탕은 있어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同意)한다. 그러나 김고문의 전체(全體) 문맥(文脈)으로 보아 현재 야당에 그러한 건전한 야당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은 시각(視覺)에는 동의(同意)할 수 없다. 선진당 정도라면 몰라도.

김 고문은 두달전 11월 초순에 “찬밥 신세된 한국 보수(保守)”라는 글로 많은 보수층의 심금을 울리고 힘을 얻게 했다.

어찌 입술에 침도 마르기 전에 이토록 상반된 글을 말할수 있나.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그 죽음이 어떠한 죽음이든.

김 고문(顧問)은 수십년동안 지켜온 사상적(思想的) 이념(理念)을 떠나서는 안 된다. 그의 얼굴을 보는 사람들이 수백만, 아니 수천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中),고등(高等)학교 시절 월요일 조회(朝會)때 마다 군복(軍服)을 입고 교단(校壇)에 서던, “우리는 지금도 전쟁중”이라던 김 교장의 훈시(訓示)를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도 변함없이 전쟁(戰爭)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