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철학사를 공부하여 보면, 고대철학은 Platon과 Aristoteles, 중세철학은 Augustine과 Thomas Aquinas, 현대철학은 Kant와 Hegel로 대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위대한 Augustine도 그의 어머니 모니카의 목숨을 다하는 기도 덕으로 回心하여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기독교사상을 정립한 사도 바울의 뒤를 이어 중세철학에 큰 영향을 끼치며, 기독교의 대표적 敎父哲學家로서 종교개혁의 사상적 배경을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고백론(Confession) 등 수많은 저술을 남긴 Augustine은 창조론의 견해를 밝히면서 천지창조와 함께 시작된 시간은 언젠가는 끝을 맺어야 하고 인류역사가 끝날 때까지만 시간은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시간은 輪回的인 것이 아니라 直線的이어서 양적으로 무한한 것이 아니고 한정되어 있으며 그 한정된 양이 다 소모되면 최후의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 등 多者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원은 과거와 미래를 여의고 현재만을 포착하고 있는 一者를 지향하고 있어서 항상 머물러 있는 ‘흐르지 않은 현재’를 의미한다.

죄로 말미암아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을 구속(救贖)하시기 위한 불가피한 방편으로 영원 자체이신 하나님께서 육신을 입으시고 피조의 세계에 오셨다. ‘영원’이 ‘시간’ 속에 침투하신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은 직선적이어서 인간의 역사가 종말을 고할 때 시간도 같이 사라지게 된다. 시간의 역사는 모두 無的인 것으로 되고 영원의 세계가 시작됨을 말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시간이 다 되어 가는 소위 終末의 때에 관심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크리스챤들의 본향은 저 천국이지 時空의 제한을 받는 有限한 이 땅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태복음 24장과 마가복음 13장 그리고 누가복음 21장은 우리 주님께서 終末의 때에 되어 질 일들에 관하여 직접 말씀하여주신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가운데 마태복음 24:45에 보면 “충성되고 지혜 있는 종이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사람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 줄 자가 누구뇨”라는 말씀이 있는데 이 말씀은 누가복음 12:42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기록되어 있다.

교회이건 사회이건 나라건 그 시대를 잘 감당할 올바른 청지기(廳直이, 양반집에서 잡일을 맡아보거나 시중을 들던 사람)가 필요하다.

성경에서는 청지기에게는 충성(고전4:2)과 지혜(누가16:8)가 요구된다고 말씀하신다(마태 24:45 참조).

성경에서는 아브라함의 청지기 엘리에셀(창15:2)과 보디발의 청지기 요셉(창39:4,6)을 가장 모범적인 청지기로 들고 있는데 청지기는 ①진실과 지혜로 생활을 질서 있게 꾸려나가는 것과 ②종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에게 부여된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주님은 終末의 때에 나타날 정치·군사·사회·문화·환경 등등 여러 징조에 관하여 말씀하셨다. 그리고 데살로니가전서 5장에서는 “저희가 평안하다 안전하다 할 그 때에 잉태된 여자에게 해산의 고통이 이름과 같이 멸망이 홀연히 저희에게 이르리니 결단코 피하지 못하리라”고 하면서 “형제들아 너희는 어두움에 있지 아니하매 그 날이 도적같이 너희에게 임하지 못하리니 너희는 다 빛의 아들이요 낮의 아들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며 현실에서 전개되는 징조들을 통하여 終末의 때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하셨다.

낮에 속하여 근신하여 믿음과 사랑의 흉배를 붙이고 구원의 소망의 투구를 쓰고 있는 자들은(살전5:8 참조) 충성되고 지혜 있는 종같이 終末적 상황을 간파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 이렇게 충성되고 지혜 있는 청지기들이 절실하게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도 때를 따라 복음의 말씀을 공급해줄 올바른 청지기 목사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누가 보아도 終末의 때 末世이다. 아니 末世의 끝인 末世之末이라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末世之末에 합당한 말씀이 선포되어야 한다. 교회의 모든 것은 다시 오실 신랑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로 가득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직선적인 시간이 언제인가는 끝나버리고 말 것인데 교회 안에서는 물질적 세상이 천년만년 지속될 것인 양 아직도 물질적 축복을 여전히 강조한다. 그래서 돈과 명예와 건강 등을 원하는 祈福信仰이 활개치고 있다.

복음은 백화점의 상품처럼 전락하고, 예배는 그 내용이 人本主義로 변한지 오래다. 그래서 종말의 때 다시 오실 주님을 예비해야 된다는 말씀은 별 인기가 없어서 그만 배척을 당하기 일쑤다.

백화점의 고객처럼 대우받는 교인으로 교회당에 와서 코메디언 뺨치는 엔터테이너 같은 목사의 재미있고 귀에 솔깃한 설교를 듣고 웃으면서, CCM송 등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사운드에 스스로 도취하고, 최 일류의 시설을 갖춘 현대적 교회 시설들 속에서 교인들과 사교도하며 스트레스를 잔뜩 풀고 가면서 은혜 받았다고 말한다. 죄인인 우리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바리새인과는 달리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세리(稅吏)처럼, 교회당에 와서 죄스럽고 경외스러우며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바쳐지고 드려지는 것이 바로 예배인데도 말이다.

한국 교회의 可視的 物量主義的인 祈福信仰이 팽배한 것은 주님이 말씀하신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 주는 충성되고 지혜있는 청지기’ 같은 목사가 없기 때문이다.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의 상황이 미래를 담보(擔保)할 수 없는 것임을 잘 알고 국가와 국민을 올바로 인도하고 有事時에 목숨을 다해 국가와 국민의 안전함과 위태로움 즉 安危를 책임지겠다는 충성되고 지혜 있는 청지기 같은 公僕이 많이 나와야 할터인데, 아쉽게도이러한 公僕을 찾는 것이 보화를 찾는 것 보다 더 어려운 게 오늘의 현실이다.

지금은 국가의 안보 등을 비롯하여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한 시대, 즉 非常時代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