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요나라 왕 밑에 소부(巢父)와 허유(許由)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들은 절친한 친구였고 대단히 청렴하고 결백하고 어질며 고결하기로 유명한 사람들로 알려졌다.

간신들이 보기 싫어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요임금은 단주라는 아들이 어질지 못해 임금의 자리를 물려줄 사람을 찾던 중에 허유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천자가 되어 백성들을 잘 다스려 줄 것을 간청하였다. 허유는 일언지하에 이를 거절하고 밤새껏 달려 다른 곳으로 가서 피신하며 살았다.

천하에 뜻이 없음을 안 요임금은 이번에는 사자를 보내어 9주의 장만이라도 맡아줄 것을 간곡하게 간청하였다. 그러나 허유는 요임금의 간절한 간청을 거절하고 돌아와서 재수 없는 소리 들었다며 그 소리를 들은 귀를 물로 씻어버렸다.

이 때 마침 친구 소부가 물을 먹이기 위해 소를 끌고 와서 왜 그런지 연유를 묻자 그 내용을 이야기 하여 주니 “그만 두게나 자네가 이 심산유곡에 살면서 처신을 잘 했던들 누가 자네를 괴롭히겠는가? 숨어 산다면서 명예를 쫓기 위해 소문을 냈으니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 아닌가? 자네의 귀를 씻은 물을 내 소에게 먹일 수 없네” 하면서 강물을 거슬려 올라가서 물을 먹였다는 말이 전한다.

세상에도 그렇게 깨끗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광복군 출신이며 1982~1985년 사이에 고려대 총장이셨던 김준엽씨가, 당시 五共시절인 1984.11.19. 플라자호텔에서 있었던 관계자회의에서, 민정당사에 들어가 농성했던 264명의 고려대학생을 총장직권으로 제적하라는 교육부의 지시에 맞서 안기부나 청와대 기무사 등이 도청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학의 총장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구속을 각오하고, 문교부장관과 고위공무원들에게 학생들을 절대로 제적시킬 수 없다고 몇 가지 이유를 들어 강변하였던 일이 있었다.

五共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끝까지 제적시키지 않으려고 1985년 2월 졸업식을 계기로 자신이 총장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자 온 고대생들은 “총장님 물러나지 말라”는 사상 초유의 데모를 하기도 하였다.

이일 후 몇 해의 세월이 흘러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고 국민들의 신망을 받던 김준엽씨를 국무총리에 옹립하려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준엽씨를 직접 만나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영입을 시도하였으나 김준엽씨는 독재정권의 총리는 될 수 없다고 하면서 정승의 자리를 사양하고(그리고 당 대표 영입도 사양하고) 학 같은 고고한 여생을 택한 것은 오늘날에도 우리들에게 회자(膾炙)되는 감명의 이야기이다.

반면 노무현정부 시절 명문사학인 ‘Y대학’의 총장을 지냈던 이는 국무총리가 아니라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들어갔었다. 나중에 같은 정부에서 과학기술부인지 하는 장관도 하면서 부총리까지는 했다. 그러나 라이벌 사학의 총장이었던 김준엽씨와는 참으로 대조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어보인다.

또 ‘E대학’의 총장을 지낸 이는 김대중정부 시절 기를 쓰고 청문회를 통과하여 정승이 되려 했지만, 아들의 2중 국적문제와 땅 투기 등의 문제로 한나라당이 강력하게 반대하여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서리’ 딱지를 붙이고 살다가 근래에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보기 좋게 낙방했다.

명문사학의 총장 출신들이 참으로 더러운 정치판에서 뭘 어쩌자는 것인지? 정말 한심하기만 하다.

이번에도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여러 부서의 장관들을 물갈이 했는데

“풍전등화 같은 조국의 안위의 문제가 목전에 심각하게 전개되는데도 무엇이 자유대한민국의 헌법적 이념인지도 모르고 그저 중도실용의 노선만을 고집하고 있으니 이 정권이 정신 차릴 때 까지는 그 어떤 제의도 거절하겠다“는 정치인이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이 정치판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간택되기만을 목이 빠지라고 학수고대하는 자들로만 가득한 모양이다.

그러니 인사권자의 전횡이 계속되게 생겼다. 그리고 윗사람에게 그저 “예” “예” 하면서 아첨만하는 'Yes man'만 주위에 늘어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조국의 장래가 더욱더 염려스럽기만 하다.